논문 표절에 울고 휴보 승리에 웃다

류준영 기자 2015. 12. 3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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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과학 이야기]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5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과학 이야기]]

천재소년 송유근의 논문 지도교수인 박석재 박사가 25일 오후 대전 유성구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파이언스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표절' 문제로 철회된 송유근(17)군의 블랙홀 연구 논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뉴스1

지난 11월 25일,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이 대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에서 '천재소년' 송유근 군의 블랙홀 논문 표절 논란에 관해 해명했다. 이 모습은 언론에 보도됐고, 과학기술계는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 10년이 지난 지금도 과학계 곳곳에서 '연구부정' 스캔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탄식이 쏟아졌다.

미국천문학회의 국제학술지인 '천체물리학저널'은 같은 달 24일(현지시간) 송 군의 논문 게재를 철회했다. 자기 표절로 판명돼 송 군은 박사학위 취득에 제동이 걸렸고, '국내 최연소 박사' 타이틀도 물거품이 됐다. 박 위원은 자신이 2002년 발표한 연구성과 자료와 송 군이 발표한 논문의 내용 70%가 같다고 시인했다. 송군의 표절 논란은 다른 크고 작은 이슈를 상쇄할 만큼의 충격을 안겨 줬다. 과기계는 "연구부정이 하루아침에 근절되는 것은 아니"라며 "부정을 막기 제도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휴보/사진=KAIST

우리 과학계가 어두운면을 노출한 연말을 맞았지만, 그렇다고 큼직한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6월, 가슴에 태극기를 단 늠름한 모습의 휴모노이드(인간형 로봇) '휴보'가 값진 승전보를 이국 땅에서 전해왔다. 한국 카이스트(KAIST)팀이 만든 '휴보'가 미국 국방부 산하기관이 주관한 '재난 로봇 경진 대회'에서 23개 경쟁팀을 재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것. 로봇계 비주류의 대반전극이었다.

세계 무대를 제패하고 금의환향한 카이스트팀 기자회견에서 나온 뒷이야기 하나 "연구실 회식은 1년에 한 번, 점심시간은 20분이었요. 메뉴는 햄버거처럼 간단히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에 익숙해요."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은 한 연구원의 얘기는 누리꾼들에게 진한 울림을 줬다.

화성에 액체 상태 물 존재/사진=NASA

전 세계 과학계는 한계를 뛰어 넘는 도전에 값진 성과를 드라마처럼 연이어 연출했다.

지난 9월, NASA(미국 항공우주국)가 워싱턴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연다. 화성궤도 탐사위성이 포착한 사진들이 공개됐다. NASA 관계자는 "사진에서 화성의 비탈면을 보라"고 했다. 이어 "여기에 보이는 검은 색 띠형태의 선들은 계절에 따라 물이 흘렀다가 사라지면서 생긴 흔적"이라고 주장했다. 설명장면은 전 세계 동시 중계됐다. 물은 생명체의 생존·활동에 필수적이다. 따라서 이 사진은 화성에 외계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과 동시에 인간이 화성에 살 수 있게 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었다.

뉴 호라이즌스호가 촬영한 명왕성(오른쪽)과 가장 큰 위성인 카론/사진=NASA

지난 7월, 수명이 다할 때까지 멈출 수 없는 숙명을 짊어진 무인탐사선 '뉴 호라이즌호'가 인류 최초로 명왕성과 만나며 우주탐사 역사의 새로운 한 획을 그었다. 명왕성은 과학자들의 예상보다 더 컸다. NASA 관측 결과 명왕성 지름은 2370㎞(오차범위 ±19㎞)인 것으로 분석됐다. 과학계가 지금까지 추정한 것보다 지름이 80㎞가량 큰 것이다. 이는 지구 지름의 18.5%에 해당한다. 명왕성 밀도가 예상보다 낮다는 점도 확인했다. NASA 측은 "명왕성 내부에 얼음이 더 많고, 바위층이 적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사진 上)닐 암스토롱의 가방(下)16mm 무비 카메라/사진=스미스소니언

우주와 관련한 에피소드라면 지난 2월, 인류 최초로 달나라 여행(1969년 7월 20일)을 떠난 닐 암스트롱(1930~2012)의 가방이 46년만에 열려 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이는 암스트롱이 2012년 세상을 떠난 뒤 부인 캐롤 여사가 오하이오 자택에서 유품을 정리하다 발견한 것이다.

46년 동안 암스트롱 옷장 안에 숨겨져 있던 하얀 가방 속에는 아폴로 11호가 달 표면에 착륙한 후 암스토롱이 첫 발을 내딛는 장면을 촬영한 16㎜ 무비 카메라와 휴대용 다목적 소전등, 전선 케이블, 광학 관측용 기기 및 부속장비들, 허리용 묶음 장치 등 총 17점의 물건이 들어 있었다.

투유유(85·여) 중국전통의학연구원 교수/ 사진=flickr

지난 10월, 중국 국적자로는 처음으로 노벨과학상을 수상한 투유유 중국전통의학연구원 교수가 큰 반향을 몰아 왔다. 투 교수는 '개똥쑥'으로 불리는 국화과의 1~2년생 풀에서 말라리아 특효약인 ‘아르테미시닌’을 개발, 말라리아 퇴치에 큰 공을 세운 것을 인정받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특히 투 교수가 190번의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스스로를 임상시험 대상으로 삼는 등 역경을 딛고 아르테미니신을 개발한 일화가 알려지면서 여성과기인의 귀감이자 일약 중국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 밖에 세계 저명 과학저널인 사이언스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최고 성과로 꼽은 점과 에볼라 백신 개발, 300만년 전에 살았던 새 인류 '호모 나레디' 화석 발견 등이 올해 과학계를 뜨겁게 달궜다.

류준영 기자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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