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외교상황서 얻을만큼 얻었다..日 말바꾸기 없어야"
◆ 한·일 위안부협상 타결 / 외교전문가 평가 ◆
전문가들은 28일 열린 한·일 외교장관회담 결과에 대해 한·일 간 입장차의 간극을 상당히 좁히는 '진일보한 합의'라고 평가했다. 일본 측이 꺼리던 표현이 간결하고 분명하게 담겼으며, 우리 정부가 요구했던 사항도 대부분 수용됐다는 분석에서다.
조희용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장은 이날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일본군 위안부는 결국 '일본에 책임이 있다'를 명시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다"며 "일본 자체도 이 문제에 관해 책임이라는 표현을 쓰기 꺼렸지만, 이번 회담 결과를 보니 상당한 진전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조 센터장은 법적 책임이 명문화되지 않아 한·일 간 해석이 다를 수 있다는 지적에도 "큰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법적'이라는 내용을 담지 않았다고 해서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며 "이는 일본에 대한 포괄적인 책임을 지웠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위안부를 위한 재단을 만들고, 일본 정부가 재단의 기금을 제공한다는 것도 법적 책임 부분이 투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조 센터장은 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직접 "위안부로서 상처 입으신 모든 분들께 마음으로 사죄와 반성한다"고 한 것도 의미가 크다고 봤다.
박철희 서울대 일본연구소장도 현실적인 해법이라는 평가에 힘을 실었다. 박 소장은 "법적 책임은 일본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표현"이라며 "일본 정부가 사죄의 주체가 됐고 정부 예산이 투입됐는데, 이 정도면 우리 입장에서 잘된 협상"이라고 평했다. 그는 이어 "일본, 특히 아베 총리 입장으로는 일본 내에서 보수파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큰 정치적 리스크를 진 것"이라며 "회담 결과를 가볍게 볼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김경민 한양대 교수도 한·일 외교장관회담의 결과를 "우리가 목표하던 대로 얻어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일본 정부의 책임 통감, 아베의 사죄와 반성은 우리로서는 납득할 만한 결과물"이라며 "다만 오늘 결과에 대해 일본 측의 번복이 없어야 하겠고, 소녀상 철거 등 관련이 적은 부분에 대한 꼬투리 잡기도 있어선 안 된다는 사후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래 지향적으로 가려면 이후가 중요하다"며 "향후 일본의 각료들이 이번 타결에 반발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후에도 제국주의를 미화하는 망언을 일삼는 행태가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면우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한일 양국이 진척된 결과를 내놨다고 평가했다. 이 위원은 "여태까지 나온 표현 중 (일본으로선) 가장 직접적이고, (한국에는) 괜찮아 보이는 표현들"이라며 "일본이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구체적으로 표현된 것으로 고노 담화의 책임 인정보다 진일보한 내용에다 재단 기금 지원이라는 조건도 충족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위원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직접적인 표현이라는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않은 것은 한일청구권협정이 책임의 끝이라는 인식이 남은 것으로 볼 수 있기도 하다"며 "이에 대해 타협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우리 정부의 숙제"라고 지적했다.
손열 연세대 국제대학원장은 이날 회담 결과를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평가했다. 손 원장은 "1965년 한·일 협상에서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에 일본에 대해 법적 책임을 거론하는 것은 사실 어려운 문제였다"며 "일본도 국가로서 법적 책임을 명문화할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번 결과 내용은 현실적인 최대치"라고 분석했다.
손 원장은 위안부 협상이 타결됐어도 양국 관계는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일 관계는 정부 차원에서나 국민 감정에서나 최악"이라며 "불신이 축적돼 있기 때문에 갈 길이 멀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신뢰가 회복되려면 한·일 모두 정권이 바뀌고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국민 감정이 급속도로 치유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안두원 기자 /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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