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만큼 빛났던, 2015년 드라마 신스틸러 총결산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2015. 12. 2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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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아니지만 주인공 만큼 시청자들의 시선을 빼앗아가는 배우를 보통 신스틸러라고 일컫는다. 2015년 올 한해는 연기력과 개성을 겸비한 배우들이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면서 어느때보다 많은 신스틸러들이 배출됐다. 이야기 전개와 상관없이 이들의 독특한 대사톤이나 행동거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보장할 수 있다. 짧지만 강렬하게 드라마의 재미를 배가시켜주는 드라마 속 인물들을 꼽아봤다.

■신스틸러의 정석, 박혁권

신스틸러들의 첫째 조건은 어떤 극적 상황에서든 자신을 녹여낼 줄 아는 탄탄한 연기력이다. SBS 월화극 <육룡이 나르샤>로 날고 있는 박혁권은 그중에서도 첫 손으로 꼽을 만하다. 그의 캐릭터는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박혁권은 올초 사법부 엘리트들의 진흙탕 싸움을 그린 SBS 드라마 <펀치>에 출연했다. 극중 그의 캐릭터는 지력은 좀 떨어지지만 높은 충성도로 승승장구하다 주군에게 버림을 받는 인물로 그려진다. 비열하면서도 우직한 복잡한 인물의 결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소름 끼칠 정도로 자연스러운 1인2역 연기로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앞서 선보인 고려 말 무사 길태미는 이제껏 본 적 없는 새로운 무사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화려한 화장에 이상하게 비열하면서도 여성스러운 말투, 하지만 검술만큼은 최고인 검객의 묘한 캐릭터를 원래 자신의 모습인 양 제대로 구현했다. 길태미때문에 <육룡이 나르샤>를 본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해고된 길태미를 복직시키라는 시청자들의 명령을 받들어 길선미로 화려하게 복귀한 박혁권. 그의 앞날에 거칠 것은 없어 보인다.

■비중 작아도 존재감은 갑, <용팔이> 배해선

<용팔이>의 주인공은 주원과 김태희다. 그렇지만 온라인에서의 화제성으로 따질 때 배해선은 두 사람에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황 간호사 역을 맡은 배해선은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 있는 한여진(김태희)에게 곱게 화장을 해주거나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병원 재벌들과 한통속으로 보였지만 한여진을 제거하려던 주변 사람들에게 “감히 내 아기를”이라고 분노하는 모습으로 그로테스크한 면모를 극대화했다. 인터넷 용어로 내용과 아무런 상관없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뜻하는 짤방의 주요 소재로 사용되며 배해선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사실 배해선은 인기 뮤지컬 <맘마미아>의 소피, <아이다>의 암네리스, <에비타>의 에바 페론, <시카고>의 록시 하트 역으로 브라운관 밖에서 맹위를 떨치던 베테랑 연기자였다.

■귀여운 재벌 2세 푼수, 미워하기 힘든 <애인있어요> 백지원

직접 보면 얌전하고 차분한 배우 백지원. 그는 평범한 얼굴이 장점이라고 스스로 말한다. SBS 주말극 <애인있어요>에서는 무뇌아적인 행동에 개념없는 갑질을 일삼는 재벌2세 최진리 역을 맡고 있다.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속을 알 수 없는 냉철한 변호사 유신영의 얼굴을 떠올리기 힘들 정도다.

자연인 백지원으로서의 이미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허슬 연기가 그를 오히려 아름답게 보이게 만든다. 최문석 감독의 출연제의 당시 말을 곱씹으며 백지원은 호탕하게 웃었다. “못생긴 역할이래요. 그냥 못생긴 게 아니라 성형을 해도 견적이 안 나오는 얼굴의 캐릭터라는 거래요. 감독님이 ‘지원씨가 그렇다는 건 아니고’라고 말씀하시는데 어찌됐건 저는 못생겨서 캐스팅 된 걸로. 하하하”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응답하라 1988> 안재홍·이민지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을 옮겨다 놓은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하는 캐릭터다. 7수라는 역경 속에서도 유머와 긍정을 잃지 않는 바보형 정봉(안재홍), 교정치아가 평범하면서도 충격적인 비주얼을 만들어내는 미옥(이민지). 잘나야 사랑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요즘, 뭔가 부족한 두 젊은이의 사랑은 이상하게 마음을 뜨겁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영화 <늑대의 유혹>을 패러디한 둘의 첫 만남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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