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볼모로 떼쓰는 서울시교육청..한술 더 뜬 시의회
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을 둘러싼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의회 간 '실력 행사'가 점입가경이다. 특히 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 문제가 여야 간 주도권 다툼으로 변질되는 과정에서 국가재정법상 기본 예산 편성 원칙마저 저버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3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는 전날 열린 내년 예산안 심의에서 시교육청이 제출한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2521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내년 누리과정 예산(6328억원) 가운데 서울시의회가 국고 몫이라며 반발하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3807억원)을 제외한 금액만을 예산안으로 올렸는데, 시의회가 형평성을 들어 그마저도 삭감해 버린 것이다. 결국 내년 서울 지역 누리과정 예산은 한 푼도 없는 상황이다. 시 의회는 다만 삭감한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은 시교육청 내부 유보금 항목으로 편성해 향후 협상 여지를 남겼다.
서울시의회는 박원순 시장 역점사업인 청년수당 예산(90억원)과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 사업 예산(232억원)은 그대로 통과시켰다. 국민 관점에서 볼 때 부담 주체가 누구인지를 떠나 반드시 필요한 보육 예산은 내팽개쳐버리고 불요불급한 사업은 그대로 통과시킨 것은 국가재정법상 기본 원칙마저 저버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 재정 전문가는 "지자체, 기업, 일반 가정 할 것 없이 새해 예산 계획을 세울 때는 꼭 지출해야 하는 것부터 예산을 아껴가며 편성하는 게 원칙"이라며 "정치적 논란을 이유로 누리과정 예산을 삭감해 버린 채 다른 예산을 심사한 것은 본말이 전도됐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회는 여기에다 서울시가 편성하지 않았던 민주노총 서울본부 지원 예산으로 15억원을 일방적으로 추가했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작년에도 삭감됐다 복구된 전례가 있고, 한국노총과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취지에서 올해도 예산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결국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전체(105석)에서 75석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시의회가 박 시장 역점 사업과 민주노총 예산을 모두 의결해준 것이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등이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 실력 행사에 나서면서 보육 현장은 내년 초부터 당장 혼란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동(3~5세)은 각각 9만3775명, 10만9398명이다. 예산이 삭감되면 당장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원비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올해 누리과정 전체 예산은 약 4조25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어린이집에 할당되는 누리과정 예산은 약 2조1274억원, 유치원에 할당되는 예산은 약 1조8900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이미 충분한 지원을 한 만큼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서울시 등 지자체들 단체 행동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정부는 2011년 관련 법률 개정을 통해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국세 중 관세와 목적세를 제외한 내국세 20.27%와 국세 교육세 전액)으로 충당하기로 하고, 매년 10월 누리과정에 필요한 교육교부금을 지자체에 내려보내고 있다. 이미 지난 10월 말에도 내년 누리과정 예산에 필요한 4조250억원에 대해 지자체별 누리과정 아동 수를 고려해 배분을 마친 상태다.
교육부 관계자는 "말만 지자체 예산이지 사실상 전액 국고 부담인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교육교부금이 목적성 경비가 아니라는 점을 악용해 누리과정을 위해 내려보낸 교부금을 지자체가 선심성 사업에 전용하고 있다는 게 중앙정부 시각"이라고 말했다.
[전정홍 기자 /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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