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위기 한숨돌린 두산인프라코어

박용범,강두순,한우람 2015. 12. 2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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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사업 등 사업포트폴리오 재편 탄력재무구조개선해 내년 부채비율 100%대 하락할 듯
굴착기 등 건설기계 부문 실적 악화로 벼랑 끝에 몰렸던 두산인프라코어가 23일 공작기계사업그룹 매각에 성공함에 따라 두산그룹 구조조정 작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이번 매각대금을 고금리 회사채와 대출을 상환하는 데 우선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 5~6%대 고금리에 차입한 자금을 상환하면 두산인프라코어는 재무구조 개선에 숨통이 트일 수 있게 된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280%에 달했던 부채비율을 밥캣홀딩스 프리 기업공개(IPO)를 통해 230%까지 낮춘 데 이어 내년 초 매각이 완료되면 부채비율은 100%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 측은 이번 알짜 사업부 매각으로 급한 불을 끈 만큼 면세점 사업 등 신수종사업을 중심으로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나갈 수 있게 됐다.

당초 두산 측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스탠다드차타드 프라이빗에쿼티(SC PE) 측 제시 가격이 내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유찰시키는 안까지 심각하게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 마감한 입찰에서는 대만 공작기계회사인 페어프랜드그룹(FFG)이 가장 높은 금액을 써냈다. 대만 FFG 최고경영자는 최근 한국에 입국해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사업부는 방산물자를 일부 생산하기 때문에 국외 매각이 여의치 않은 부분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또 각국 공정거래 당국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회사를 조속히 매각해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 두산 측으로서는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 측은 이런 점 때문에 21일 입찰을 마감한 후 MBK파트너스와 SC PE를 상대로 가격 조정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22일과 23일에도 피를 말리는 가격 협상이 있었고 최종적으로 SC PE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는 보수적인 가격 협상 전략으로 이번 인수전에서 규모로는 비교 대상조차 되지 않던 SC PE 측에 고배를 마셨다.

두산 측은 매각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 때문에 입찰을 유찰시키면 시장 신뢰를 잃을 수 있고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최종적으로 SC PE와 1조3600억원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SC PE는 2011년 두산인프라코어 지게차사업부 지분을 샀다가 두산에 재매각한 경험이 있다. 인수후보 가운데 두산과 가장 관계가 좋은 후보로 꼽힌다. 이런 깊은 신뢰관계가 이번 매각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은 회사가 위기 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선제적인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을 극복해왔다. 2009년에는 비핵심 계열사 3곳(SRS코리아, 삼화왕관, 두산DST) 가운데 경영권 없는 지분 49%를 재무적투자자(FI·미래에셋PE, IMM PE)에 매각하고, 나머지 지분 51%는 특수목적법인 DIP홀딩스를 세워 보유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현재 DIP홀딩스 내 SRS코리아와 삼화왕관은 매각이 완료된 상태며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 5%와 두산DST 지분 51%는 아직 남아 있다.

이번에도 상당히 어려운 환경에서 합리적인 가격을 받아냈다는 평가다. 1조3600억원이라는 가격은 시장 예상가인 1조원 초반대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두산그룹이 내심 기대했던 1조원 후반 수준에는 못 미쳤지만 마지노선으로 잡았던 수준에서 매각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매각가는 그동안 시장에 두산 측이 공개했던 두산인프라코어 에비타(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차감 전 영업이익) 1770억원 대비 8배 수준에 달한다. 경쟁업체인 현대위아가 유가증권시장에서 6.5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박용범 기자 / 강두순 기자 /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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