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만7천개 → 94개..순환출자 사라졌다
■ 민관합동 TF 보고서
또한 같은 기간 금융계열사를 보유한 대기업의 금융·비금융 회사 간 교차 소유 지분 규모도 8000억원대에서 2000억원대로 급감하는 등 금·산 분리도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공정거래위원회와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에 따르면 2013년 4월 1일 9만7658개였던 국내 기업 순환출자 수(환상형 고리 수)가 지난 10월 말 기준 94개로 99% 축소됐다.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는 기업집단 수도 8개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TF는 중기중앙회와 학계, 정부기관 등 각계 대표 21명으로 구성돼 있다. 현대차의 경우 순환출자 고리가 7개에서 4개로 축소됐다. 순환출자 고리가 10개였던 한솔그룹은 100% 순환출자를 해소했으며, 동부·한진·현대·한라 등도 고리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13년 4개였던 현대산업개발은 지금도 4개를 유지했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를 넘는 기업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2년 20.8%에서 올해 10월 31일 현재 10%로 대폭 감소했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50% 이상인 경우도 내부거래 비중이 25.2%에서 13.9%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회사를 보유한 대기업집단에서 금융·비금융 회사 간 교차 소유한 지분 규모는 2013년 8790억원에서 올해 2601억원으로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산 분리 원칙이 빠른 속도로 정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대기업 순환출자가 거의 대부분 해소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이목희·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향후 3년 내 기존 순환출자를 100% 해소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공정거래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기업활력제고법(원샷법)·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청와대와 여당이 애타게 요청하는 민생법안 처리 조건이 또 추가된 것이다. 게다가 야당은 '원샷법' 국회 통과 조건으로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법으로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정책을 시행한 이후 대기업들은 신규는 물론 기존 순환출자까지 대폭 해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실상 대부분 해소됐다"며 "그런데도 이를 구실로 삼아 경제활성화법 통과를 막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 전문가는 "경제민주화 정책은 수치상으로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야당이 원샷법의 국회 통과 조건으로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법으로 명문화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현행 중기 적합업종 제도는 어디까지나 대·중소기업 간 상생을 위한 자발적 합의 정신에 기초한 것"이라며 "이 제도가 정부에 의한 강제 조정과 법 규정에 따라 좌지우지될 경우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등 국제분쟁 대상이 될 소지가 매우 높다"고 꼬집었다. TF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하도급 관행도 개선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TF 현장조사 결과 92.3% 이상의 중소업체와 90% 이상 유통 납품 업체가 "전년에 비해 거래 관행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유통 납품 업체에 피해를 유발해왔던 인테리어 비용 전가의 경우 지난해보다 60%나 감소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에게 부담이 돼왔던 가맹 위약금 부담액도 전년 대비 65.1% 줄어들었다.
이 같은 성과에 대해 TF에서는 현 정부 출범 후 경제민주화 핵심 개혁과제 입법이 속속 마무리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는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 20개 중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규율·신규 순환출자 금지·불공정 하도급 특약 금지 등 13개를 완료한 상태다. 하도급 대금 미지급 문제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적극 해소하라고 직접 지시를 내리면서 그 결과 올해 미지급 대금 2004억원이 중소기업에 지급되기도 했다.
[남기현 기자 /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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