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세일을 알리지 말라"..샤넬의 이상한 'On Sale'
22일 업계에 따르면 샤넬은 지난주 말을 기점으로 지난 시즌과 올해 나온 신발과 의류 품목에 대해 30~50% 세일에 돌입했다. 지난 11월 1일부로 신발 가격을 내린 후 연말세일 명목으로 또다시 가격 인하에 나선 것이다.
이번 세일은 백화점뿐 아니라 면세점까지 모든 공식 채널에 걸쳐 진행하는 것이어서 더욱 이례적이다. 주요 할인 상품을 취재해보니 100만원을 호가하는 샤넬의 트레이드마크인 퀼팅엠보 처리된 하이힐 제품은 롯데면세점에서 50% 할인해 50만원이 안되는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다. 의류는 올해 제품의 경우 30%, 작년 제품은 50%까지 싸게 팔았다. 올해 나온 신상품 풀오버 스웨터는 원래 가격이 180만원대였지만 30% 할인된 126만원에 판매됐다.
연말에 재고 정리 차원에서 세일을 하는 것은 특이한 일이 아니지만 샤넬의 경우 신발과 의류 제품 가격을 이미 지난 11월 1일부로 한 차례 내린 바 있기 때문에 한 달여 만에 추가 세일에 나서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샤넬 판매가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가장 인기 있는 가방 제품의 경우 지난 3월 환율을 이유로 20%나 가격을 내렸다가 지난 11월 1일 다시 최대 7%까지 인상했지만 여전히 예전에 비해선 가격이 낮은 상태다. 상대적으로 덜 팔리는 신발 등은 11월 가격 인하를 단행한 지 얼마 안돼 또 세일에 들어간 것이라 누적 할인 폭이 더 크다.
그러나 유독 한국에서 샤넬은 세일을 한다는 것 자체를 드러내고 싶지 않아 한다. 실제로 지난주 말 서울 강남과 도심 한 백화점 샤넬 매장을 찾았지만 직원들은 '세일 중'이라고 굳이 먼저 안내하지 않았다. 고객이 먼저 "세일하는 것을 알고 왔다"고 이야기하고서야 매장에 디스플레이된 것 일부를 보여주고, 제품이 더 많은 매장 뒤편 창고로 데려가는 방식이다. 이는 매장 입구부터 'Mark Down(가격 할인)'이나 '20~30% 할인' 등을 고시하는 다른 브랜드와는 확연히 다른 전략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샤넬은 노세일 브랜드'라는 한국 시장에서의 이미지를 고수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매장 직원은 "가장 높은 등급의 VIP 고객들에겐 이미 지난주 월요일부터 세일 공지가 나갔고 미리 물건을 빼두기도 했다"면서 "세일 정보를 듣고 온 일반 고객들에 대한 세일은 사실상 지난주 말부터였다"고 말했다. 신발과 일부 의류의 경우 가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기 때문에 소문을 들은 고객들이 매장을 찾았지만 사이즈 등이 넉넉하게 확보되지 않아 발길을 돌리는 상황도 빈번했다.
한 고객은 "이미 VIP용으로 다 빼놓고 나머지만 일부 푼 것 같다"면서 "이럴 거면 뭐하러 세일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박인혜 기자 /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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