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우의 영감대] 톰 하디, '레전드'급 내한 행보였다 전해라

정시우 입력 2015. 12. 21. 07:3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텐아시아=정시우 기자]

톰 하디

이태원 찍고, 홍대 찍고, 경복궁 들렸다, 롯데시네마 건대입구까지! 그야말로 신출귀몰이었다. 혹자는 ‘톰분서주’라 했고, 누군가는 ‘톰 하디 한반도 밀입국 발발 사건’이라 했다. ‘매드(미친) 맥스’ 뺨치는 행보를 보여준 주인공은 할리우드 스타 톰 하디. 주말 온라인은 이 남자 덕분에 뜨겁다 못해 즐거웠다.

톰 하디의 한반도 상륙이 알려진 건 19일. 그가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모노톤즈 공연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되면서 내한 소식이 고개를 들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합성 사진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제법 많았다. 하지만 각종 SNS에 톰 하디를 목격했다는 제보가 속속 올라오면서 의심은 확신으로 변해갔다. “톰 하디가 이태원에서 솜사탕을 먹고 있더라” “홍대 라운지 바에 왔더라” “경복궁에서 신선놀이 하더라” 등의 구체적인 후기와 사진이 전해지며 급기야 서울 전역엔 한때 ‘톰 하디 출몰 주의보’까지 내려졌다. 특히 경복궁에서 그가 한복 입은 처자들과 찍은 사진은 초현실주의 화풍을 보는 듯한 인상까지 안겼다.

톰 하디 행보의 화룡점정은 20일 일요일 늦은 밤에 장식됐다. 자신의 출연작 ‘레전드’ 무대 인사를 긴급 타진한 것. 영화 관계자에 따르면 톰 하디는 ‘레전드’가 한국에서 상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에이전시를 통해 배급사 쪽에 먼저 연락을 취했다. 갑작스러운 톰 하디의 연락에 배급사는 긴급대책회의에 들어갔다는 후문. 그렇게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밤 11시 35분, 11시 50분, 11시 55분 3회 ‘레전드’ 상영이 확정됐다. 물론, 3회는 모두 빠르게 매진됐다.

톰 하디 인스타그램

그가 주연을 맡은 ‘레전드’는 비틀즈와 함께 60년대 런던의 아이콘이자, 전설로 남아 있는 ‘크레이’ 쌍둥이 형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 영화에서 톰 하디는 1인 2역을 맡아, 마치 두 사람이 연기하는 듯한 놀라운 연기를 보여줬다. 톰 하디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관객들에게 그리 큰 응답을 받지 못하고 있었던 상황. 그러나 (본의 아니게) ‘톰 하디 주최, 톰 하디 연출, 톰 하디 주연’이 돼버린 20일 밤 무대인사로 인해 ‘레전드’는 짧은 시간이나마 ‘심폐소생’했다.

톰 하디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것으로 알려진다. 현대카드에서 제공하는 편의를 누리다가 돌아갈 수도 있었겠지만, 그의 행보는 여타의 스타와는 확연히 달랐다. 팬들과의 만남을 직접 시도했고, 진심으로 즐겼다. 톰 하디는 ‘레전드’ 무대인사 뒤에도 바로 돌아가지 않고 남아, 늦은 새벽까지 팬들과 일일이 ‘아이컨택’을 하며 사진을 찍었다는 후문이다. 톰 하디는 자신을 알아보는 한국의 팬들에게 새삼 감흥을 받아 이 같은 깜짝 이벤트를 한 것일까. 확실한 건 그가 보여준 팬 서비스는 할리우드 스타 내한의 새 역사를 썼다는 점이다.

톰 하디, 롯데시네마 건대점 무대인사

그로인해 아주 짧은 순간이긴 하지만 냉대 받던 영화 ‘레전드’는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리고 아마도 그의 이러한 행보로 인한 수혜는 내년 1월 14일 개봉하는 영화 ‘레버넌트’가 크게 받지 않을까 예상된다. 톰 하디에 대한 호감이 ‘레버넌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레버넌트’ 배급사 20세기폭스 입장에서는 시쳇말로, 손 안대로 코 푼 격이다. 생각해보자. 할리우드 스타의 방한에 드는 노력과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스타가 한번 움직이면 그에 따라 수십 명의 스태프들이 함께 움직이기에 비용은 억 단위를 상회한다. 게다가 자잘하게 신경 써야 할 스트레스가 한두 가지가 아닌데, 홍보효과마저도 이전처럼 크지 않아 스타의 내한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영화인들이 적지 않다. 그런 행사를 톰 하디는 자신의 의지로, 그것도 아주 인상적으로 대가 없이 해 버린 셈이다.

톰 하디의 이런 예측 불가한 매력적인(?) 행보를 두고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톰하디스럽다]는 신조어를 만들자는 진담 같은 농담까지 등장했다. ‘소리 소문 없다. 뜬금없다. 비밀스럽다’를 의미하는 [톰하디스럽다]는 그를 향한 팬들의 사랑을 대변하는 말이자, 그가 다시 한국을 뜬금없이 찾아주길 바라는 바람의 목소리일 것이다. 조만간 그가 ‘톰하디스럽게’ 한국을 다시 찾아 ‘뉴스룸’에서 일기예보를 해 주길 뜬금없이 기대해본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 SNS, 영화 ‘레전드’ 스틸

<ⓒ “텐아시아” 무단전재 재배포금지>

Copyrigh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