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탓 기억력 감퇴 '이젠 옛말'

원호섭 2015. 12. 1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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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 전기자극줘 기억 되살리는 임상 '성공적'기억력 140% 향상..자폐증 부작용 해결과제
기억력 감퇴는 노화의 필연적인 결과물로 인식돼왔다.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가물가물해지는 기억력. 기억력 감퇴는 불치병과 같았다.

하지만 최근 뇌 전기 자극을 통한 기억력 회복 실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기억력도 치료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원숭이나 쥐 등의 동물실험에서 이미 밝혀졌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0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신경과학 연례회의에서는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두 건의 임상 연구결과가 소개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계획국(DARPA)이 외상으로 인해 장기기억에 손상을 입은 군인들을 돕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이번 연구에 따르면 뇌에 전기자극을 줄 경우 기억력이 최대 140%까지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어도어 버거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생명공학과 교수 연구진은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를 재현해 기억력을 일부 증진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뇌의 '해마'에 보관되는 단기기억은 전기신호와 함께 장기기억으로 전환된다. 해마에 있는 'CA3' 지역에서 'CA1'으로 전기신호가 전달되면서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전기신호를 재현해 보기로 했다. 일반인의 뇌에 전극을 심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연구진은 뇌전증(간질) 치료를 위해 뇌에 전극을 넣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뇌전증은 뇌에 비정상적인 전기신호로 인해 경련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데, 적절한 전기자극을 주면 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연구진은 12명의 뇌전증 환자에게 그림을 보여준 뒤 90초 동안 기억을 하도록 했다. 환자들이 기억을 더듬는 동안 해마의 CA3와 CA1에서 나타나는 전기신호의 패턴을 기록했다. 이 전기신호는 실험자가 본 그림이 장기기억으로 변환되는 과정인 셈이다. 이후 연구진은 CA3가 손상된 환자의 뇌에 이 전기신호를 가하자 기억력이 향상되는 것을 발견했다. 버거 교수는 "여성 뇌전증 환자의 뇌를 자극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며 "향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방법을 임상시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은 뇌의 내측 측두엽을 자극함으로써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다니엘 리주토 펜실베이니아대 신경과학연구소 교수는 28명의 뇌전증 환자들에게 단어를 외우게 한 뒤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의 일정한 패턴을 발견했다. 이 패턴을 기반으로 환자가 단어를 기억해 내지 못할 때 내측 측두엽을 자극했다. 내측 측두엽 안에는 기억과 연관된 해마가 있다. 연구진은 "기억력을 최대 140%까지 향상시킬 수 있었다"며 "뇌가 갖고 있는 기억에 대한 원리를 이해하지 못해도 안전성과 효능이 확인되면 치료법으로 개발할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뇌에 인위적인 전기자극을 가해 기억력을 향상시킨다는 생각은 이미 40년 전부터 가설로 알려져왔다. 뇌 세포에 전기자극을 가하면 뇌 활동과 관련이 있는 신경망의 연결고리가 단단해지는 것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인간이 뇌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극히 제한적인 만큼 전기자극이 뇌 신경망에 미치는 영향을 먼저 알아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라종철 한국뇌연구원 뇌신경망연구부 책임연구원은 "뇌의 신경 연결망인 '시냅스'를 흥분시키면 흥분성 시냅스와 억제성 시냅스의 균형이 깨지면서 자폐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며 "전기자극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연구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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