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승 "2015년,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한 해"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2015. 12. 1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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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를 드라마라고 한다면, 올해의 이현승(32·두산) 만큼 극적인 인물도 없었다.

5선발을 꿰차기 위해 스프링캠프를 보냈다. 경쟁에서 승리하고도 시범경기 도중 왼손 중지 골절로 낙마했다. 재활 끝에 6월 다시 1군 마운드에서 올라 중간계투로 뛰었다. 이후 새 마무리로 발탁됐다.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에 마무리로 마운드를 지켰고, 프리미어12에서는 대표팀 마무리로 활약하며 또 한번의 우승을 맛봤다. 절망으로 시즌을 맞았지만, 대희망 속에 시즌을 마감한 롤러코스터의 한해를 보냈다.

이현승은 12월 들어 비로소 여유를 갖고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에는 다섯살배기 딸 효주를 데리고 키즈카페를 찾아 오랜만에 아빠로서 전력 투구를 했다. 가족과 함께 하던 이현승의 시간을 잠시 빼앗았다.

■“주변환경 덕분에 나도 커졌다”

이현승은 두산 마무리라는 굳건한 타이틀을 얻어 겨울을 보내고 있다. 뒤늦게 마무리로 가세하고도 3승1패 18세이브에 2홀드 평균자책점 2.89로 빛나는 성적을 거뒀다. 지난 시즌을 시작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선수가 돼있다.

이현승은 “운이 좋았다”는 말부터 꺼냈다. “팀 성적이 먼저 나면서 나도 달리 보여진 것 같다”며 “포스트시즌이란 큰 무대에서 던질 수 있었던 것과 생각지도 않게 프리미어12에서 대표팀이 우승하는 과정에서 던질 수 있었던 것이 내게는 행운이었다”고 했다. 이현승은 “그런 무대에서 던지며 뭐랄까, 더 크게 보여진 것 아닌가 싶다. 보는 시각이 달라지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이현승은 프리미어12에서도 기다리지도 않았던 ‘기회’가 연이어 찾아왔다고 했다. 예컨대 일본과 준결승전에서도 4-3으로 경기를 뒤집은 9회말 등판한 정대현(롯데)이 경기를 끝내는 수순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정대현이 2사 뒤 나카타 쇼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을 기회가 자신에게 넘어왔다는 것이다. 이현승은 대타 나카무라 다케야를 3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경기를 끝냈다. “대현이 형이 끝내는 상황이 내게 오곤 했다. 그런 상황이 나를 만든 것 같다”고 했다.

■“마무리로 얻은 나도 몰랐던 힘”

이현승은 지난 시즌 전까지 통산 6세이브를 거뒀을 뿐이다. 전문 마무리로 올해 첫 경험을 했다.

이현승은 팀 안팎에서 호평을 받았다. 마무리로 첫 대전경기를 치르면서는 홈팀 김성근 한화 감독으로부터 “실제 보니 TV로 봤을 때보다 구위가 훨씬 좋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이현승 스스로 구속과 구위를 변화를 느끼고 있다. 실제 이현승은 마무리로 뛰면서 140㎞ 후반대까지 찍고 있다. 당시 대전경기에서는 148㎞짜리 직구를 승부구로 쓰면서 한화 벤치의 계산을 흔들었다.

이현승은 “위기 상황이면 나도 모르는 힘이 나오는 것 같다. 구속을 더 올려 던지려는 것은 아닌데, 그런 상황이 돼면 나도 모르게 스피드가 올라온다. 그 이유를 따지자면 내 스스로 조금 난감하기도 한데 던지는 것에는 차이가 없는데도 구속이 더 올라온다”고 했다.

선발투수가 짧은 이닝을 던지는 마무리로 전환하면 아무래도 공 하나 하나에 더욱 힘을 들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게 이현승의 얘기다. 이현승은 마무리로 새로운 체험을 하며 또 다른 자신도 발견했다.

■“내 마음을 울린 벤치 목소리”

사실, 시즌 시작 전부터 큰 부상을 입어 마음 편할 날 없는 한 시즌이었지만 그래도 자신감을 갖고 공을 던질 수 있었던 것은 벤치서 들려오는 든든한 목소리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현승은 올해 김태형 감독으로부터 쓴소리를 들은 게 딱 한번 뿐이라고 한다. 지난 8월7일 넥센전에서 1이닝 5실점을 했을 때였다. 이현승은 경기 끝난 뒤 김 감독에게 “죄송합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 뒤로 김 감독은 이현승에게 단 한번도 피칭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고 한다.

이현승이 김 감독의 의중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기사를 통해서였다.

니퍼트가 복귀할 즈음에는 “니퍼트가 돌아와도 마무리는 이현승”라는 목소리를 간접적으로 들을 수 있었고, 이후로 포스트시즌까지 가끔 부진했을 때도 “이현승 구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김 감독의 얘기를 또 전해들었다.

이현승은 “그런 말씀이 선수로서 큰 힘이 됐다. ‘감독님이 나를 믿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책임감이 커졌다”고 했다.

■“지난 봄의 캠프를 다시 본다”

이현승은 이제 두산의 확실한 주전 마무리 투수다. 통상적이라면 내년 캠프에서는 2월말께 실전 마운드에 오르도록 페이스를 맞추면 된다.

그러나 이현승의 생각은 다르다. 이현승은 내년 캠프에서도 가급적 공을 많이 던질 생각이다. 이현승은 지난 시즌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그러다 보면 지난 봄 캠프가 보인다. 이현승은 어느 때보다 많은 공을 던졌다. 5선발 경쟁을 위해 100~120개까지 투구수를 끌어올렸다.

이현승은 “사실, 정답은 없다. 그런데 올해 잘 했으니 이전 캠프를 더듬어보게 된다.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에 비슷하게 맞춰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현승이 그 중에서도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체력이다. 올해를 잘 보낸 것이 시즌 초반 예정에 없던 휴식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이에 오는 22일부터 잠실구장으로 나가 체력 보강에 중점을 두고 움직일 생각이다.

내년에는 더 큰 무대가 기다리고 있을지 또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FA(자유계약선수) 자격도 얻는다. 이래저래 꿈이 커졌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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