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천재' 하뉴, 그 뒤에는 일본이 있었다

취재/성진혁기자 2015. 12. 14.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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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한국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막을 내린 2015~2016 ISU(국제빙상경기연맹) 그랑프리 파이널. 하뉴는 남자부 프리 스케이팅에서 219.48점을 받아 쇼트 프로그램 점수(110.95점)를 더해 330.43점으로 우승했다. 지난달 그랑프리 시리즈 6차 대회(NHK 트로피) 때 남자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300점을 돌파(322.40점)하더니, 다시 경이적인 점수로 정상에 올랐다.

하뉴는 2009~2010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과 주니어 세계선수권 등을 석권하며 재능을 드러냈다. 2012년 세계선수권에서 3위를 하고 난 다음엔 캐나다 토론토로 건너가 브라이언 오서 코치의 지도를 받기 시작했다. 이번 그랑프리 2위인 스페인의 하비에르 페르난데스(292.95점)도 오서 코치의 제자다.

▶日 남자 피겨 하뉴 유즈루, 쇼트프로그램 역대 최고점

코치는 완급 조절 훈련 시켜 불필요한 체력 소모 줄여나가

하뉴는 어려서부터 천식이 있어 심폐 기능이 강한 편이 아니었다. 주니어 때부터 연기 시간이 긴 프리 스케이팅을 하고 나선 가쁘게 숨을 몰아쉬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오서 코치는 불필요한 체력 소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하뉴를 가르쳤다고 한다. 덕분에 하뉴는 완급을 조절하는 요령을 몸에 익힐 수 있었다.

胃의 반응 늦고 小食하는 습관… 영양사 등이 글루타민 섭취 늘려

식습관을 바꾼 것도 효과가 있었다. 하뉴는 원래 밥을 두어 숟가락 뜨는 둥 마는 둥 하는 정도의 소식(小食)을 했다. 누가 옆에서 챙겨주지 않으면 종종 끼니를 거를 정도였다고 한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선수단의 영양사가 하뉴를 관찰한 결과 위의 반응이 보통 사람보다 상당히 늦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뉴는 소화를 도우면서 근육 강화에 효과가 있는 글루타민을 먹으면서 음식 섭취량을 늘렸다. 일본의 식품 회사인 아지노모토사가 일본 선수단을 지원했으며, 하뉴는 특별 관리 대상이었다. 대한빙상연맹 관계자는 "일본의 과학적이고 철저한 선수 관리 덕에 하뉴가 운동 선수로는 큰 약점을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뉴는 작년 2월 소치 올림픽에서 일본 남자 선수로는 처음 우승한 데 이어 작년 3월 세계선수권까지 제패했다. 그랑프리 파이널에선 사상 첫 3연속 우승을 일궜다. 그가 어려서 우러러봤던 예브게니 플루셴코(러시아)가 통산 최다 우승 기록(4회)보유자다. 그랑프리 시리즈의 '왕중왕'을 가리는 이번 대회 남자 싱글 부문엔 출전자 6명 중 3명이 일본 선수였다. 하뉴가 1위, 우노 쇼마가 3위, 무라카미 다이스케가 6위를 했다. 여자부에서도 미야하라 사토코가 2위, 아사다 마오가 6위를 했다.

지난달 300점 첫 돌파하더니 이번에 또 스스로의 기록 넘어서

하뉴는 지난달 28일 끝난 ISU(국제빙상연맹) 그랑프리 시리즈 6차 대회(NHK 트로피·나가노)에서 322.40점이라는 역대 최고점으로 1위를 했다. 쇼트 프로그램(106.33점)과 프리 스케이팅(216.07점) 점수도 세계 최고 기록이었다. 하뉴의 322.40점은 캐나다의 패트릭 챈(25)이 갖고 있던 종전 역대 최고점(295.27점)을 27.13점이나 넘은 것이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280.09점으로 우승했던 하뉴가 이번에 322점이라는 경이적인 점수를 받은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그가 기술적·예술적으로 거의 완벽에 가까운 경기를 했다고 분석했다. 우선 앞선 국제대회에서 총 2~3번쯤 구사하던 고배점 4회전 점프를 총 5번(쇼트 프로그램 2번+프리 스케이팅 3번)으로 늘렸다. 이 점프는 어려울 뿐 아니라 체력 부담이 커서 톱클래스 선수도 3회 정도 실시하는 것이 보통이다. 점프 외에 스핀·스텝 등 기술 과제는 물론이고 예술성도 역대 최고였다. 프리 스케이팅의 작품 해석 부문에선 심판 9명 중 6명이 10점 만점을 줬을 정도다.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통산 세계선수권 3회 우승자인 러시아의 예브게니 플류셴코는 전성기 때 '4회전 토루프+3회전 토루프+3회전 루프 콤비네이션'이라는 초인적 기술을 선보였다. 하지만 그의 개인 최고점(261.23점·2012 유럽선수권)은 지금의 하뉴와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사상 첫 300점 넘은 '열도의 피겨 괴물'

한국 선수들의 공통적 약점은 '스케이팅의 기본기'

'피겨 여왕' 김연아의 스승이었던 신혜숙 코치는 "김연아의 성공 이후 피겨를 하려는 국내 남자 선수가 늘고는 있지만, 상급자 수준은 아직 5~6명뿐"이라면서 "피겨 스케이팅이 국민적인 인기 스포츠인 일본은 우수한 선수 수백명이 경쟁한다"고 말했다.

국내 피겨 지도자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지난주에 1990년대 일본의 아이스댄스 선수 출신이면서 ISU 심판인 다나카 히로시씨를 초청해 국가대표와 상비군 격인 선수들을 대상으로 일주일간 강습회를 열었다. 히로시씨는 한국 선수들의 공통적인 약점으로 꼽히는 스케이팅 기본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기인 연맹 부회장은 "피겨 선수와 지도자층, 아이스링크 같은 인프라, 활발한 국제대회 유치, 기업 후원, 국민적인 관심 등 일본의 선진 시스템이 하뉴처럼 특출한 선수들을 배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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