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강남 한복판 노른자위 땅..30년 넘게 독점 임대?

김정우 기자 2015. 12. 1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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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이사장은 계열사 사외이사로

● 구청 땅이에요? 백화점 땅 아닌가요?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옆에 붙어 있는 공영주차장. 주소를 따서 ‘압구정 428 주차장’이라고도 부릅니다. 현대백화점을 찾은 적이 있다면 이곳에 주차를 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텐데요. 월요일 아침 직접 주차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이른 시간이지만, 차를 세워둔 뒤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주차관리인에게 물어보니 주말이 되면 한바탕 ‘주차전쟁’이 벌어진다고 합니다. 고객의 수가 늘어나니 주차 공간이 부족한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그렇다면 이 주차장은 백화점의 소유일까요? 시민들의 생각을 물었습니다. “백화점 땅 아닌가요?” “강남구청 소유로 알고 있습니다.” “서울시 땅일 텐데요.” 30여 분간 만나본 시민들에게서는 다양한 답변이 쏟아졌습니다. 정리를 해보면 주로 압구정동 인근 주민은 ‘강남구’를 다른 지역 주민은  ‘백화점’과 ‘서울시’를 땅 주인으로 꼽았습니다. 그렇다면 실소유자는 어디일까요? 바로 강남구청입니다.

원래 이 주차장은 서울시 소유인데 강남구가 지난 2005년부터 5년 동안 분할 매입해 2010년이 돼서야 소유권이 강남구에 완전히 넘어갔습니다. 주인이 한 번 바뀐 셈이죠. 그런데 주인이 한 번 바뀌고 강산이 3번 바뀔 동안 이 땅을 실질적으로 운영한 곳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짐작한 대로 압구정 현대백화점입니다. 압구정 현대백화점은 문을 연 지난 1985년 이후 30년 넘게 이 주차장을 사실상 백화점 전용 주차장으로 이용해 왔습니다. 그러니 이 땅을 백화점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겠죠.

강남 한복판 노른자위 땅. 무려 4천평이 넘는 이 땅을 30년 간 한 기업이 독점적으로 이용했다? 결국 ‘특혜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습니다.

● “고객 편의와 일대 교통 혼잡을 막기 위해 고비용 감당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측에 직접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담당직원은 이미 이 문제에 이골이 난 듯 보였습니다. 일목요연하게 백화점의 입장을 전달해 줬습니다. 요약하자면 “고객 편의와 일대 교통 혼잡을 박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고비용을 감당하고 있다. 특혜라고 볼 수 없다”였습니다. 강남구가 임대료 수준을 지금보다 높이면 더 이상 계약이 힘들 수도 있다는 뉘앙스로 말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강남구는 지난 2011년부터 연간 26억 원이 넘는 임대료를 받기로 하고 백화점과 계약했습니다. 적은 돈이 아니죠. 계산을 해보니 주차장을 연중무휴 24시간 운영한다고 해도 저 액수를 벌어들이기는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지난 2000년부터 10년 동안은 연간 10억 원의 임대료를 지불했으니 2배가 넘게 오른 것입니다. 우는 소리를 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런데 바꿔 말하면 백화점은 하루아침에 치솟은 임대료를 군말 없이 받아들인 셈입니다. 이 주차장이 없다면 백화점 운영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백화점 자체 주차장은 지하 두 개 층 규모. ‘압구정 428’ 주차장은 400대에 가까운 차량을 주차할 수 있습니다. 이 주차장이 없다면 백화점으로서는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백화점의 명운을 걸고 주차장을 사수해야 하는 입장인 것이죠.

문제는 또 있습니다. 주차장 소유권이 서울시에서 강남구로 바뀌는 과정에서 임대료가 10억→26억 원으로 치솟았습니다. 강남구는 전문기관에 의뢰한 적정한 결과라고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그 동안은 ‘헐값 계약’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 잇따르는 특혜 의혹…이사장은 사외이사 취임

현재 특혜논란의 한 가운데에는 강남구 도시관리공단 전직 이사장 A씨가 있습니다. 강남구청은 주차장과 관련해 잡음이 끊이질 않자 지난해 1월 주차장 운영권을 산하 공기업인 도시관리공단에 넘깁니다. 논란의 중심에서 빠져나가겠다는 계산이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논란이 시작됩니다.

도시관리공단이 6개월 간 자체적으로 주차장을 운영하다 수익 감소를 이유로 다시 민간에 주차장 운영을 맡기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공단이 주차장을 운영해서는 현대백화점이 매년 지불하는 26억 원만큼을 도저히 벌어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결국 지난해 9월 주차장은 다시 현대백화점의 품으로 돌아갑니다.

어찌 보면 타당해 보이는 결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강남구가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A 전 이사장이 기존 5분당 300원이었던 주차요금을 200원으로 낮춰 받아 운영을 했고, 이를 토대로 수익 감소를 예상한 것입니다. 주차요금을 낮췄으니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강남구는 A 전 이사장이 업무상 배임을 저질렀다고 판단해 경찰에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A 전 이사장은 이 부분에 대해 일부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게다가 공단은 운영권을 민간에 넘기는 과정에서 그 방식을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공단이 직접 운영자를 결정하겠다고 한 것인데요. 강남구는 법무법인 등의 자문을 받아 ‘수의계약’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공단은 강행했고 결과는 위에서 말씀드린 듯 현대백화점의 승리로 끝이 납니다.

취재 과정에서 A 전 이사장을 직접 만나보려 했지만 이미 퇴직을 한 뒤였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A 전 이사장이 지난 5월 현대백화점 계열사의 사외이사로 취임한 사실이 확인 된 것입니다. A 전 이사장은 “주차장 운영권 문제와 사외이사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 ‘콩이니 팥이니’ 설명하고 싶지 않다”고 밝혀 왔습니다.

하지만 주차요금을 낮춰서까지 주차장 운영권을 현대백화점에 주고 퇴직한 뒤, 수많은 곳 가운데 유독 백화점 계열사 사외이사로 취임한 사실을 ‘오비이락’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 수익을 올려야 하나? 구청은 장사하는 곳 아니야

취재를 하면서 여러 의문이 생겼습니다. “백화점이 아니면 그 땅을 실질적으로 운영할 곳이 없을뿐더러 다른 용도로 쓴다고 한들 매년 26억을 벌 수 있겠느냐?”라는 것이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강남구도 백화점도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청은 수익만을 추구하는 곳이 아닙니다. 공영주차장은 원래 ‘학교부지’였습니다. 학교를 지으려다 주변 여건 등을 고려해 주차장으로 이용해 온 것입니다. 지상에 공원을 세우고 지하에 주차장을 만드려다 유야무야 된 적도 있습니다. 인근 주민들은 언젠가는 강남구가 이 땅을 원래 구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강남구가 조만간 주차장 임대료를 다시 높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주차장의 주인이 바뀌어 강남구가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게 될 지, 아니면 백화점이 다시 이 땅의 주인이 될 지 관심이 주목됩니다.     

김정우 기자fac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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