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설문조사] 지방 주담대 억제案 "일정대로" vs "유예후 시행" 팽팽

송기영 기자 2015. 12. 1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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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지방 주택담보대출 관리 강화 필요하다” 의견 일치
주택담보대출 강화심사 가이드라인, 유예 기간 필요하다는 의견 우세

정부가 내년 1월부터 사실상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지방으로 확대하려던 계획을 유예키로 하면서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의지가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이런 조치는 대출 규제 강화로 부동산 경기가 냉각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은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하우스푸어 양산 등 오히려 후유증을 남길 수 있어 당초 계획대로 대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일각에서는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총선)를 앞두고 표밭 관리에 나선 청와대나 정치권의 압박에 정부가 무릎을 꿇었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온다. 이에 조선비즈는 경제전문가 30인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했다.[편집자주]

“어려운 경제상황을 고려해 유예한 뒤 시행해야 한다” vs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

경제전문가들의 의견은 팽팽히 엇갈렸다.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이견이 없었으나 ‘경기침체 상황을 고려해야 하느냐’는 물음에는 진영이 둘로 나뉘었다.

13일 조선비즈가 학계, 금융계, 부동산업계, 법조계 등 각계 전문가 30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지방에도 당장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과 유예 기간을 둔 뒤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반으로 갈렸다.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하려는 가계부채 관리강화 방안은 분할상환 대출 정착 및 소득심사 강화로 요약된다. 이자만 내는 기간인 거치기간은 1년으로 단축하고 되도록이면 원금도 나눠 갚는 분할상환 대출을 유도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소득 심사 강화를 위해 수도권에만 적용하던 DTI보다 강화된 DSR을 전국에 도입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지방에 적용하는 것은 유예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 논란이 일고 있다.

DSR은 차주의 모든 대출 상환 부담을 산정해 대출금 상한을 두도록 규제하는 제도다. 주택담보대출 외의 기타대출은 이자 부담만 적용해 대출 상환 능력을 산정하는 DTI보다 좀더 강화된 규제다. 금융당국은 DSR이 80%를 넘는 차주에 대해 대출금 일부의 상환을 유도하거나, 신규 대출을 제약하는 방안을 도입하기로 했다.

◆ “가계부채 강화책 유예후 시행”, “일정대로 시행”보다 다소 앞서

이번 설문조사에서 ‘경기침체 등을 감안해 가계부채 관리강화 방안을 유예한 뒤 시행하자’는 절충안을 제시한 전문가가 14명(47%)으로 ‘가계부채 관리강화 방안을 일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전문가 12명(40%)을 다소 앞섰다. 이처럼 절충안이 다소 우세했던 것은 경기 침체가 상당기간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밖의 응답은 ‘경기부양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할 시점이 아니다’(1명), 기타(3명) 등이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계부채 문제는 내수 경기나 주택 시장 등 다른 경제 문제와 연결해 복합적으로 봐야 한다”며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국내 경기 침체를 감안할 때 일정 기간 유예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엄근용 건설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미국의 금리 인상과 가계부채 규제 강화가 동시에 작용하면 급격한 주택 수요 위축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이 주택구입이 목적이 아닌 생계형대출”이라며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갑자기 강화하면 건설 경기가 더 침체돼 생계형 대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 국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인위적으로 건설경기를 지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재 주택시장 상황을 봤을 때 규제 강화 방안을 즉시 적용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휘정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 수준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선제적 관리가 필요한 상황으로 여겨진다”며 “규제 강화는 이미 예고됐던 것이라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다. 적용 시점을 연기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했다. 김용태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도 “가계부채의 축소를 유도하거나 관리를 강화하지 않으면 경제파국 위험이 더 커지게 된다”며 선제적인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 지방 주담대 규제 강화 한 목소리… 시행 시기는 “유예 vs 일정대로” 엇갈려

전문가들은 지방에도 DSR 규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적용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양분됐다. ‘일정 기간 유예 후에 적용하자’는 응답과 ‘예정대로 내년부터 적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각각 12명으로 갈렸다.

유예기간을 두자는 전문가들은 서울·수도권과 달리 DTI 적용을 받지 않았던 지방에 DSR을 도입하면 자칫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경원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는 “지방 주택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대응책이 필요하다”면서도 “현 경제 여건상 지방에 DSR을 도입하는 것은 당분간 유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선보 법무법인 한솔 변호사도 “DTI를 적용하지 않던 지방에 갑자기 DSR을 적용하면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DSR 규제를 적용하되 경기 상황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반면 일정대로 시행하자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지방 부동산시장이 과열 양상이라 선제적인 관리 차원에서라도 규제 강화가 시급하다는 의견을 냈다.

김태준 동덕여대 경영경제학부 교수는 “DSR 규제는 기존 주택담보대출에 소급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신규 대출에만 적용하기 때문에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예정대로 지역과 상관없이 DSR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진 금융연구원 가계부채센터장도 “지방 부동산 과열이 심각하다”며 “DSR을 예정대로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DSR은 각 지역별 주택시장 상황에 따라 선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DSR을 도입하되 참고 지표로만 활용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 연구원의 연구위원은 “주택 시장 침체기에 규제를 강화해선 안된다”며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를 주문했다. 지방에 DSR을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1명 있었다.

설문조사에 응해주신 분들(가나다 순):
김성태 KDI 연구위원, 김열매 현대증권 연구위원, 김용태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 김재언 KDB대우증권 부동산 컨설턴트, 김진성 KB경영연구소 연구위원, 김종술 대전대 경영학과 교수,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김태준 동덕여대 경영경제학부 교수, 김형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 변선보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 박종관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부장,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송두한 농협금융연구센터장, 신민영 LG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양성돈 서울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엄근용 건설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 유경원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수석 이코노미스트, 윤창현 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 이헌욱 법무법인 정명 변호사, 이휘정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연구실장, 임진 금융연구원 가계부채센터장, 최진석 NH투자증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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