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금리인상 유력..글로벌 경제 영향은

박일경 2015. 12. 1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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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미국이 이번 주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15~16일 예정된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하지 않으면 오히려 시장의 충격이 클 수 있다.

13일 아메리칸 프라이벗 웰스의 카시프 아메드 사장은 CNBC에 “우리는 이것이 일어날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금리 인상과 관련 “지구가 끝나는 이벤트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긴장의 끈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메드 사장은 “거의 10년 만에 이뤄지는 첫 금리 인상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변동성이 있을 수 있다”며 “이는 추세의 변화이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 완만하고, 점진적인 인상…“충격 크지 않을 듯”

가장 설득력이 있는 시나리오는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고 내년에도 점진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경우다.

그동안 연준은 줄곧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는 연준이 경제 상황에 따라 천천히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폴 애쉬워스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0.25% 포인트 올리고, 앞으로의 금리 인상 속도는 “이례적으로 점진적일 것”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연준은 ‘선제 안내(forward guidance)’를 통해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해왔다는 점에서 과거 1994년 금리 인상기와는 다를 것으로 예측된다.

연준은 1994년 2월에 사전 예고도 없이 기준금리를 올려 시장에 충격을 줬다.

이후 11월까지 금리는 6차례 더 인상돼 1년 만에 두 배인 6%까지 올랐다. 갑작스럽고 빠른 금리 인상은 결국 미국 국채가격을 폭락시켜 일명 ‘1994년 국채 대학살(bloodbath)’을 초래했다.

당시 10년물 국채금리는 2.3%포인트 급등해 8.1%까지 올랐다. 이에 따른 채권 원금 손실액은 23%에 달했다. 30년물 국채금리도 1.9%포인트 급등해 원금 손실액은 17%를 기록했다.

연준 위원들은 과거의 실수를 잘 기억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금리 인상은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동시에 연준은 2004~2006년 ‘신중한(measured)’ 속도로 금리를 올리겠다고 약속하면서 이 발언에 스스로 발목이 잡혀 회의 때마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린 당시를 반복하고 싶어 하지도 않을 것이다.

연준은 필요할 경우 전망을 바꿀 수 있다고 전제했지만, 결국 경기 움직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연준은 2004년 6월부터 2006년 6월까지 17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00%에서 5.25%까지 올렸다.

지난 9월 발표된 연준 17명 위원의 내년 12월 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1.375%였고, 2017년 말은 2.625%였다. 다시 말해 내년에 4차례, 2017년에 5차례의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분명 과거 금리 인상기보다는 이번 금리 인상이 훨씬 더 점진적이고 느릴 것을 시사한다.

다만 연준이 ‘점진적’이라는 표현에 발목이 잡히지 않기 위해 “경기 상황에 따라” 유연성을 발휘하겠다고 공언할 경우 앞으로 금리 행보에 대한 불확실성은 커질 전망이다.

◆ 금리 인상 없다…이번에는 “신용시장이 발목”

두 번째 시나리오는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거나 올려도 예상보다 인상 폭이 작은 경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조사한 바로는 현재 97% 가량의 전문가들이 12월 금리 인상을 점치는 상황이다.

따라서 만약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응답자의 82%가 연준의 신뢰도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통화정책회의 결과가 항상 예상대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지난 9월 FOMC 회의에서도 상당수 전문가가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점쳤다. 당시는 지금보다 확신이 강하지는 않았지만 시장의 기대는 컸다.

실제로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9월 회의가 ‘아슬아슬한(close call)’ 상황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미국의 고용 및 물가 지표는 연준의 금리 인상에 부합한다는 평가가 많았으나 결국 중국의 증시 폭락에 따른 글로벌 디플레이션 우려가 연준의 발목을 잡았다.

그리고 최근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부양책을 내놓았다. 그 결과, 유로화는 미 달러화에 대해 폭등했고 유럽증시는 폭락했다.

이번에도 금리 인상이 없다고 완전히 장담할 수 없다.

래리 맥도날드 소시에테제네랄(SG) 미국 매크로 전략 부장은 “외환시장의 불안과 신용 악화 등을 이유로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1일 CNBC에 출연해 위안화가 4년래 최저로 하락하고, 신용부도스와프가 확대되고 있다며 “고금리 신용시장, 신흥시장 부채, 레버리지 대출 등 신용시장의 약세는 매우 심각해 연준이 금리 인상을 거부하고 더 완화된 태도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아이쉐어즈 고금리회사채 ETF 가격은 11일 2% 이상 하락해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맥도날드 부장은 이 때문에 연준이 금리를 올린다면, 금리 인상 폭이 예상보다 작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상 폭이 0.25% 포인트가 아닌 0.10~0.15% 포인트 수준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 예상보다 빠른 인상…“신흥시장 위기 온다”

예상보다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를 수 있다.

연준 스스로 경제 지표에 따라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공언해왔기 때문이다. 미국의 고용과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빠르게 반등할 경우 연준의 빠른 금리 인상도 배제할 수 없다.

빠른 금리 인상은 2013년 신흥국의 통화 가치를 폭락시킨 ‘테이퍼 텐트럼’을 재현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현재 시장과 정책 당국과의 기대 심리는 이미 상당한 간극을 보이고 있다.

금리 선물시장의 트레이더들은 내년 12월 기준금리를 0.85%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연준 위원들의 내년 말 금리 전망치는 1.375%이다. 시장과의 괴리가 0.525% 포인트 가량 되는 셈이다.

쿤 어드바이저스의 스콧 랜디 금융자문관은 최근 CNBC에 “가장 큰 위험은 경제가 모든 이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하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놓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것이 더 빠르고 더 큰 폭의 금리 인상으로 끝날 경우다”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현재 신흥시장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지난 10년간 전 세계 시장에 풀린 대규모 유동성은 신흥국의 부채를 크게 증가시켰다.

중국의 성장 둔화와 원자재 가격 급락으로 인해 신흥국들이 이미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신흥국에서의 자본 유출과 통화 가치 하락을 촉발할 경우 신흥국의 부채 위기는 예상보다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골드만삭스는 앞서 신흥국의 부채 위기를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로존 재정위기에 이은 제3의 부채 위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는 유가 하락에 따른 볼리바르화 가치 폭락과 높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브라질은 최근 발표된 3분기 성장률이 -4.45%까지 떨어지는 등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다. 원자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남아프리카의 통화 가치는 이번 주 들어 8% 이상 폭락했다.

세계 경제의 엔진인 중국의 경기 역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중국 당국은 내년에 6% 중반대의 성장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내년 미국의 금리 인상보다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를 더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중국이 경착륙에 빠지면 이는 미국의 금리 인상보다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 역시 신흥국 위기가 증폭된다면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전문가들은 한국의 높은 가계부채와 비은행부문 기업부채 등은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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