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중산층입니까? 중산층이 되려면 소득이..

강상규 소장 2015. 12. 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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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120>중산층 소득 '2700만~7800만원'..근로자 절반 이상이 안 돼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행동재무학]<120>중산층 소득 '2700만~7800만원'…근로자 절반 이상이 안 돼]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당신은 중산층입니까?"

오늘날 중산층(middle class)은 가계소득을 기반으로 정의를 내린다. 즉 부(富)가 사람을 상류층-중산층-하류층으로 구분 짓는 세상이다. 그래서 중산층은 중간 소득층(middle income)을 일컫는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얼마의 소득을 벌어야 중산층으로 분류되는지에 대해선 통일된 기준이 없다. 그래서 "당신은 중산층입니까?"라고 질문을 하면 대부분 그냥 "아마 그렇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한다. 게다가 실제 빈곤층도 빈곤층이라고 말하기엔 창피하고 진짜 상류층도 상류층이라고 말하면 거만해 보일까봐 모두 중산층이라고 대답한다. 정말로 중산층인지 아닌지도 모른 채.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의 퓨 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는 미국의 중산층 인구 비중이 처음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져 미국의 중산층이 기반을 잃고 있다고 보도해 세간의 화제가 됐다.

퓨 리서치센터는 연간 가계소득 중간값(median)의 67%~200% 범위 내의 소득층을 중산층으로 정의했다. 여기에 가족 구성원수를 조정했다.

따라서 미국 4인 가족의 경우 연간 가계소득이 대략 4만9000~14만6000달러(5700만~1억7000만원)가 되면 중산층으로 분류된다. 3인 가족은 4만2000-12만6000달러(4900만~1억4700만원), 2인 가족은 3만5000~10만3000달러(4000만~1억2000만원)가 돼야 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미국 인구의 약 49.9%가 중산층으로 분류되고, 상류층과 하류층은 각각 21.1%와 29%를 차지한다.

그럼 우리나라에서는 얼마의 소득을 벌어야 중산층으로 분류될까?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3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2014년 2인 이상 가구의 연간 가계소득 중간값(median)은 3921만원이었다. 가계소득엔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재산소득(이자 및 배당 등), 이전소득(연금 및 실업수당 등)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 가운데 근로소득이 67%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여기에 퓨 리서치센터의 중산층 기준을 적용해 보면, 연간 가계소득이 대략 2700만~7800만원이면 우리나라에서 중산층으로 분류된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이 벌어들인 소득이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중산층 인구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참고로 2700만~7800만원은 통계청의 전체 가구 소득 5분위(한 분위=20%)에서 3·4분위 전체와 2분위 일부, 5분위 일부에 해당되는 소득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연간 가계소득이 7800만원을 초과하는 상류층은 20%가 넘지 않고 가계소득이 2700만원 미만인 하류층은 20%를 조금 넘는다. 이는 상류층과 하류층이 모두 20%를 넘는 미국에 비하면 소득 불균형 정도가 덜 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같은 날 9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2014년도 소득분위별 근로자 임금 분석’을 발표했다. 세간의 관심은 온통 ‘연봉 1억원’ 이상인 근로자에 쏠렸는데 연봉 1억원 이상 근로자는 우리나라 전체 임금 근로자의 상위 2.5%를 차지하며 이들은 퓨 리서치센터 기준으로 당연히 우리나라 상류층에 해당된다.

그럼 나머지 임금 근로자들 어떻게 될까? 어디까지가 상류층이고 얼마를 벌어야 중산층에 속할까?

우리나라 임금 근로자의 연봉 중간값(median)은 2465만원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우리나라 중산층에 해당되는 연간 가계소득 하한선인 2700만원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결과는 매우 충격적인데,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시사한다.

첫째, 위 결과를 액면 그대로 받아 들이면 우리나라 임금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근로소득만으로는 중산층에 속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임금 근로자의 상위 10%에 해당하는 근로자의 연봉은 6408만원 이상인데 만약 근로소득이 전부라면 임금 근로자 상위 10%에 해당하는 근로자도 상류층이 아닌 중산층로 분류된다. 상류층이 되기 위해선 가계소득이 연간 7800만원을 초과해야 한다.

이 사실은 우리나라 근로소득이 너무 적어 근로소득만으로는 임금 근로자를 중산층 이상으로 끌어 올리기에 역부족임을 의미한다.

둘째, 임금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중산층이 되기 위해선 부부가 맞벌이를 하거나 아니면 부업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자·배당소득 등이 연간 300만원이 넘을 경우에도 중산층이 될 수 있다. 현재 1년 정기예금 금리를 1.5%로 가정했을 때 이자소득이 연간 300만원을 넘으려면 대략 2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이 있어야 가능하다.

따라서 맞벌이 부부가 아니거나 따로 부업을 하지 않거나 아니면 2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하지 못한 경우라면 우리나라 임금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연간 소득이 2700만원이 안되는 하류층에 머물게 됨을 의미한다.

근로소득 만으로는 우리나라 임금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중산층이 못된다는 사실은 찬반이 극심하게 나뉜 보육수당, 무상급식, 청년수당 등 정부의 무상복지 지원이 왜 꼭 필요한지 보여주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무상복지와 같은 이전소득이라도 있어야 임금 근로자들을 겨우 중산층으로 끌어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근로소득 외에 다른 소득이 없다고 가정하면 우리나라 임금 근로자의 상위 5.5% 정도만이 상류층에 해당된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약 20% 정도가 상류층임을 고려하면 근로자들이 근로소득만으로는 상류층으로 올라가기가 희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우리나라에서 상류층이 되기 위해선 임금 근로자가 아닌 고용주나 자영업자가 되거나 부모에게 물려받은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이 많아야 가능함을 시사한다.

한편, 위의 퓨 리서치센터의 중산층 기준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자신을 중산층으로 여기는지는 사는 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가령 똑같은 가계소득이 있어도 서울에 사는 가구와 시골에 사는 가구는 느끼는 바가 다르다. 당장 서울에서도 강남과 강북이 다르다. 주택가격도 다르고 커피값도 다르다. 따라서 연간 가계소득이 7800만원이 넘어 상류층으로 분류돼도 서울 강남에 사는 경우 중산층으로 여길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초 미국의 미시간주립대학에 다니는 한 대학생이 자신은 부모의 소득이 25만 달러(2억9000만원)에 달하고 200만 달러(23억원)의 주택에 살고 있지만 결코 상류층이 아니라고 주장해 세간 화제를 모은 적이 있었다. 그 이유는 그의 고향인 실리콘밸리에선 그 정도의 소득과 주택은 그저 평균치에 해당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다니는 대학이 있는 앤 아버(Ann Arbor)는 미시간주 내에서는 물가가 높은 도시에 들지만 이 지역 주택가격의 중간값은 고작 27만 달러(3억1000만원)에 그친다. 따라서 미시간주의 기준으로 보면 이 학생은 당연히 최상류층이어야 하나 실리콘밸리 기준으로 보면 이 학생 집안은 평범한 중산층에 불과할 뿐이었다.

결국 중산층이란 개념은 소득 수준에 따라 주어지는 절대적인 게 아니고 물가와 사는 지역 등에 따라 느껴지는 게 다른 상대적인 것이 된다. 이제 다시 한번 질문을 던져 보자.

"그럼 당신은 중산층입니까?"

강상규 소장 mtsqka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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