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플러스] 기부의 액수보다 중요한 '생각의 크기'

안현모 기자 2015. 12. 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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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IT 업체 중 전 세계 언론에 대서특필된 업체를 꼽으라면 페이스북이 떠오를 겁니다. 창업자 겸 CEO 마크 저커버그와 그의 아내가 보유 지분 99%를 기부하겠다고 밝히면서 일단 52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에 압도당하고, 자연스레 한국의 부자들은 어떤지 비교하게 됐는데요, 사실 얼마라는 기부의 크기보다 중요한 건 생각의 크기입니다. 이현식 기자의 취재파일 보시죠.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CEO : 인간의 가능성을 최대화하는 유일한 방법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해주는 겁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에 써 달라며 거액을 그냥 쾌척한 게 아니었습니다. A4용지 6쪽짜리 분량의 딸에게 주는 편지 형식으로 의약부터 경제,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어떠한 이상을 실현하고 싶은지, 이를 위해 어떤 과제를 극복해야 하는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적었습니다. 평소에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겠습니까.

한 나라가 아니라 보편적 인류 전체가 지금보다 한 단계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논할 수 있는 부자가 우리나라에는 몇 명이나 될지 모르겠지만, 부럽게도 실리콘 밸리에는 이 정도 규모의 생각을 가진 기업가들이 많습니다.

시작은 허름한 차고에서 미약하게 했다 하더라도 생각만큼은 창대하게 한 창업자들이 결국, 세계적 기업을 일으킨 겁니다.

내가 이 장사를 하면 얼마를 벌 수 있을까를 계산하기보다는 내가 가진 능력으로 세상을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을까를 먼저 묻다 보니 그 과정에서 돈은 따라왔습니다.

사막에 몇 개 도시 사이즈의 태양광 발전소를 짓고 인터넷이 없는 지역에 네트워크 풍선을 띄우는 등의 프로젝트는 수익성만 따져서는 도저히 실행할 수 없는 일들이죠.

페이스북만 하더라도, 지구 상의 모든 이들을 하나로 연결하겠다는 거대한 생각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성장하진 못했을 겁니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가 하이브리드 차도 안 팔리는 시절에 100% 전기로 가는 스포츠카를 만들겠다는 무모하기 이를 데 없는 도전을 한 것도 세상을 바꾸겠다는 원대한 목표 때문이었는데, 중간에 요식업에 투자하거나 명품차 딜려십에 투자하고 있지도 않고 면세점에 투자하지도 않았습니다. 오로지 배터리 기술을 토대로 가정용 대용량 전지를 보급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가 하면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도 도무지 언제 이익이 날지 모르는 우주 사업에 억만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자금과 조직력을 동원해 곳곳에 커피 프랜차이즈를 열거나 생활용품 체인을 세울 수도 있었을 텐데, 인류가 우주에 나가서 살 수 있는 시대를 앞당기겠다는 포부 아래 재사용 가능한 로켓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도 과거 가난한 어촌의 텅 빈 모래사장을 보며 조선소와 철강 공장을 상상하고, 또 봉제 미싱이나 돌리던 시대에 반도체 수출을 꿈꾸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껏 논란이 되는 여러 가지 문제를 낳기도 했지만, 그런 큰 구상 덕분에 아프가니스탄과 별로 다를 바 없던 우리나라의 경제력이 이만큼 올라왔죠. 벽에 가로막힌 것 같은 21세기 한국에도 보다 크고 창의적인 생각이 절실합니다.

▶ [취재파일] 생각의 '크기'…마크 저커버그의 기부가 빛나는 진짜 이유 

안현모 기자ahnhyunm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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