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데까지 가보자, 언더독의 반란

황민국 기자 2015. 12. 4.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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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리그 레스터시티 '돌풍의 핵' 바디의 몸값 고작 12억세리에A 선두 나폴리의 해결사 이과인, 마라도나 전성기 보듯

올해 유럽축구에 이변이 벌어지고 있다. ‘언더독’으로 분류됐던 팀들이 순위표 맨 위에서 경쟁하고 있다. 1부리그 생존에 급급하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레스터시티와 파산의 아픔을 겪었던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가 주인공이다.

프리미어리그는 강팀들의 독무대로 불린다. 지난 10년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 첼시 등 해마다 거액을 투자하는 명문팀들만 우승컵을 독차지한 탓이다. 그런데 올해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10년 만에 프리미어리그에 복귀한 지난 시즌 14위로 힘겨운 생존기를 썼던 레스터시티가 우승을 넘보고 있다. 개막 후 14경기에서 8승5무1패를 기록, 선두 맨체스터 시티와 같은 승점(29)으로 2위에 올라 있다. 골득실에서만 8골차로 밀렸을 뿐이다.

6일 0시에는 기성용이 뛰는 스완지시티와 맞붙어 국내 팬들의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레스터시티 제이미 바디(아래)와 리야드 마레즈

1884년 창단된 레스터시티는 역사는 길지만 정상과는 거리가 먼 팀이다. 리그컵에서 세 차례 트로피를 들어올린 게 내세울 만한 우승기록의 전부다. 2부리그에 있던 레스터시티는 2010년 태국 킹파워그룹 비차이 스리바다나프라바다 회장에게 인수되면서 전기를 마련했다.

레스터시티의 돌풍은 어찌보면 행운에 가깝다. 올여름 1000만유로(약 126억원)를 투자해 일본 국가대표 골잡이 오카자키 신지를 영입했지만 그의 득점은 겨우 2골. 그런데 3년 전 100만유로(12억원)에 데려온 제이미 바디가 14경기에서 14골을 넣어 팀의 돌풍을 이끌고 있다. 6년 전만 해도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 8부리그에서 공을 차던 바디는 최근 프리미어리그 11경기 연속골이란 신기록을 세우며 프리미어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 리야드 마레즈가 7골을 더하며 숱한 강팀들의 위에 있다. 개막 전만 해도 “승점 40점이 목표”라던 클라우디오 라니예리 레스터시티 감독은 이제 “유럽챔피언스리그 출전이 가능한 4위를 새 목표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선 나폴리가 유벤투스와 AC밀란, 인터 밀란 등 북부 클럽이 우승컵을 독점하던 축구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나폴리는 지난 1일 인터 밀란을 2-1로 꺾고 세리에A 선두로 나섰다. 나폴리는 시즌 첫 3경기에서 2무1패로 부진했지만 이후 11경기에서 9승2무를 거두면서 1989~1990시즌 이후 25년 만의 우승을 꿈꾸고 있다.

나폴리 곤살로 이과인

나폴리는 마라도나가 전성기를 보낸 것으로 잘 알려진 팀이다. 마라도나가 뛰던 1984년부터 1991년 사이 세리에A(2회)와 UEFA컵(1회), 코파 이탈리아(1회) 등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러나 마라도나가 떠난 뒤 쇠락해 2004년 8월 파산, 3부리그인 세리에C로 추락했다. 이때 나폴리 태생인 영화제작자 아우렐리우 데라우렌티스가 380억원을 들여 팀을 인수하며 ‘5년 안에 1부리그 복귀’를 약속했고, 3년 만인 2007년 세리에A로 올라섰다. 성적이 부진하면 휴가를 빼앗고 강제 소집훈련까지 시키는 구단주의 극성 아래 나폴리는 부활의 시동을 걸었다. 10년간 선수 영입에만 3억8600만유로(4524억원)를 투입하더니 올해 그 꽃을 피우고 있다.

초반 3경기에서 6골을 내줬지만 이후 11경기에서 3골만 허용하는 ‘짠물 수비’에 곤살로 이과인이 12골을 터뜨리며 해결사 역할을 해주고 있다. 마라도나는 “나폴리가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내 후계자인 이과인이 그 중심에 있어 더 기쁘다”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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