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 인포] EPL 사로잡은 '언더독' 레스터 시티의 혁명

노영래 2015. 12. 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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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간혹 우리는 생존과 경쟁이 난무하는 시대에서 약자 혹은 낙오자 등을 가리키는 말로 ‘언더독(Under Dog)’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 경쟁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 스포츠에서도 ‘언더독’클럽들이 존재하는데, 이번 2015-2016시즌 부단한 노력과 끈기로 이전과는 다른 행보를 보내고 있는 클럽이 있다. 누구에게나 힘든 시기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시기를 딛고 일어서는 능력이야말로 ‘언더독’들이 조명을 받아야만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 나이젤 피어슨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까지 영국 프리미어리그(이하 EPL)에서 중위권 팀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던 레스터시티의 고난은 2001-2002시즌 리그 꼴찌를 기록하면서부터 시작된다. 90년대 중,후반 레스터시티에게 두 번의 리그 컵 우승을 안겨주었던 마틴 오닐 감독이 셀틱으로 떠났다. 그 과정에서 주축 선수들이 팀을 떠났고, 2002-2003 지역을 연고로 하는 구장인 킹 파워 스타디움으로 이전하면서부터 레스터의 내리막길은 시작됐다. EPL에서 챔피언쉽 리그로 내려앉은 탓에 중계권료는 눈에 띄게 줄었고, 새 경기장을 짓는데 소비한 3천7백만 파운드(한화 약 644억원)는 당시 레스터와 같은 규모의 팀이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었다.

2004년 말부터 곤두박질 치기 시작했던 팀은 결국, 3부 리그로 내몰리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2008년 7월 나이젤 피어슨 감독(52)의 부임 후, 곧바로 한 시즌 만에 팀을 챔피언쉽리그로 승격시켰고, 다음 시즌인 2009-2010시즌 챔피언쉽리그 5위까지 올려놓는다. 2010-2011시즌, 헐 시티로 한 시즌 동안 팀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2015년 6월 30일 경질될 때까지 그가 레스터시티에서 있었던 일 수는 2000 하고도 51일이다.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그가 레스터에 머물렀던 시즌은 모두 발전을 거듭하며 팀에 안정감을 불어 넣어줬다.

실제로, 2000년 6월 마틴 오닐 감독이 레스터를 떠난 후, 피어슨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8년의 공백 동안 레스터를 거쳐간 감독은 무려 14명이다. 매 시즌 마다 두 명에 가까운 감독교체가 있었던 레스터시티의 ‘어지러움 증’은 피어슨 감독이 오고 나서부터 없어졌다.

‘10년 만에 EPL 복귀’라는 대단한 성과를 가져온 피어슨 감독의 결말은 그야말로 허무했다. 가까스로 ‘EPL 잔류’에 성공한 피어슨은 시즌 종료 후 찾아온 달콤한 휴식을 위해 레스터시티의 구단주와 그의 나라인 태국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구단이 발칵 뒤집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태국에서 레스터시티 선수들의 동양인 비하발언이 담긴 ‘섹스스캔들’이 터져버린 것도 모자라 피어슨의 아들인 제임스 피어슨(22)이 그 주인공 중 한 명이었다. 구단주는 즉시 관련 선수들을 팀에서 내보냈지만, 그 일로 구단과 감독과의 관계는 틀어질 대로 틀어져버렸다. 팀보다 가족이 더 소중했던 피어슨 감독의 ‘레스터시티’ 대장정은 그렇게 허무하게 마무리 되었다.

:: 라니에리가 아니면 어쩔 뻔 했을까

이번 시즌부터 레스터시티를 이끌고 있는 라니에리(64) 감독이다. 그가 현재 EPL에서 보여주고 있는 임팩트는 이미피어슨의 향기를 잊혀지게 하고 있다. 현재 EPL 순위표 2위에 당당히 위치한 레스터시티는 역대 EPL역사상 중위권팀이 14라운드까지 2위에 머무르지 못했던 사실들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많은 감독 직을 수행했던 라니에리 감독이 맡고 있는 레스터시티는 EPL에서 맡는 첫 팀이 아니다. 2000년 9월부터 2004년 6월까지 그가 첼시에서 치렀던 173번의 경기는 그가 감독의 신분으로 거쳤던 16개 팀 중에 가장 많은 경기 수를 기록하고 있다.
팀이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하면 선수단끼리 행하는 ‘피자 파티’나 경기 전 ‘록 음악’ 듣게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다양하면서도 철두철미한 그의 경험은 레스터시티가 상승곡선을 그릴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라고 볼 수 있다.

:: 레스터가 가야할 방향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10년 동안 EPL ‘터줏대감’ 에버튼 FC의 평균 순위는 14.3위였다. 매 시즌 아슬아슬하게 강등을 면하며, 이제는 EPL에서 제법 ‘굵직한’ 구단으로 자리매김했다. EPL 출범 초반과는 달리, 최근 10년동안 에버튼의 평균 순위는 7위까지 상승했다. 단 한번의 강등도 용납하지 않은 에버튼이지만, 1994/1995 시즌에 들어올린 FA컵과 커뮤니티실드 우승이 전부다. 1990년대 이전, 1부리그에서 기록한 우승들은 에버튼의 화려한 과거를 장식했지만, EPL출범 이후 확고한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오랫동안 EPL에 남아있는 에버튼은 레스터시티가 앞으로 EPL에서 오랫동안 살아남기 위해 참고해야 할 중요한 구단임에 틀림없다.

이번 시즌 레스터 시티가 보여주는 엄청난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라니에리 감독은 “우리는 우선 승점 40에 도달하는 게 목표”라고 못박으며, 차분한 모습을 보여줬다. 인터 밀란, 유벤투스, AS로마, 첼시, 발렌시아 등과 같은 명문 구단들을 지휘한 경험이 있는 라니에리 감독에게 ‘10년 만에 EPL’로 돌아온 레스터 시티는 평소에 자신이 맡았던 클럽들과는 다르게, 부담 없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구단과도 같다. 그의 경험과 철학이 맞물려 이번 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면, 라니에리 감독이 말했던 ‘승점 40점’은 레스터시티를 EPL에서 오랫동안 지켜볼 수 있게 해줄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 그래픽 = 노영래기자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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