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외국인 현대미술관장 임명..미술계 반발 "단체행동할 것"(종합)

박정환 기자 입력 2015. 12. 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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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 "과거 정치검열 의혹에 명확한 해명 없다" vs 문체부 "능력 출중"
신임 국립현대미술관장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 © News1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가 신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에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MACBA) 관장을 지냈던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Bartomeu Mari Ribas 49) 국제근현대미술관위원회(CIMAM) 회장을 임명하기로 2일 결정했다.

이에 미술계에서는 마리가 과거 MACBA 관장 재임시절 논란이 됐던 정치 검열 의혹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며, 논의를 거쳐 어떤 형태로든 단체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문체부는 이날 지난 7월부터 진행한 공개모집 절차와 서류심사, 면접심사 등을 거쳐 추천된 임용후보자에 대한 신원조회 등 관련 절차를 마무리하고 최종적으로 스페인 출신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를 임명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신임 관장의 임기는 2018년까지 3년이다.

외국인이 공모를 통해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에 임명된 것은 개방형 직위제도 도입(2000년) 이후 첫 사례다. 앞으로 신임 관장 내정자는 비자 발급과 입국 일정 등을 협의해, 이르면 오는 14일에 문체부 장관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문체부는 신임 관장과 관련해 논란이 되었던 MACBA 관장 재임 기간 중에 발생한 정치 검열 의혹에 대해 "미술관을 보호하기 위한 관장으로서의 선택이었으며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는 본인의 소명을 포함해 여러 사안을 면밀히 검토해 임명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고 했다.

이른바 'MACBA 정치 검열 의혹'은 마리 회장이 MACBA관장으로 재직 당시 진행된 '짐승과 주권'(The Beast and the Sovereign) 전시에서 오스트리아 작가 이네스 두작(Ines Doujak)의 '정복하기 위한 발가벗음'(Not Dressed for Conquering)을 제외하라고 지시하고 뜻대로 되지 않자 전시 자체를 취소하려 했던 사건을 말한다. 문제가 된 작품은 정치적 풍자를 위해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이 남미 노동운동가, 개와 엉켜 성교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미술인 800여명은 마리가 신임 국립현대미술관장 유력후보로 거론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향후 정치 검열에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며, 임명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이들은 "마리의 해명 내용이 체제 협력과 검열의 가능성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이 같은 외국인 관장 후보 논란과 관련해 최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지나치게 정치적 주장을 해선 안 된다"며 미술계의 반발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김 장관은 "국립현대미술관장에 필요한 핵심 능력은 현대미술 기획력"이라며 "새로운 관점의 전시기획, 소장품 구입, 미술관 운영 개선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해외 주요 미술관 등과의 폭넓은 네트워크를 활용한 기획 전시의 교류 확대가 현 시점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미술계에선 마리 회장이 국립현대미술관장에 최종 임명되자 단체 행동에 나설 뜻을 천명했다. 미술계 서명운동에 참여한 영상설치작가이자 미술평론가, 영화감독인 박찬경 씨는 "예상했던 일이지만 암담하다"며 "오는 6일 기자회견과 함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단체관람하면서 침묵시위를 할 계획이었나, (임명으로) 상황이 달라져서 미술계 내부에서 더 논의해 단체행동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지난달 26일 국립현대미술관 앞에서 1인 시위에도 나선 바 있다.

또 정서영 작가는 "정치 검열 의혹에 대한 미술인의 질문은 마리 개인을 향한 것이 아니라 '관료주의와 검열의 문제'에 관한 문체부의 진지한 대응책을 원한 것"이라며 "아직 문체부의 진지한 대응책을 듣지 못했기 때문에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바르토메우 마리는 네덜란드 현대미술센터인 비테 데 비트(Witte de With, Center for Contemporary Art)의 예술감독, 스페인의 권위 있는 현대미술관인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Museu d’Art Contemporani de Barcelona)의 관장 등을 거치면서 오랫동안 전시기획과 미술관 운영 등에 대한 경력을 쌓아 왔다.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에 7년간 관장으로 재직하면서, 스페인의 경제 위기 속에서도 관람객 수와 입장 수익을 늘리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강화해 해외 유수의 기관들과의 협력을 확충하는 등 탁월한 미술관 경영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또 이를 바탕으로 국제근현대미술관위원회 회장직을 맡으며 현대미술에 대한 전문성은 물론 폭넓은 세계적 관계망을 구축해 왔다.

문체부는 "이러한 전문성과 세계적 관계망을 바탕으로 바르토메우 마리 신임 관장은 재임 기간 중 국립현대미술관이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특히, 법인화 추진을 통해 국립현대미술관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제고하는 한편, 폭넓은 개혁을 통해 세계적 기준에 맞게 미술관의 조직과 선진형 운영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도 했다.

문체부는 외국인 관장 임명에 따른 여러 우려 사항들을 해소하고 신임관장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미 8개 국어에 능통한 신임 관장은 이른 시간 내에 한국말을 배우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으나, 우선 미술계와 언론은 물론 직원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미술 분야의 지식을 가진 전담 통역사를 배치할 예정이다.

또 국립현대미술관 운영자문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고, 학예실을 통해 한국미술에 대한 전문성 부족에 대한 우려를 보완해 나갈 방침이다. 그리고 미술계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임명 초기부터 작가, 기획자, 평론가 등과의 적극적인 면담과 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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