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를 그리워하는 미국의 무슬림들" NYT칼럼 화제

노창현 2015. 12. 2.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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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미국 민주당전국위원회(DNC)가 당시 공화당 소속이었던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우리는 이슬람과 싸우는 게 아니라 테러공격과 싸우고 있다"고 말한 것을 인용한 광고를 방송하기 시작했다. (사진 출처 = 유튜브) 2015.11.23

【뉴욕=뉴시스】노창현 특파원 = 오죽하면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조지 부시가 그리울까. 뉴욕타임스(NYT)에 실린 중동 출신 영국 언론인의 기고문이 화제다.

지난달 30일 NYT 오피니언란에 실린 메디 하산의 '왜 나는 조지 W. 부시를 그리워하나'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메디 하산은 '중동의 CNN'으로 불리는 알자지라 방송의 영어 프로그램 '업프론트(UpFront)'를 진행하는 뉴스앵커다.

영국 국적의 무슬림으로 '가장 영향력있는 100대 영국인'으로 선정되기도 한 그는 허핑턴포스트 영국지사에서 일하다 알자지라 방송으로 옮겨 앵커로 맹활약하고 있다.

그는 최근 잇단 테러 참사로 무슬림들에 대한 이미지가 악화된 것을 기화로 막말 릴레이로 노골적인 적대감을 표출하는 공화당 주자들을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비교하며 우려와 질타를 하고 있다.

다음은 기고문의 주요 내용.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반대한 수백만명의 미국인과 뜻을 같이 한 내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을 칭찬하게 될 줄은 몰랐다. 조지 부시는 2001년 2996명의 시민들이 숨진 9.11 테러 며칠 뒤 워싱턴의 이슬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테러는 이슬람의 진짜 얼굴이 아니다. 이슬람은 평화의 종교다'라고 말했다.

훗날 이라크전쟁을 하면서도 그는 '우리는 악과 싸우는 것이지 이슬람과 싸우는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오늘 공화당의 대선후보들은 이슬람에 대한 무서운 증오와 공포심을 조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던 날 (맨해튼 건너편) 저지시티에서 수천명이 환호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그는 "미국내 300만명 이상의 무슬림들을 등록관리하고 종교가 표시된 특별한 신분증을 갖고 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선주자인 신경외과의사 벤 카슨은 "무슬림은 헌법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대통령 출마를 허용해선 안된다"고 했는가하면 시리아 난민을 '미친 개'에 비유했다.

공화당 후보들의 반 무슬림 적대감은 기성 정치인들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플로리다 주지사 출신 젭 부시는 "피난처는 무슬림이 아니라 기독교인들에게 제공되야 한다"고 했고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이슬람 사원은 물론 무슬림카페와 식당까지 주시해야 한다"고 트럼프가 무색한 발언을 했다.

시민적 자유옹호자로 알려진 랜드 폴 상원의원은 올해 초 '애국법(Patriot Act)'을 연장시켜 무슬림 이민자들에 대한 사찰을 할 것을 요구했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회교율법(Shariah law)이 미국에서 커다란 문제라고 주장했다.

전 아칸소 주지사 마이크 허커비는 "이슬람을 지구상에서 살육의 대혼란을 부추기는 종교"라고 규정했고 오하이오의 존 캐시크 주지사는 "연방정부기관들이 '유대교와 기독교의 서구적 가치관'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주지사는 2011년만 해도 반 무슬림의 광풍에서 한발 물러선 정치인이었지만 지금은 시리아 난민을 거부하는 강경론자로 돌변했다. 그는 지지율이 3%에 불과하지만 트럼프는 이슬람증오를 부추기며 공화당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다.

ABC와 워싱턴포스트가 공화당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슬람에 대한 반감여론은 2001년 10월에 비해 2009년 3월에 18% 포인트 상승했다. 현재 공화당원의 83%는 무슬림이 대통령이 되어선 안된다는 카슨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1957년 이래 공화당의 역사적 기록을 잊어선 안된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미국의 모스크 사원앞에서 연설한 첫 번째 현직 대통령이다. 아이크는 청중들에게 "무슬림들이 양심에 따라 예배볼 수 있는 권리를 위해 미국이 모든 힘을 다해 싸울 것"을 강조했다.

1974년 제럴드 포드는 라마단의 성스러운 축제인 에이드 알피트르를 맞아 "미국의 다양성은 무슬림 미국인의 종교적 유산에 의해 거대한 진보를 이루었다"고 공식 연설을 했다. 1981년 로널드 레이건은 미국의 첫 번째 무슬림대사로 로버트 딕슨 크레인을 임명했다.

조지 부시도 2002년 에이드 알피트르 축일에 미국의 모스크를 방문한 첫 번째 대통령이 되면서 전임자들의 뒤를 따랐다. 물론 그는 유력후보가 아니라 현역 대통령이라는 유리함이 있었지만 그와 칼 로브, 마이클 거슨과 같은 참모진은 무슬림을 악마화하는 것이 알 카에다의 전의를 불태우게 할뿐 아니라 공화당의 선거를 불리하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수계의 중요성은 2012년 미트 롬니의 패배가 많은 소수계들이 공화당이 자신들을 싫어한다고 생각한다는 전국공화당위원회의 보고서에서도 잘 드러난다. 물론 무슬림은 미국 유권자의 1-2%에 불과하다. 그러나 2000년 대선의 향방을 좌우한 플로리다의 537명 대의원표는 4만6천명 이상의 무슬림들이 공화당에 투표했기때문이었다. 영향력있는 보수시민운동가 그로버 노퀴스트가 "조지 부시는 무슬림 표 덕분에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고 말하지 않았나.

부시의 외교정책은 아마도 해외의 무슬림들에게 해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국내에선 무슬림 미국 유권자들을 옹호했고 이슬람을 테러리즘으로 매도하는 것을 거부했다.

2004년 부시의 재선을 슬퍼한 경제학자 존 케네스는 "내가 로널드 레이건을 그리워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한탄했다. 작금의 공화당 주자들의 무책임한 무슬림 증오의 언변을 목도하며 나역시 똑같은 감정을 느낀다.

"내가 이 말을 하게 될줄은 몰랐다. 정말이지 조지 W 부시의 공화당이 그립다."

rob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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