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는 왜 박병호의 에이전트를 포기했었나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입력 2015. 12. 2. 11:25 수정 2015. 12. 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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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일부 사람들은 내게 앨런 네로를 배신했다고 말을 한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묻고 싶다. 만약 당신이라면 5년에 2,500만 달러의 계약에 사인하겠는지, 아니면 7년에 1억3,000만 달러를 받아들이겠는지를."

지난 2월 국내 언론을 통해 추신수(33·텍사스 레인저스)가 한 말이다. 원래 추신수의 에이전트는 현재 박병호와 강정호의 에이전트인 옥타곤 스포츠의 앨런 네로다. 하지만 추신수는 2010년 박찬호, 김병현 등의 에이전트였으며 현재 류현진과 자신의 에이전트인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스캇 보라스로 변경했다.

그 이유는 추신수가 설명했던 그대로다. 바로 현저한 협상능력 차이였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당시 인터뷰에서 "보라스를 선택한 이유는 연봉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보인 두 에이전트의 차이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추신수는 "네로와 헤어진 부분은 진심으로 가슴 아프게 여긴다"며 안타까워했지만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메이저리그는 돈이 곧 방패막이

단순히 돈을 많이 안겨줘서가 아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연봉이 곧 지위이고 방패막이이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의 논리는 간단하다. 연봉이 저렴한 선수와 연봉이 비싼 선수가 비슷한 성적을 내면 당연히 연봉이 비싼 선수를 로스터에 등록한다. 연봉이 저렴한 선수는 굉장히 잘해도 고액 선수를 뛰어넘어도 메이저리그에 나서는 것이 쉽지 않다.

연합뉴스 제공

그 선수를 비싸게 계약한 구단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실수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기에 계속 기용할 수밖에 없다. 단적인 예로 박찬호의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을 떠올려보면 된다. 혹은 B.J업튼이 2할도 못치는 타율에도 마이너리그로 내려가지 않는 이유를 생각하면 된다. 박찬호와 B.J업튼은 팀에서 전략적으로 데려온 연봉 높은 선수였기에 부진에도 계속 기용될 수 있었다.

한심스러운 박병호의 계약 내용

그런 의미에서 이번 박병호의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계약은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물론 포스팅 비용 1,250만 달러라는 거액이 나온 것에 앨런 네로 에이전트의 능력은 분명 빛났다. 하지만 정작 선수에게 돌아가는 개인 계약에서 고작 보장 4년 1,200만달러라니. 게다가 선수 옵션도 아닌 구단 옵션으로 5년 1,800만달러라니.

물론 원화로 계산해보면 결코 적은 돈은 아니다(1200만달러=약 138억원). 그러나 이 계약은 여태껏 포스팅 진출 한국 선수들이 일반적으로 받아온 '포스팅금액의 1.5배 계약금 공식'에도 어긋나고 지나치게 염가계약임을 감출 수 없다.

류현진은 약 2,570만 달러의 포스팅 금액에 6년 3,600만 달러의 계약을 LA다저스와 맺었다(포스팅 금액에 약 1.4배). 강정호 역시 500만 달러의 포스팅 금액에 4년 1,100만 달러의 보장을(포스팅 금액에 약 2.2배) 받았다. 이외에도 일본 선수들도 경우의 차이는 있지만 '포스팅금액의 1.5배 계약금 공식'에 들어맞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박병호는 1,250만 달러의 포스팅 금액에 보장 금액 4년 1,200만 달러이니 포스팅 금액에 배수는커녕 1배수도 안되는 금액이다. 이것도 억울한데 여기서 끝나지 않고 선수에게 불리한 팀옵션(팀에서 옵션 행사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조항)조차 있는 것은 이번 박병호 계약의 가장 큰 맹점이다.

추신수에게 7년 1억3,000만달러의 계약을 안겨줬던 스캇 보라스(오른쪽). ⓒAFPBBNews = News1

최고 연봉 포지션인 1루수, 과연 최선을 다한 계약이었나

현재 메이저리그 1루수들의 평균연봉은 약 800만 달러선이며 지명타자는 700만 달러선이다. 불펜투수나 포수가 약 200만 달러의 평균연봉을 받고, 선발투수가 약 600만 달러를 받는 것을 고려하면 최고액 포지션은 역시 1루수와 지명타자다.

하지만 박병호는 팀옵션을 넣어도 연평균 360만 달러에 5년간 포스팅금액을 나누면 250만 달러. 즉 1년에 약 610만 달러의 선수이다. 과연 포스팅금액을 합쳐 생각해도 1루수나 지명타자의 평균연봉보다 낮은 선수가 '금액이 곧 방패막이'인 메이저리그에서 얼마나 제대로된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박병호는 '돈'보다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꿈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강정호 때도 이미 염가계약에 대한 얘기가 나온 상황에서 박병호마저 염가계약으로 넘어간 것은 이후 포스팅 진출을 노리는 선수에게 메이저리그 구단이 '한국선수는 포스팅으로 데려가면 싼 계약을 해준다'는 인식을 줄까 걱정이다.

선수는 빅리그 진출을 목표로 했어라도 에이전트는 최대한, 최고의 협상을 했어야했다. 스캇 보라스는 독점협상 30일동안 시간을 질질끌다 마지막날 5분을 남겨두고 류현진 계약서에 사인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박병호는 협상 시한이 아직 7일(12월 9일 마감)이나 남은 시점이었고 과연 앨런 네로는 이번 계약에 최선을 다했는지, 설령 최선을 다했어도 능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박병호의 에이전트 앨런 네로. 옥타곤 스포츠 홈페이지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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