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깎신' 김경아 "골반 뒤틀려도 재미있네요"

영주(경북)=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2015. 12. 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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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직 안 죽었어!' 김경아가 1일 포스코에너지컵 실업탁구대회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영주=월간 탁구)
'깎신' 김경아(38 · 대한항공)가 돌아왔다. 출산과 육아로 잠시 접었던 공백을 딛고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렀다.

김경아는 1일 경북 영주 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포스코에너지컵 2015 한국실업탁구대회' 포스코에너지와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팀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대회 2연패이자 올해 3관왕을 이끌었다.

기선 제압을 이루며 팀 사기를 올렸다. 김경아는 첫 번째 단식에 나서 최정민에 3-0(11-5 11-4 11-8) 완승을 거뒀다. 덕분에 대한항공은 양하은이 개인 단식 결승에 이어 단체전 두 번째 단식에서도 전지희에 졌지만 결국 3-2로 역전 우승을 이룰 수 있었다.

3년 만의 복귀전을 그래도 만족스럽게 치렀다. 특유의 깎기로 국내외 무대를 주름잡았던 김경아는 2012년 12월 '그랜드파이널스'를 끝으로 선수 생활을 접었다. 이후 코치 생활을 하면서 26개월 된 아들(박종윤)과 생후 7개월 된 딸(서윤)을 키웠다. 그러나 지난 9월 현역 복귀를 결심하고 여자 탁구 사상 최고령 출전 기록을 세웠다.

개인전에서는 쓴맛을 봤다. 김경아는 3년의 공백으로 국내 랭킹이 없어 치렀던 예선 리그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그러다 16강전에서 펜홀더 문현정(KDB대우증권)을 만나 2-3으로 아쉽게 졌다. 셰이크핸드 수비수 김경아의 천적이었다. 하지만 단체전에서 우승을 이끌며 복귀전을 장식했다.

대한항공 여자탁구단이 1일 한국실업탁구대회 단체전에서 우승한 뒤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영주=월간 탁구)
우승 뒤 김경아는 "오랜만에 실전을 치르는데 8경기나 했다"면서 "팔꿈치도 아프고 골반도 틀어졌다"며 짐짓 엄살(?)을 떨었다. 이어 "100% 몸이 아니라 단체전은 못 뛸 줄 알았는데 (김무교) 감독님과 코치진이 한번 해보자고 해서 걱정하고 나갔다"면서도 "여유도 있었고 재미도 있었다"며 밝게 웃었다.

3년의 공백이 있어 본인도 긴가민가 했다. 김경아는 "복귀 후 첫 시합이라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시험적 무대가 생각보다 잘 됐다"고 자평했다. 이어 "정보도 많이 얻었다"고 덧붙였다. 결승전 상대 김형석 포스코에너지 감독은 "그래도 김경아였다"면서 "복귀전에 80점은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힘들다고 했지만 정말 고역은 따로 있었다. 김경아는 "경기 자체는 힘들지는 않았다"면서 "그보다 대회를 앞두고 몸을 만드는 과정, 체력 운동이 더 힘들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경기는 훈련한 것을 다 해서 만족스럽다"고 미소를 지었다.

애 둘 딸린 엄마의 위대한 도전이다. 최영일 삼성생명 감독은 "해외에는 출산을 하고 복귀하는 경우가 많고 세계 랭킹도 10위권에 드는 선수가 있다"면서 "그러나 김경아 같은 경우는 국내에서는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아도 "출산 뒤 복귀는 내가 처음은 아닌데 둘을 낳고는 최초"라면서 "할 수 있는데도 나이가 많으면 그만 둬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에 조금 아쉬운 감 있었는데 다시 도전했다"고 스스로 대견한 표정을 지었다.

'공포의 깎기는 계속된다' 김경아 같은 수비형 선수는 세계적으로 드물어 여전히 국제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적잖다.(자료사진=대한항공)
이번 대회는 그야말로 전초전이다. 노리는 대회는 따로 있다. 김경아는 "이번 달 제 69회 종합탁구선수권대회가 본격적인 복귀전이 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대표팀 복귀도 은근히 바라는 눈치다. 김경아는 "내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이뤄지면 마다하진 않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김형석 감독도 "아직까지 김경아의 수비가 국제 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탁구계 일각에서는 아직도 김경아가 이기는 현실을 개탄하기도 한다. 그만큼 엷은 국내 선수층에 대한 아쉬움이다. 이에 대해 김경아도 "아무래도 그것도 우리 세대 탓"이라면서 "한번에 베테랑들이 은퇴 등으로 빠져나가면서 한국 탁구의 하향 평준화가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내가 복귀하면서 후배들의 수준과 경쟁력이 올라간다면 그것으로도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따끔한 조언도 전했다. 김경아는 "탁구는 상대성"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예전보다 (국내 선수들끼리) 이겨야 할 대상들이 비슷비슷하다 보니 느슨해진 감은 있다"면서 "뚜렷한 에이스가 없는 가운데 지는 것이 익숙해지고 정신력이 떨어진 것 같아 아쉽다"고 꼬집었다.

따뜻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김경아는 "톱으로 가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열심히 노력해서 중국 등 강호들에 뒤지지 않는 모습 보여주면 여자 선수들도 에이스 서효원(렛츠런)과 어깨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주(경북)=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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