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행 확정] 2004~2015 '빅리거' 박병호 연대기

박현철 기자 2015. 12. 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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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원래 그는 포수였다. 그러나 고교 시절 경쟁자에게 포수 자리를 내주고 1루수로 바꿔 4연타석 홈런포로 주목을 받은 뒤 서울 연고 인기팀에 1차 지명으로 입단했다. '만년 유망주'로 주저앉는 듯했던 그에게 트레이드는 기회였고 그 이후 KBO 리그 대표 슬러거로 우뚝 섰다. 그리고 2016년 시즌부터 그는 보무당당한 빅리거로 타깃 필드 홈런포를 노린다. 미네소타 트윈스와 몸값 협상까지 마친 박병호(29)가 그 주인공이다.

MLB.com은 2일(한국 시간) “미네소타가 한국 출신 1루수-지명타자 요원 박병호와 4년 1,200만 달러 보장 계약을 맺었다. 클럽 옵션까지 더하면 5년째인 2020년까지 유효한 계약이다”고 밝혔다. 박병호가 2020년 시즌을 앞두고 연봉 650만 달러(바이아웃 50만 달러) 계약까지 합의한다면 5년 최고 1,800만 달러 몸값이다.

애초 미국 언론에서 예측한 몸값과 차이가 있다. 미국 언론은 연 평균 50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타트리뷴'은 “박병호의 연봉이 연 500만 달러~1,000만 달러 사이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 예상대로라면 4년 2,000만 달러 이상을 노릴 수 있었으나 박병호는 팬들의 기대치에 밑도는 금액에 도장을 찍었다. 몸값 협상에 시간을 길게 끌기 보다 빠른 협상 진행으로 현지 적응에 좀 더 힘을 쓰겠다는 뜻을 알 수 있다.

지금은 1루수 박병호로 익숙하지만 성남고 저학년 때까지만 해도 박병호는 포수였다. 그러나 포수 수비에서 동기생 김현중(전 삼성)에게 미치지 못해 1루수로 전향했다. 힘 좋은 스윙을 인정 받아 포지션을 바꾼 박병호는 성남고 3학년 시절이던 2004년 4연타석 홈런을 때리며 일약 서울권 최대 유망주로 주목 받았다. 휘문고 오른손 에이스 김명제(전 두산), 경남고에서 신일고로 전학한 광속구 투수 서동환(삼성)이 투수 최대어 자리를 다퉜다면 박병호는 서울 지역 최고의 거포 유망주였다. 덕분에 LG 트윈스와 계약금 3억 3000만 원에 1차 지명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그러나 LG에서 박병호는 자신의 잠재력 껍질을 깨고 나오지 못했다. LG는 포수 출신으로 정면 타구를 잡는 데 익숙했던 박병호를 3루수로도 쓰고자 했으나 수비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떨어지는 변화구 대처 능력도 미흡했다. 2006년 시즌이 끝나고 상무 복무를 선택한 박병호는 1년 선배 박석민(NC), 동기생 오재일(두산)과 함께 상무 클린업트리오로 활약했으나 제대 후 LG에서는 다시 선구안이 나빠 1, 2군을 오가는 유망주에 불과했다.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박병호의 스윙을 놓고 여러 사람이 조언을 더했다. 타격 코치 뿐만 아니라 야구인 출신이 아닌 지나가는 관계자마저 박병호의 스윙에 참견했다. 심지어 팬들도 박병호에게 '이렇게 치지 말고 저렇게 쳐야 한다'고 말하고 '왜 그렇게 못 치느냐'고 비난했다. 김상현(kt)보다 팬 비난에 속앓이를 심하게 했던 박병호의 문제는 아무나 던지는 조언을 거의 다 받아들여 실험했다는 점이다. LG 박병호는 자기 스윙을 못 찾고 방황했으며 2010년 팔꿈치 부상까지 겹치며 유망주 자리마저 잃었다.

LG 박병호 289경기 타율 0.190(657타수 125안타) 25홈런 84타점

LG에 그대로 있었다면 박병호는 2차 드래프트로 다른 팀 유니폼을 입었거나 은퇴를 선택했을 지 모른다. 그러나 트레이드는 기회였다. 2011년 7월 31일. 트레이드 마감 시한이 3시간도 남지 않았던 밤 9시20분께 LG와 넥센이 2-2 트레이드를 감행했다. 베테랑 계투 송신영(한화)과 오른손 선발 유망주 김성현이 LG로 가고 투수 심수창(한화)과 박병호가 넥센 유니폼을 입는 것이다.

원래 이장석 히어로즈 대표가 2009년부터 LG에서 이병규(7번)와 함께 박병호를 노렸으나 그 즈음 '히어로즈 주력 선수 바겐세일'이 많았던 터라 이 트레이드에 수십 억 원 현금이 포함됐을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대부분 야구 관계자들의 예상도 'LG의 이득이자 넥센이 밑지는 장사'였다. 그러나 이후 박병호의 활약은 이 트레이드의 저울추를 넥센 쪽으로 기울이다 못해 저울을 엎어 버릴 정도였다.

2011년 시즌 후반기 박병호는 히어로즈 붙박이 4번 타자로 활약했다. 강정호(피츠버그)가 5번 타자로 자리를 옮긴 대신 박병호는 김시진 전 감독의 신뢰 속에 꾸준히 4번 타자 자리를 지켰다. 넥센 이적 후 2011년 시즌 후반기 51경기 타율 0.265 12홈런 28타점으로 가능성을 비쳤다. 이는 대폭발의 신호탄이었다. “당장 몇 경기를 못해도 2군으로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이 신기하고 좋았다”며 솔직한 속내를 조심스럽게 밝혔던 2011년 후반기의 박병호는 2012년 시즌 이후 KBO 리그 최고 거포가 됐다.

2012년 박병호는 전 경기(133경기) 4번 타자로 타율 0.290 31홈런 105타점 20도루를 기록해 홈런 왕좌에 오른 동시에 20홈런-20도루로 호타준족 MVP가 됐다. 후반기 팀이 미끄러져 데뷔 첫 포스트시즌의 꿈은 다음으로 미뤘으나 넥센이 2012년 후반기 순위 경쟁까지 힘을 낼 수 있던 데는 박병호의 몫도 컸다. 함께 넥센으로 이적한 심수창이 주력 선발투수로 우뚝 서지 못했고 LG로 간 송신영이 트레이드 4달 뒤 한화로 FA 이적한 데다 김성현이 2012년 시즌을 앞두고 승부 조작으로 영구 제명된 것과 비교하면 박병호는 트레이드 최종 승자가 된 셈이다.

이후 박병호는 3할 타율, 한 시즌 50홈런이 가능한 타자로 진화했다. 2013년에도 전 경기 출장(128경기)은 물론 데뷔 첫 풀타임 3할 타율(0.318), 37홈런 117타점으로 넥센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2014년 시즌 128경기 타율 0.303 52홈런 124타점을 기록한 박병호는 2003년 삼성 이승엽(56홈런), 현대 심정수(53홈런) 이후 11년 만에 KBO 리그 한 시즌 50홈런 타자로 우뚝 섰다. 넥센이 창단 첫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는 데도 박병호의 몫이 컸다.

그리고 2015년 시즌. 박병호는 노리는 공에 대해 강한 스윙을 하고자 했다. “선구안에도 신경을 쓰지만 적어도 내가 노리는 코스와 노리는 공만큼은 자신 있게 스윙하겠다”고 밝힌 박병호는 140경기 타율 0.343 53홈런 146타점으로 더 정확하고 뜨거운 화력을 뽐냈다. 홈런 수도 수지만 홈런 비거리가 평균 120m를 훌쩍 넘었을 정도였다. 많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 저 정도 힘이라면 충분히 메이저리그에서 통한다'고 인정했다. 개인 몸값은 기대치를 밑돌았으나 1,285만 달러의 높은 포스팅 응찰액만으로도 박병호에 대한 기대치를 알 수 있다.

넥센 박병호 580경기 타율 0.310(2091타수 648안타) 185홈런 520타점

메이저리그는 쉽지 않다. KBO 리그와 차원이 다른 빠른 공, 그리고 더 크게 떨어지는 변화구를 상대해야 한다. 더욱이 미네소타 홈 구장 타깃 필드는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안방 가운데 가장 추운 곳으로 알려졌다. 박병호는 두 수 높은 투수들과 상대하며 스몰 마켓 팀의 싸늘한 날씨를 이겨 내야 한다. 그러나 박병호는 좌절을 딛고 위기에서 기회를 잡고 올라간 선수다.

20대 초반의 박병호는 자신에 대한 시선의 기대치를 이기지 못하고 수를 읽어 돌파구를 찾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20대 중, 후반의 박병호는 코칭스태프의 믿음 속에 기량을 키워 메이저리그 문턱까지 올랐다. 기량을 키우는 한편 겸손하고 성실한 태도를 잊지 않았다. 30세 시즌,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박병호의 야구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사진1] 성남고 시절 박병호(맨 뒷줄 가운데) ⓒ 이희수 전 성남고 감독 제공.

[사진2] 넥센 시절 박병호 ⓒ 스포티비뉴스 한희재 기자.

[사진3] 박병호 미네소타 입단 기념사진 ⓒ 미네소타 트윈스 트위터.

[영상] 박병호 올 시즌 활약상 ⓒ SPOTV 제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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