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ACL 우승 꿈꾸는 최강희에게 필요한 '선수 셋'

풋볼리스트 2015. 12. 2.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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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매년 말 열리는 K리그 대상에서 수상자들은 방송으로 중계되는 행사 시간 안에 간략하게 수상 소감을 전한다. 기념 사진까지 촬영하고 나면 기자들은 감독상과 MVP, 영플레이어상(구 신인상)을 수상한 세 명의 선수들의 더 긴 이야기를 들을 기회를 갖는다. 행사 직후 미디어실에서 기자 회견이 열린다.

1일 오후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에서는 이 세 개의 주요 부문을 전북현대가 독식했다. 리그 2연패를 이룬 전북은 최강희 감독, 공격수 이동국, 미미드필더 이재성이 각각 감독상과 MVP,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다.

최강희 감독과 이동국은 전북에게 네 개의 별을 안긴 주역이다. 전북이 우승할 때마다 둘에게 감독상과 MVP가 주어졌다. 영플레이어상까지 석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리그 역사를 돌아봐도 1987년 대우 이후 두 번째다.

기자회견장에서 농담을 즐기는 최강희 전북 감독은 시상식에서 수상자를 영입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순전히 농담이었던 것 만은 아니다. 2011년 감독상 수상 당시 동석했던 신인왕 수상자 이승기(당시 광주)를 데려가고 싶다고 했고, 결국에는 정말로 전북으로 영입했다.

이번에는 영입할 수 있는 선수가 없었다. 최 감독의 좌우에 모두 전북 선수가 있었다. 첫 마디에 “이제 옆을 돌아봐도 뽑을 선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2016시즌에 더 좋은 축구로, 아시아 챔피언 등극이라는 성과를 내고 싶다는 최 감독에겐, 양 옆의 두 선수가 절실히 필요하다.

주장 이동국은 팀의 정신적 지주이자, 해결사다. 영플레이어상을 받은 이재성은 현 전북의 실질적인 에이스다. 중원에서 공을 소유하고, 운반하며 골로 가는 길을 만드는 플레이메이커다. 두 선수 모두 전북에 대한 충성심, 최 감독에 대한 신뢰가 굳건하다. 그러나 프로의 세계에서 계약은 그 두 가지 요소 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동국은 올해를 끝으로 전북과 계약이 끝난다. 아직 재계약에 합의하지 못했다. 이동국은 기자회견에서 솔직하게 상황을 말했다. “2009년 재계약을 맺던 시점보다 늦은 것이 사실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 12월까지 왔다는 자체가, 제가 더 좋은 활약을 하지 못했다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모르겠다. 내년에 두바이로 전지 훈련 가는데, 이렇게 되다 가는 아파트 밑에 있는 웨이트장에서 동계 훈련 할 지 모르는 상황이다. 재계약 전에는 뭐라고 답을 드릴 수 없을 것 같다.”

전북과 이동국의 재계약 협상은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동국은 거듭 모든 성과가 최 감독님 덕분이라면서도 만약 최 감독이 중동으로 간다면 “따라 가야죠”라고 했다. 이동국은 이제 전북을 상징하는 선수지만, 그 보다 최 감독에 대한 마음이 더 크다.

최 감독도 이동국을 애지중지한다. 이동국의 계약 관련 발언에 “차라리 포항에 가서 1년 만 뛰고 백의종군하겠다는 인터뷰가 나을 것 같다”는 말로 끼어들었다. “6월 30일 이전부터 자유 계약 선수를 잡아 달라고 말씀을 드렸는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왔다”는 말로 본인인 구단에 이동국을 잡아달라는 요청을 해왔다고 알렸다. “분명히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다. 재계약 문제는 저에게 맡겨 달라”며 무조건 잡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옆에 앉은 이재성의 경우에도 잔류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인 이재성은 군 문제에서 자유롭다. 2015 동아시안컵 이후 대표팀의 중심 선수로 자리 잡았다. 리그와 대표팀, ACL에서 활약을 통해 이미 해외 클럽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재성은 “유럽에 나가는 목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최 감독의 표정은 굳었다.

이재성은 곧 “시간이 갈수록 (유럽 진출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지만 전북현대에 있는 것이 좋다. 올해 아쉽게 ACL에서 탈락했다. 아시아 우승컵을 드는 꿈을 꾸고 있기에 그걸 해결한 뒤에 나가도록 하겠다”며 최소한 2016시즌에는 최 감독의 곁에 남겠다고 했다. 그러나 기회는 아무 때나 오는 것이 아니다. 빠르면 2016년 1월 이적 시장, 늦어도 2016년 여름 이적 시장에 이재성에게 거절하기 어려운 제안이 찾아올지 모를 일이다.

이동국과 이재성을 지키는 것만으로 최 감독의 꿈이 다 이뤄지기는 어렵다. 둘을 모두 데리고도 2015시즌에는 좌절을 맛봤다. 최 감독은 일반 사람들도 알 정도로 유명한 해외의 스타 선수를 영입해 긴축 재정을 펴고 있는 K리그에 새 바람을 불어 넣고, ACL 정복을 이루겠다는 야망을 밝혔다. 스페인 2부리그 공격수 우르코 베라 영입도 야심찬 계획이었으나, 효과를 보지 못했다. 최 감독은 더 이상 시행착오를 원치 않는다. 디디에 드로그바 영입을 추진했던 야망을 정말로 실현하자는 포부를 밝혔다.

“여러가지 보강 방법이 있겠지만 구단과 상의해서 수용할 수 있는 만큼은 다른 해보다 강력하게 보강을 주장하고 싶다. 유명선수, 일반인도 알고 있는 선수를 영입하고 싶은 바람이다. K리그의 모든 팀이 축소되고 위축되었다. 챔피언스리그를 당장 나가보면 우리보다 못한 동남아 팀들, 태국 팀들조차 우리보다 연봉이 훨씬 강하다. 현실적으로 몇 년 동안 지금과 같이 K리그 팀들이 투자에 인색해진다면 K리그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우리들 만의 리그가 될 수 있다는 느낌 많이 받았다. K리그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전북현대를 이끌고 계속해서 챔피언스리그를 도전하는 것이 숙명이고 우승을 목표로 준비해야 하기에 그 점이 중요하다고 본다.”

최 감독에게 필요한 것은 베테랑과 플레이메이커, 그리고 큰 경기에서 해결해 줄 수 있는 월드 클래스 선수다. ACL 정복을 위해 필요한 선수단의 삼요소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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