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부 폐지 2년 8개월.. '거악 척결 기능'은 안녕한가

김정우 2015. 12. 2.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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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남 신임 검찰총장이 10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김수남 신임 검찰총장이 2일 취임한다. 박근혜 정부 후반기 사정(司正) 수사를 책임지게 될 ‘김수남호(號) 검찰’의 과제로는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최근 “수사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특별수사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에는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다. 특히 2013년 4월 대검 중수부 폐지 이후, 검찰 내 최정예부대가 된 서울중앙지검 특수1ㆍ2부의 올해 수사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특별수사 위기론’은 이제 뚜렷한 현실이 됐고, 이를 돌파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김 신임총장의 첫 번째 숙제로 떠올랐다.

중수부 부활론 솔솔… “수사보안, 신속한 의사결정 가능”

최근 검찰 수사력에 대한 비판 때문인지 검찰 안팎에선 ‘중수부 부활론’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김 신임총장은 지난달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효율적 수사를 위해, 그리고 전국적 규모의 사건이나 한 지방검찰청에만 맡기기엔 적절하지 않은 사건들을 수사할 수 있는 조직, 인력 등에 대해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의 질문에 대한 원론적 답변이긴 하지만, 이 발언은 검찰이 처한 현실에 비춰보면 꽤 의미심장하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그가 “특별수사의 기능이 집중된 서울중앙지검이 비대해진 측면이 있다”고 진단한 뒤, 대형 사건 수사에 적합한 새로운 ‘조직’의 필요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중수부 부활 추진으로 해석하긴 아직 이르지만, 최소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4부가 중심인 지금의 부패사건 수사 체제에 일정한 손질이 가해지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문제는 중수부의 폐지와, 검찰의 특별수사 위기론에 상호 인과관계가 있느냐이다. 과거 중수부의 작동 시스템을 보면, 어느 정도의 연관성은 분명히 있어 보인다. 중수부의 최대 강점은 ‘수사 보안’과 ‘의사결정의 신속함’이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수사는 ‘담당검사-부장검사-3차장검사-서울중앙지검장’이라는 내부 절차는 물론, 수시로 대검(반부패부장-대검 차장-검찰총장)과도 의견 조율을 거친다. 중수부에 비해 보고체계부터 이원화되다 보니, 의사결정이 상대적으로 더디고 이 과정에서 수사정보가 수사대상 쪽으로 흘러갈 위험성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중수부가 맡던 사건은 오로지 대검 내에서만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데다, 때로는 보고 라인의 단계를 건너뛰어 극히 일부만 수사정보를 공유하기도 했기 때문에 철저한 보안이 유지됐다.

“매머드 수사팀 가능… 수사기간 대폭 단축”

중수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검찰 간부는 “중수부장이 중수과장이나 수사기획관한테도 비밀로 한 채 담당 연구관(검사)들에게 과제를 주고 직보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며 “지하갱도를 파는 것처럼 물밑에서 은밀하게 수사가 이뤄졌던 셈”이라고 했다. 예컨대 2006년 현대자동차 비자금 수사 당시, 지방검찰청에서 중수부로 파견된 한 검사가 초기에 다른 동료들에겐 “대선자금 수사 백서를 만들기 위해 왔다”고 말했을 정도로 중수부에선 보안이 수사의 생명처럼 여겨졌다.

수사 인력과 규모도 장점이었다. 평소에는 중수부장과 수사기획관, 중수1~3과장에다 연구관 4,5명 정도지만, 사건 규모에 따라 전국의 검찰청에서 검사 20여명을 징발하는 것도 가능했다. 재경지검의 한 간부는 “검사는 30명 안팎, 수사관들을 포함하면 100명 이상의 수사팀을 꾸리기도 했다”며 “지금의 특수부 4,5개가 한 사건 수사를 위해 가동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2003년 대선자금 수사,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등이 이런 방대한 수사력을 동원한 대표적인 사례다. 역량을 집중할 수 있으므로 수사범위가 방대한 사건도 수사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고, 따라서 피의자 측의 증거인멸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던 것이다.

“수사 여건 변화에 대응할 무기 개발해야”

이러한 중수부의 강점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무려 8개월의 시간을 투자한 포스코 비리 수사와 대비된다. 포스코 사건은 처음부터 ▦성진지오텍 고가 인수 ▦코스틸과의 유착 ▦동양종합건설 특혜 제공 ▦포스코건설 비자금 등 4개의 테마가 있었는데, 이 정도의 수사범위는 애초 특수부 1개 부서가 맡기엔 버거웠다는 지적이다. 특수통 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개인적으론 중수부가 수사했다 해도 수사결과는 특수2부와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면서도 “다만 수사기간이 훨씬 짧아져 수사 장기화 논란은 일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도 중수부 부활을 거론하기에는 부담이 큰 모습이다. 정치적 편향성 논란 끝에 중수부가 폐지된 지 3년이 지나지 않은 데다, 지금도 검찰 수사가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고 있느냐에 대한 시비는 계속되고 있다. 더구나 중수부 폐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때문에 그보다는 형사사법시스템의 개선ㆍ보완이 급선무라는 인식이 많아지고 있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간부는 “특별수사 위기의 진짜 원인은 중수부가 폐지된 게 아니라, 수사 여건은 점점 달라지는데 검찰의 무기는 전혀 개발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피의자 인권 향상과 방어권 보장에 맞춰, 실체적 진실의 발견에 필요한 새로운 제도 도입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김 신임총장으로선 과거 중수부의 장점을 살리면서, 현 특별수사 체제가 직면한 한계를 극복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한 법조계 인사는 “지금의 특별수사는 병사에게 소총만 쥐어주고 전장에 나가라고 하는 식인데, 전쟁에선 대포와 장갑차도 필요한 법”이라며 “권력과 재력을 갖춘 막강한 적을 상대하고 제압하려면 새로운 조직이든, 체제든, 수사기법이든 시스템을 정비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1일 임기를 마친 김진태 검찰총장은 퇴임식에서 “사소한 사안이라도 사회의 발전방향, 그리고 평화로운 공존을 염두에 두면서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후배검사들에게 따뜻한 수사를 당부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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