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6시간 근무 비결은 'No 잡담, No 서핑'

베를린=한경진 특파원 2015. 12. 2.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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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땐 오직 일만 하는 유럽] -獨, 스마트폰도 금지 점심 15~20분, 샌드위치로 때워.. 나머지 시간은 일에 전력 투구 퇴근후엔 '저녁이 있는 삶' 즐겨 獨, 일하는 시간 가장 적음에도 노동 생산성은 美 제치고 1위 "근로단축, 성장 걸림돌" 반론도
베를린=한경진 특파원

스웨덴에선 최근 '8시간 근로제'가 아니라 '6시간 근로제'가 유행하고 있다. 1990년대 스웨덴 공공부문이 실험적으로 도입했던 6시간 근로제는 최근 스타트업(신생벤처)을 중심으로 다시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6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스웨덴 앱 개발회사 필리문더스의 최고경영자(CEO) 리누스 펠트씨는 "근로시간을 2시간 줄였더니 오히려 직원의 업무 동기를 진작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4년 OECD 회원국 근로자 1인당 연간 실제 노동시간' 통계에 따르면 스웨덴의 노동시간은 1609시간이다. 32개 조사 대상국 중에 1·2위를 차지한 멕시코(2228시간)와 한국(2124시간)의 70~80%밖에 되지 않는다.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로는 독일(1371시간)이 꼽혔다. 이어 네덜란드(1425시간), 노르웨이(1427시간), 덴마크(1436시간), 프랑스(1473시간) 등 북·서유럽 국가들이 적게 일하는 나라에 이름을 올렸다. '6시간 근로제'가 확산되는 스웨덴은 노동시간이 짧은 순서로 보면 여덟째다.

이런 결과를 두고 국제 사회에서 '짧게 일해야 생산성이 더 올라간다'는 주장이 힘을 얻어 가고 있다. 퓰리처상을 두 차례 수상한 미국의 데이비드 호시 기자는 지난 6월 LA타임스에 기고한 칼럼('가족보다 우선시하는 미국인의 일 집착')에서 "미국인은 일이라고 하면 사족을 못 쓴다. 산업화된 국가 중에서 한국을 제외한다면, 우리는 그 어떤 나라보다 일에 많은 시간을 쏟아 붓는다"고 했다. 미국은 32개국 평균 근로시간(1770시간)보다 조금 많은 1789시간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 칼럼에서 작년 한 생산성 조사 결과 독일과 프랑스가 미국을 제치고 1·2위를 거머쥔 사실을 강조했다. 독일은 정부가 나서서 근로시간 단축을 장려한다. 프랑스는 긴 휴가와 많은 연차를 쓰며 삶을 즐기는 사람들로 유명하다. 그는 "단순히 근로시간이 길다고 생산성이 더 나아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노동시간을 줄이면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시간을 줄이면 성장에 방해가 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점심 간단히, 잡담 없이 일하고 칼퇴근

북·서유럽의 짧고 굵게 일하는 직장 문화는 어떻게 가능한 걸까. 소셜미디어그룹 '페이스북' 독일지사에서 근무하는 진(Jin·44)씨는 페이스북과 계열사 '인스타그램'의 독일 마케팅 전략을 이끄는 중책을 맡고 있지만, '퇴근 이후'에는 하우스 음악을 제작하는 디제이(DJ)로 더 유명하다. 그는 "올 하반기에도 기존 독일 업무뿐 아니라 미국 샌프란시스코·아일랜드 더블린에서 CEO인 마크 저커버그와 글로벌 마케팅 전략 회의를 가지는 등 많은 일을 했다"며 "하지만 동시에 휴일이면 프랑스 파리 클럽 파티에 초청받아 디제잉 공연을 하며 개인적인 삶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외국인이 독일인은 적게 일하면서 어떻게 많은 성과를 내느냐고 질문합니다. 저는 일주일에 40시간 일하는데, 점심은 15~20분 만에 샌드위치나 과일로 해결하고 나머지 시간은 모두 일에 집중합니다. 출근해선 인터넷 서핑이나 잡담은 하지 않고요. 이렇게만 해도 퇴근 후 업무에 관한 일은 절대 하지 않아도 됩니다. 1년에 휴가는 30일이고요."

OECD 국가 중 가장 적게 일한다는 독일인이 미국이나 영국과의 업무 차이점을 이야기할 때 꼽는 것이 바로 '정수기 대화(water cooler talk)'가 없다는 점이다. 정수기나 커피 자판기 앞에서 동료와 사적인 이야기를 하며 음료를 마시고 허비하느니 일을 하고 일찍 퇴근해 저녁을 충분히 즐기는 문화가 보편적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차이점은 '스마트폰'으로부터 해방. 독일 노동부가 나서서 기업 관리자들에게 근로시간 외에 업무 관련 전화나 이메일을 보내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기 때문에, 퇴근 이후까지 스마트폰에 속박당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미 경제지 포천은 '스웨덴 6시간 근로제에서 미국이 배울 수 있는 점'이라는 칼럼에서 "미국의 근로자들은 직장에서 온라인 쇼핑이나 소셜미디어와 개인적인 수다로 평균 1시간 30분에서 3시간을 허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스웨덴의 6시간 근로제는 사람들이 6시간 동안 업무에만 집중하는 것을 장려하고, 일이 끝나면 저녁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복수의 미국인은 한국의 직장에선 권위주의로 인해 직원들이 업무와 상관이 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국 임원이 회의에 부하 직원 6명을 끌고 나타났어요. 혼자 와도 되는 자리에 똑똑한 직원들이 왜 따라왔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가 저지방 우유가 든 카페라테를 찾았는데 사무실에 없으니 직원 한 명이 총알처럼 달려나가더군요. 시상 행사라도 있으면 호명 순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의전용 차량은 특정 모델만 써야 하는데 현지에 없으면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등 본질과는 동떨어진 업무에 쏟는 에너지가 너무 컸습니다." 이들은 "구글과 업무 회의를 잡으면 대개 25~30분 안에 끝난다"며 "한국 기업에서는 몇 시간이고 결론 없는 대화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선 '주 35시간 근무제' 반대 움직임도

물론 한편으로는 짧은 근로시간이 일자리 확대를 막고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경제장관은 지난 8월 말 프랑스경제인연합회(MEDEF) 모임에서 '주(週) 35시간 근무제'에 반대하는 발언을 해 정치권에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37세 좌파 장관으로 주목받는 그는 이 자리에서 "그동안 좌파는 기업에 반대하거나, 기업 없이도 정치를 할 수 있으며, 국민이 적게 일하면 더 잘살 수 있다고 믿었다"면서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주 35시간 근무제는 2000년 '조금 덜 일하면 모두가 일할 수 있다'는 취지로 도입한 법안으로 15년간 프랑스 좌파의 핵심 정책이었다. 하지만 경제 침체 속에서 일부 기업은 노동자의 근무시간이 줄어들자, 변형 근로제를 편법으로 운영하거나, 생산 시설을 아예 해외로 옮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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