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예산안 논개작전'에 野 반발.. 치킨게임 벌이다 타협모드

선정민 기자 입력 2015. 12. 2.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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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野가 요구한 예산안 반영 안할 수 있다" 한때 통첩 野 "협상 중단" 3시간 후 與와 3+3회동 쟁점법안 교환

여야(與野)는 2일 새벽까지 이어진 양당 지도부 심야 회동에서 그동안 서로 주장해온 경제활성화법과 경제민주화법을 2일 본회의에서 동시에 처리하자는 데는 의견 접근을 이뤘다. 쟁점이었던 노동 개혁 관련 법안 문제도 가닥을 잡았다.

양당은 이날 종일 '치킨 게임'식의 밀고 당기기를 벌였다. 먼저 '벼랑 끝 전술'로 불을 댕긴 건 새누리당이었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3시 예정에 없던 '긴급 예산 당정 협의'를 열었다.

김무성 대표는 "민생 관련 법안과 노동 관련 5개 법안을 반드시 연계해서 처리하겠다"고 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노동 5법과 경제활성화법안,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등 정기국회에서 꼭 처리해야 할 법안 및 예산에 관한 당정 회의 결과를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전달했다"며 "오늘 중으로 지도부가 마지막 담판 회동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말들의 의미에 대해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본지 통화에서 "야당이 우리 요구를 안 받아들이면 2일 본회의에서 정부 원안대로 예산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라고 했다. 김 의장은 "야당에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2월 9일로 노동 5법 처리 시한을 못박고, 입법권을 가진 국회 특위를 구성해 논의하자'고 제안했다"며 "당장 2일 본회의에서 노동개혁법을 올리지 않더라도 야당이 이 안을 받으면 여야 합의 수정안으로 예산을 처리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노동 5법은 지난 16일에야 국회 환노위 법안 심사 소위에 회부돼 물리적으로 2일 처리가 어려운 상황이니 2일 본회의에서 처리 시한과 방식만 못박자는 제안이었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으로서는 '노동법을 통과시켜 줄 것이냐, 아니면 함께 망할 것이냐'를 선택하라고 야당을 '협박'한 셈이다. 새누리당이 정부안대로 예산안을 통과시킬 경우 새정치연합이 요구해온 누리 과정과 호남 지역 예산, 새누리당의 가뭄 예산과 학교 환경 정비 예산 증액 등이 함께 날아가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야당이 예산안 처리를 끌면서 여당을 압박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예산안은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여당이 예산안을 활용해 야당을 압박하게 된 셈이다.

이날 당정 회의 직후 기획재정부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지시에 따라 예산 심의 예산안 수정 작업을 전면 중단했고, 김성태 새누리당 예결위 간사도 예산 심의를 중단하고 노동개혁법안 처리 일정에 합의해 달라고 야당 환노위원들을 설득하는 일에 투입됐다.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도 이날 내내 국회 주변에 머무르면서 상황을 챙겼다. 이 같은 정부·여당의 강경 방침이 알려지자 당정회의가 진행되는 도중에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천 정책위의장이 황급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실을 찾아 김정훈 의장을 10여분간 기다려 만나기도 했다. 새누리당이 예산에 법안들을 연계하고 나온 데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긴급 의원 총회를 갖고 "여당과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법안이나 기타 원내 의사일정에 대한 수석 간 협상이나 기타 부분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후 이날 밤 9시쯤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로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 최재천 정책위의장이 들어갔다. '협상 중단'이라는 말이 3시간 만에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을 포함한 '3+3 회동'으로 바뀐 것이다. 협상 시작 1시간여 만에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경제활성화법과 경제민주화법의 2일 본회의 처리에는 의견 접근을 이뤘다. 학교 주변에 호텔을 짓도록 허용하는 관광진흥법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우선 시행하고, 공공 산후 조리원을 확충하는 모자보건법은 '취약 지역'으로 대상지를 좁히는 식으로 여야가 한발씩 양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노동개혁법안 처리 시점과 관련해서는 새누리당이 "정기국회(9일)가 아니라면 '이번 임시국회'(연말) 까지라도 시한을 못박자"고 했으나 새정치연합은 "(언제인지 명시하지 말고) '임시국회'라고만 하자"고 했다.

이날 자정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협상장에 들어가고, 새누리당 김성태 예결위 간사와 새정치연합 안민석 간사는 국회 본관 3층 예결위 회의장으로 빠져나와 누리 과정 예산에 대한 막판 담판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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