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조 기금' 커지는 준조세 논란

김원배.김준술.이가영 2015. 12. 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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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FTA 부담 떠넘긴 것 .. 찬성 성명도 강요"정부 "자발적 기부로 모금 .. 강제 할당은 안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처리를 위해 여·야·정이 합의한 1조원 규모의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조성을 놓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이 기금에 기부금을 내야 하는 기업에선 이를 사실상의 준(準)조세라고 보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경제단체에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성명을 내라고 강요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야당이 주장했던 무역이득공유제(FTA로 이익을 낸 기업에서 부담금을 걷어 피해 산업을 지원)를 대신하는 것으로 민간기업 등에서 10년간 1조원을 걷어 농어촌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FTA 민간대책위원회 관계자는 1일 본지 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농어촌상생협력기금과 관련해 ‘찬성 입장’을 성명에 담을 것을 일방적으로 요구해왔다”며 “기업이 반발할 것이라고 반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대책위의 다른 관계자도 “기금에 찬성한다는 취지의 문구를 성명에 넣은 것은 ‘농·어업 피해 대책에 동의하지 않으면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지 못한다’는 야당 주장에 떠밀려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정부는 “기업에 기부를 강요하지 않았다”며 “기부하는 기업에는 세액공제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다.

 FTA 민간대책위는 무역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와 연구기관 등 42개 기관이 모인 조직이다. 대책위는 지난달 30일 오전 성명을 내고 “상생협력기금 조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기금이 우리 농수산물에 대한 국내소비 활성화, 취약한 농·어업 부문 경쟁력 제고에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생기금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경제계는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상생기금을 자발적 기부로 걷겠다”는 정부의 설명도 믿을 수 없다는 게 경제계 반응이다. 경제계는 지난달 19일 황교안 총리와의 간담회에서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 정책을 막아달라”고 간청했다. 그러나 불과 열흘 만에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준조세를 얻어맞게 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성격의 기부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앞장서 가입한 청년희망펀드엔 10대 기업이 1000억원을 기부했고,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드는 데도 10여 개 주요 기업이 수백억원을 부담했다. 지난 10월 한류 확산을 위해 설립된 ‘재단법인 미르’에도 삼성·현대차 등 16개 기업이 486억원을 출연했다. 재단 설립 과정을 잘 아는 경제계 관계자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만든 재단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도 기업을 대상으로 후원금을 모금하고 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이번 상생기금은 정치권이 FTA 부담을 기업에 떠넘긴 일방적 조치”라며 “이런 식으로 준조세 부담이 쌓이면 누가 투자에 나서려고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심지어 여권 내부에서도 상생협력기금을 두고 “기업에서 돈을 뜯어내는 것으로 준조세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는 “상생기금이 자발적이며 기업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학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은 “협력기금은 자발적인 것으로 절대 할당하지 않는다”며 “준조세가 아니다”고 말했다.

 경제계의 반발과 별도로 상생협력기금 조성은 장차 새로운 논란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기금 조성액이 목표에 미치지 못하면 정부가 부족액을 충당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한다는 여·야·정 합의문 내용 때문이다. 합의문만 보면 기부액이 모자라면 정부가 예산으로 부족액을 채운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는 예산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규돈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장은 “세제 혜택을 통해 모금을 지원하겠다는 뜻”이라며 “민간기금인 농어촌상생협력기금에 정부 예산을 지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상생기금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자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피해 보는 농어민을 도와주려는 좋은 의미로 (합의)했는데 과도했다면 여러 가지로 조율해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앞으로 수정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여당이 이를 수정하려 하거나 기금 조성이 여의치 않게 되면 야당이나 농민단체로부터 약속을 파기했다는 공세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세종=김원배 기자, 김준술·이가영 기자 oneb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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