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퇴짜 맞고 에식스대로 .. "작은 대학 간 게 행운"

고정애 2015. 12. 2.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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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의 길 <4부> 사공일이 만난 석학 ② 크리스토퍼 피사리데스 교수피사리데스 LSE 교수는"에섹스대, 학생에게 관심 더 쏟아노벨상 위해 연구 땐 상 못 받아큰 주제 공부하되, 논문 자주 내라"
피사리데스

“큰 주제와 씨름하되 연구 중간중간에 논문을 내라. 그래야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단련 과정이다.”

 지난달 18일 영국 런던정경대(LSE)에서 크리스토퍼 피사리데스 LSE 교수가 한국의 젊은 경제학자들에게 한 조언이다. 그는 말을 이어갔다. “가르치는 것도 좋다. 그러려면 더 잘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 논리적으로 쓰게도 된다. 지난 30년간 가르치면서 모든 걸 아우르는 답변을 얻을 때까지 더 깊게 들어갈 수 있었다. 논문으론 부족해 책으로 썼다. 그러곤 그걸 응용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자신의 경험담이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실업에 천착한 게 1970년대였다. 학계가 그의 연구를 주목한 건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뒤였다. 다시 10여 년이 흐른 후엔 노벨상을 받았다. 노벨상위원회는 2010년 “일자리가 있는 상황에서 왜 많은 사람이 실업 상황에 놓이는지, 경제정책이 어떻게 실업에 영향을 미치는지 등(탐색 이론)에 대한 답을 내놓는 데 기여했다”며 그와 데일 모텐슨 미 노스웨스턴대 교수 등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그는 “노벨상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는가”란 사공일 본사 고문의 질문에 “노벨상을 받는 가장 안전한 길은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노벨상을 위해 연구하는 사람들은 결코 상을 받지 못한다”고 했다.

 ‘불굴’은 연구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키프로스의 그리스계로 어렸을 때부터 수학을 잘했던 그는 영국 대학 6곳에 입학 지원서를 냈다. 그러나 5개 대학으로부터 거절을 당했다. 그중엔 옥스퍼드대와 LSE가 있다. 그는 에섹스대에 진학할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서 뛰어난 학업 성취를 이루었다. 결국 LSE에는 박사과정으로 입학했다. 그 무렵 만난 모텐슨 교수가 탐색 이론을 연구하도록 조언했다. 73년 박사 학위를 받았고 잠시 키프로스 중앙은행에서 연구직으로 일하던 중 그리스 아테네에 있는 예비 장인 집을 방문했다가 키프로스로 못 돌아가는 일이 벌어졌다. 키프로스 정부가 전복되어서다. LSE 스승들의 도움으로 76년부터 LSE의 교수가 됐고 지금껏 가르치고 있다.

그는 자신에게 퇴짜 놓은 대학들에 대해선 이렇게 말한 일이 있다. “에섹스대에 간 게 행운이었다. 작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훨씬 더 관심을 기울였다. 만일 LSE에서였다면 길을 잃었을지 모른다”고 했다.

 이 같은 피사리데스 교수의 삶을 두고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올리비에 블랑샤르는 “피사리데스는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했다. 그리고 역사는 그가 옳다는 걸 증명했다. 연구자들에겐 중요한 교훈이다. 만일 옳다고 생각한다면 남의 말을 너무 많이 듣지 말라”고 말했다.

 물론 이제는 달라졌다. 누구나 피사리데스 교수의 말을 경청한다. IMF 조사국의 프락카시 라운가니는 “그의 노동(노동경제학자임에 비유)이 보상받았다”고 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Sir Christopher Pissarides
크리스토퍼 피사리데스(1948년 키프로스 출생) / 런던정경대(LSE) 교수 / 영국 여왕이 인정한 흠정(欽定) 교수 / 2010년 노벨상 수상(실업문제 연구에 기여 ) / LSE대 박사 / 에섹스대 졸업(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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