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메이크업 했더니 "너 맞니"..그 질문이 '뒷모습' 프로젝트의 시작

김선미 2015. 12. 2.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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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관계;대명사’팀의 손민지·문해주·서유진·한누리 작가. [사진 관계;대명사]
‘3×4㎝:우리들의 초상’전시회장. [사진 예병현]

‘뒷모습 증명사진’ 프로젝트를 진행한 ‘관계;대명사’팀은 문해주(31)·손민지(28)·한누리(27)·서유진(26)씨 등 4명의 예술가로 구성됐다. 이번 ‘뒷모습 증명사진’ 아이디어는 작가들의 ‘정말 잘 나온’ 증명사진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작가들은 아이디어가 시작된 일화를 풀어놓았다.

 “졸업사진을 찍으려고 8㎏ 감량했어요. 풀메이크업을 하고 정장을 갖춰 입고 찍었는데 정말 잘 나온 거 있죠. 취업할 때 증명사진으로도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주변에 자랑을 했더니 다들 ‘이게 너 맞니’라고 하더군요. 거기서 고민이 시작됐죠. 진짜 ‘나’의 모습은 어떤 걸까?” 이어 과거에 '뒷모습'과 관련된 예술 작업을 했던 문해주 작가가 서로의 뒷모습을 찍어보자고 제안했다. 작가들은 익숙한 듯 낯선 느낌을 주는 뒷모습에 매력을 느꼈다.

 작가들의 개인적인 경험도 아이디어에 반영됐다. 한누리 작가는 “한때 구직활동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력서를 쓸 때마다 해당 회사 인재상에 맞추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며 “진짜 내 모습이 아닌 사회가 원하는 모습으로 포장해야 하는 구직자들의 현실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관계;대명사팀은 ‘3X4cm:우리들의 초상’ 전시회에 뒷모습과 관련된 다양한 개인 작품도 내놓았다. 문해주 작가는 수십 년간 조각·작문 등 예술활동을 독학한 아버지의 뒷모습을 찍은 ‘만능손’이란 작품을 전시했다. 문 작가는 "중장년층의 내재된 열정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손민지 작가는 새터민의 정착수기를 빔 프로젝트를 이용해 벽면 가득 보여 주는 ‘wall_text’란 작품을 전시했다. 손 작가는 "새터민들이 익명으로 쓴 글들이 그들의 가려진 진짜 모습을 대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누리 작가는 취준생의 뒷모습을 찍은 사진을 퍼즐로 만든 ‘지혜’란 작품을, 서유진 작가는 연기자와 드러머, 트롬본 연주자를 꿈꾸는 사람의 뒷모습과 앞모습을 촬영해 조명으로 비추는 작품 ‘조명하다’를 내놓았다. 작가들은 무아건축과 협업해 만든 공동작품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도 전시했다. 100명의 뒷모습 사진에 각각 조명을 달았다. 무아건축 오승욱 소장은 "각 개인의 내면을 향한 조명을 비추고 그림자들이 서로 기대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관계;대명사팀은 뒷모습에 주목한 ‘진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누군가의 뒷모습은 그 사람의 지나온 생애와 내재된 열정을 가장 잘 보여 주는 것 같아요. 우리 사회는 앞모습에만 치중하고 있지만요. 뒷모습을 통해 숨겨진 참된 자아를 찾아주고 싶습니다.” 

김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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