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같은 외국인 번역가 등장, 문학 한류 빛이 보인다

신준봉 2015. 12. 2.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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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인재 몰리는 번역아카데미독일인 디륵스, 중국인 장리리 등단순 윤문 넘어 원작 감동까지 살려아카데미 2년으로 늘려 본격 양성인위적 진흥책에 부정적 목소리도
지난 10월 채만식의 소설 탁류의 무대인 전라북도 군산을 찾은 번역아카데미 수강생들. 작품의 현장에서 생생한 문학 수업을 받았다. 이들은 고창 등 호남지역을 2박3일 간 둘러봤다. [군산=프리랜서 오종찬]
왼쪽부터 디륵스, 베네디띠스, 장리리.

최근 발표된 올해 대산문학상 번역부문 수상작은 심사위원들로부터 이례적인 칭찬을 받았다. 소설가 정영문씨의 실험적인 장편 『바셀린 붓다』를 독일어로 번역한 독일인 얀 디륵스(40)에 대해 “한글 원작의 문학성에 뒤지지 않는 등가(等價) 번역을 했다”고 평했다. 독일인들이 읽어 문학성을 느낄 만한 번역이라는 얘기다.

 심사위원들은 특히 외국인 단독 번역이라는 점이 의미심장하다고 했다. 한국문학 번역 영역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얘기다. 문학상을 운영하는 대산문화재단의 곽효환 상무는 “과거 한국문학 번역은 한국어를 할 줄 모르는 외국인과 외국어를 아는 한국인이 ‘2인 1조’를 이뤄, 한국인이 초벌 번역을 하면 외국인은 윤문하는 정도에 그쳤다”고 말했다. 디륵스처럼 한국말에 능숙한 외국인이 한국문학 작품을 혼자 번역하는 것은 이전에는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현상이라는 것이다.

 디륵스는 한국생활 11년째다. 함부르크에서 한국학 석사를 한 후 서울대에서 공연예술학 박사학위를 딴 그는 현재 가천대에서 독일어 회화를 가르친다. 유럽어문학과 조교수다. 그는 “문학작품을 번역할 때 음악의 리듬과도 같은 말의 흐름을 잘 살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 말했다. 나름의 ‘번역관’이다.

 외국인 단독 번역자는 다른 곳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한국문학번역원은 지난달 올해 한국문학번역상과 한국문학번역신인상 수상자들을 발표했다. 그 가운데 김영하의 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이탈리아어로 번역해 번역상을 받은 안드레아 데 베네디띠스(37) 베니스대 교수 역시 단독 번역이었다. 중국 여성 장리리(36) 역시 정이현의 단편 ‘영영, 여름’을 혼자 번역해 번역신인상을 받았다. 그는 한국인으로 착각할 만큼 발음이 유창했다.

 한국문학의 해외 번역 역사는 멀게는 19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동안 성과가 없지는 않았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이승우의 『식물들의 사생활』 등이 각각 미국과 프랑스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의 한자리를 어엿이 차지하고 있다고 여기는 이는 거의 없다. 한국문학 번역 영역에서 새로운 외국인 번역가 세대의 등장이 반가운 이유다.

 번역원의 고영일 부장은 “요즘 실력 있는 외국인 번역자들은 탄탄한 한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평소 재미있게 읽은 한국문학 작품을 번역하려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대중문화와 공산품의 세계적인 인기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문학 번역 분야에도 차츰 유능한 인재풀이 형성돼 앞으로의 활약이 더 기대되는 질적 변화가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은 한국문학번역원과 대산문화재단의 한국문학 번역 지원 노력이 일정한 역할을 한 결과로도 풀이된다. 특히 번역원은 국내 체류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2008년부터 1년 과정의 번역아카데미를 개설해 번역 실습과 함께 한국문학 전반에 대한 교육을 해 왔다. 여세를 몰아 올해 들어 아카데미를 2년 과정으로 늘렸다. 보다 경쟁력 있는 외국인 번역자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다.

 물론 부정적인 목소리도 있다. 문학의 해외 진출은 인위적인 진흥책으로 될 일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평론가 황종연씨는 “미국·프랑스 같은 문학 강국이 자국문학 번역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한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고 지적했다. 반론도 있다. 평론가 황현산씨는 “시장 논리에 따라 한국문학 수출이 잘 되지 않는다면 인위적인 지원책도 필요하다 ”고 말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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