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이름을 걸고 한판 승부..역·도로·아파트 '이름 전쟁'

조한대.김경록 2015. 12. 2.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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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잠실·반포 .. 정말 이름값 할까
내년 6월 개통 예정인 수서동 KTX역사 조감도.
① 레이크팰리스아파트 주민들은 자신들이 부여받은 도로명주소인 ‘석촌호수로’대신 ‘잠실로’를 쓰겠다고 주장했다. 석촌호수로라는 도로명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다. ② 미도아파트 주민들은 자신들이 부여받은 도로명주소인 ‘남부순환로’ 대신 ‘삼성로’를 쓰겠다고 주장했다. 남부순환로 도로명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다. ③ 법정까지 가는 주민 반발로 ‘야탑남로’라는 도로 이름이 아예 사라졌다. 주민들은 ‘판교로’라는 주소를 쓰게 됐다.
지난 10월 2호선 ‘신천역’은 ‘잠실새내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유도 경기에서는 ‘한판’ ‘절반’ ‘유효’ 등으로 승부를 가립니다. 이기기 위해 선수들은 있는 힘을 다해 싸우죠. 스포츠 경기에서만 승부가 벌어지는 건 아닙니다.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의 승부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KTX역·지하철역·아파트·학교 이름을 둘러싼 승부도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의 이해 관계가 걸린 이 싸움은 유도 경기 못지않게 치열합니다. 승부가 결정되기까지는 수많은 우여곡절을 거칩니다. 서명운동이 벌어지는가 하면,플래카드를 든 시위대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그 이름을 원하는 이유도 다양합니다. 현재 대한민국, 특히 강남 일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름을 건 ‘한판 승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주민 요청으로 잠실새내역으로 바꾼 신천역 등
잠실·반포 이름 붙인 전철역만 각각 3개씩
집값 상승 기대도 있지만 좋은 지역 산다는 만족감 더 커

지역 프리미엄, 학교명도 영향…삼평고, 판교고로 추진
강남 자곡동에선 딴 아파트에 같은 브랜드 쓴다고 시위
“잦은 개명, 표지판 변경 같은 사회적 비용 무시 못해”

“상대가 빼앗아가는 것이 무엇이냐.” “글자입니다.” 진명 작가의 최근 베스트셀러인 『글자전쟁』의 일부다. 글자의 기원을 두고 벌이는 민족 간의 갈등이 이 소설의 골자다. 여기서 글자는 한 민족의 뿌리를 뜻한다. 글자, 혹은 이름을 둘러싼 전쟁은 현실에서도 현재진행형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대한민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KTX역·지하철역·아파트·학교 이름을 놓고 지자체와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글자 전쟁에 빗대어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름 전쟁’을 조명해 봤다.

강남구 “강남수서역” vs 국토부 “수서역”
‘수서역’이 나을까, ‘강남수서역’이 나을까. 이 문제를 놓고 최근 수서동이 시끄럽다. 내년 6월 개통 예정인 수서동 KTX역 이름을 결정해야 하는 시점이라서다. 강남구는 ‘강남수서역’을, 국토교통부는 ‘수서역’을 원하고 있다. 국토부 산하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이달 중에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국토부 역명심사위원회’에서 역명을 확정할 예정이다.

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국토부는 “기존 지하철 3호선·분당선 수서역에서 KTX역으로 환승할 수 있기 때문에 역명도 같은 이름인 수서역으로 해야 한다. 역 이름을 다르게 하면 이용자들에게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역도 마찬가지 경우라는 것이다. 서울역은 지하철 1·4호선, 경의중앙선, 공항철도가 겹치는 곳인데 네 개 노선이 모두 서울역이라는 이름을 쓴다.
강남구는 “현 수서역과 KTX역은 600m 정도 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수서’보다는 강남의 인지도가 더 높기 때문에 역 이름에도 ‘강남’이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강남’을 넣어야 이용자 혼선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강남구가 ‘이용자 편의’라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속내는 다른 데 있다고 말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역 이름에 지역명을 넣으면 존재감이 높아지고 교통 접근성이 좋다는 이미지도 생겨난다”며 “무형의 가치를 얻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KTX 역명을 둘러싼 갈등은 수서역뿐 아니다. 청주시가 KTX오송역을 ‘청주오송역’으로 개명하려 하자 오송읍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청주시는 청주보다 오송이 덜 알려져 있고 오송역이 청주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개명 이유로 들었다. 오송 지역의 반대에 청주시는 오송역 명칭 변경에 관련한 연구 용역을 전문기관에 맡기려 했다. 이번엔 시의회가 예산 승인을 해주지 않았다. 청주시 관계자는 “개명은 잠시 보류된 상태”라고 말했다.

역 이름을 둘러싼 갈등은 이번뿐 아니다. 2003년 ‘KTX천안아산역(온양온천)’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천안시와 아산시는 심하게 갈등했다. 서로 자신의 지역명을 역명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해서다. 그러다 두 개의 도시명을 나란히 쓰는 안이 채택됐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광역 지자체명을 역명에 넣으려는 일은 지방에서 각종 축제를 만드는 이유와 같다”며 “외지인에게 지역을 각인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듯한 단체장의 업적을 만들려는 목적도 무시할 순 없다”고 말했다.

교회연합, 9호선 봉은사역 이름 반발

KTX 역명뿐 아니다. 지하철 역명을 둘러싼 갈등도 만만치 않다. 올해 초 개통한 9호선 봉은사역의 이름을 둘러싼 분쟁이 대표적이다. 한국교회연합과 코엑스역명추진위원회 측은 현 봉은사역 보다 ‘코엑스역’이 더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추진위는 서명운동까지 벌였다. 종교 편향을 이유로 교회연합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상대로 소송을 걸기도 했다. 개명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봉은사 미래위원장이었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봉은사의 이해관계’와 ‘역명 설문조사의 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봉은사 측은 억측이라며 반박했다. 지난달 27일 강남구는 역명에 관한 주민 설문조사를 다시 하겠다고 밝혔다.

9호선 다른 역들도 이름 정하는 데 우여곡절이 있었다. 현 삼성중앙역, 언주역이 그렇다. 삼성중앙역의 원래 역명은 학당골역이었다. 이 지역의 옛날 지명에서 따온 이름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이 납골당이 연상된다며 반대했다. 서울시 지명위원회가 세 차례 회의를 거쳐 결국 삼성중앙역으로 지난해 말 확정했다. 언주역은 주민들이 ‘차병원사거리역’으로 바꿀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원래 역명이 유지됐다.

지난 10월에는 2호선 ‘신천역’이 ‘잠실새내역’으로 바뀌었다. 신천(新川)은 한강의 작은 줄기로 우리말로 ‘새내’라고 부른다. 주민들은 “신천역은 마포구 신촌역과 헷갈린다”며 개명을 요구해왔다. 유일호 송파구(을) 국회의원이 ‘신천역 역명 개정’을 공약으로 내걸 만큼 지역의 숙원 사업이었다. 겉으론 “타 역명과의 혼란”이 개정 이유지만 “‘잠실’이라는 이름을 얻고 싶은 게 실질적인 이유”라는 게 중론이다. 이제 잠실이 들어간 역은 2010년 성내역에서 개명된 2호선 잠실나루역과 잠실역까지 모두 세 군데다. 이 역들은 연이어 붙어있다.

동일한 지역명이 들어간 역 이름은 강남에 더 있다. 9호선 구반포역·신반포역, 7호선 반포역은 모두 ‘반포’라는 지역명이 들어갔다. 현 구반포역의 이름은 원래 ‘서릿개역’이 될 뻔했다. 하지만 주민 민원이 빗발치면서 반포라는 이름을 넣게 됐다.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도 개통 전까지의 이름은 ‘청수나루역’으로 정해져 있었다. 1㎞ 남짓 떨어져 있는 곳엔 3호선 압구정역이 있다. 서릿개는 ‘개울물이 서리서리 굽이쳐 흐른다’는 뜻으로 반포천의 다른 이름이다. 청수나루란 압구정동이 아직 농촌이었던 시절, 이 지역에 있던 청수골의 이름을 딴 것이었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잠실·반포·압구정이라는 이름을 고집하는 건 “지역 후광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송파구는 8호선 장지역을 ‘가든파이브역’으로 바꿔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장지’가 묘를 연상케 한다는 주민 입장과 가든파이브를 활성화 시키려는 상인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 장지동이라는 이름은 원래 마을이 길쭉한 형태라서 붙여졌다는 유래가 있다. 동네에 잔버들이 많아 잔버드리라고 하던 게 장지동으로 굳어졌다는 설도 있다. 장지역명 변경과 관련해 서울시 지명위원회는 결정을 미룬 상태다. 8호선 문정역도 상권 활성화를 위해 ‘문정로데오역’으로 변경해줄 것을 송파구가 시에 요청했다.

이희정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개명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잦은 이름 바꾸기는 주민은 물론 외지인에게 혼란을 줄 뿐만 아니라 표지판, 안내책자 변경 같은 상당한 사회적 비용이 들게 된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또 쉽게 바뀔 수 있는 시설 이름이나 지나친 외래어를 쓰는 건 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특정 지역 이름이 역명에 들어갔다고 인근 아파트값을 올리는 데 큰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박 위원은 “결과적으로 실질적인 부동산 가치 상승보다는 ‘나도 좋은 동네 산다’는 주민들의 만족감을 채워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넓은 지역의 이름만을 쓰다 보면 작은 지역이 지니고 있던 고유성이 사라지게 된다는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대치동 주민 “남부순환로→삼성로 주소 변경”

지난해 1월 전면 시행된 도로명 주소도 조용하지 않다. 지난해 말 잠실동 레이크팰리스 아파트 주민들은 기존 ‘석촌호수로’를 ‘잠실로’로 바꿔달라고 구청에 주소 변경 신청을 했다. 석촌호수 주변으로 싱크홀 현상이 발생해 전국적인 이슈가 되던 때였다. 주소에 석촌호수 이름이 들어가면 오히려 나쁜 이미지가 생길 것이라는 주민 우려가 있었다. 이 도로의 이름은 올 초 잠실로로 변경됐다.

또 지난해 초 대치동 미도아파트 주민들은 아파트의 도로명 주소를 ‘남부순환로’에서 ‘삼성로’로 바꿔 달라 구청에 요청했다. 주변 은마·선경 아파트가 삼성로로 주소를 쓰자 민원을 낸 거다. 남부순환로보다 삼성로라는 이름은 강남 프리미엄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이름이다. 판교가 제2의 강남으로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원래 ‘야탑남로’였던 도로 주소가 민원으로 ‘판교로’로 바뀌었다. 야탑남로는 도로 이름 자체가 아예 사라졌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도로명 개명은 주민 입장에선 분명 중요한 사안이며 심리적 안정 효과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프리미엄은 역명뿐 아니라 학교 이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판교 삼평동에 2011년 개교한 ‘삼평고등학교’가 학교 이름을 ‘판교고등학교’로 바꾸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이에 대해 판교동 주민들이 반대하면서 삼평동 주민과 마찰을 빚었다. 판교동 주민들은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판교동 주민들은 판교동에 특목고 신설 예정 부지가 있는데 삼평고가 판교라는 이름을 쓰는 건 안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삼평고 학부모들은 “학교명이 동명을 꼭 따를 필요가 없고 크게 보면 삼평동도 판교신도시 안에 있으니 교명 사용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위원은 “지역을 대표하는 이름을 교명으로 삼아 명문고의 토대로 삼으려는 주민들의 의도”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30일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판교고로의 변경이 통과됐다. 최종 결정은 16일 도의회 본회의에서 내려질 예정이다.

브랜드 아파트로 이름 바꾸려다 갈등

역사나 도로 같은 도시 기반 시설만 이른바 ‘이름 전쟁’이 벌어지는 건 아니다. 아파트 이름에 건설업체 브랜드를 넣는 문제를 놓고도 갈등을 빚는다. 아파트 브랜드가 집값 상승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입주한 강남구 자곡동 ‘자곡포레’ 주민들이 래미안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넣으려 하자 1㎞ 정도 떨어진 아파트 ‘래미안강남힐즈’ 주민들이 들고 일어섰다. 자곡포레는 SH공사가 분양한 공공·임대 단지다. 삼성물산이 하청을 받아 지었다. 래미안강남힐즈는 삼성물산이 시행·시공을 맡은 민간 분양 아파트다. 강남힐즈 주민들은 강남구청으로 몰려가 시위를 하기도 했다. 갈등 끝에 자곡동 래미안 아파트의 이름은 ‘래미안포레’로 정해졌지만 두 아파트 주민들의 감정의 골은 깊어진 상태다.

지난해 서초구 내곡지구 ‘서초엠코타운젠트리스’는 이미 사라진 ‘현대 엠코’라는 기업명 대신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라는 브랜드를 써달라고 주장하다가 불발되기도 했다. 박 위원은 “한국은 아파트를 사고팔아 재산을 늘리고 중산층에 올라서는 사회 구조를 보인다”며 “재산의 상당한 비율을 집이 차지한다. 집값에 영향을 주는 작은 요인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아파트 브랜드가 가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없는 건 아니다. 건설정책연구원이 2012년 서울시 일부 구를 대상으로 ‘아파트 브랜드가 가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상위 브랜드(한국생산성본부 고객만족도 관련 NCSI 상위 7개사)의 아파트의 가격은 8년 만에 70.96%가 올랐지만 하위 브랜드는 37.42% 오르는 데 그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파트 건설사 브랜드가 집값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는 아니라고 본다. 고 원장은 “지역 주민들의 소득·교육·직업 수준이 아파트값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다시 『글자전쟁』의 한 장면. “전쟁이라니?” “이것은 전쟁이에요. 과거 문명이 생기고 글자가 만들어지던 때로부터 시작된 전쟁. 피해 회복은 범인을 잡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오류를 바로잡는 데 있어요. 한둘의 범인이 아닌 수천만, 수억의 의식을 바꾸는 데 있단 말이에요.”

소설 속 글자 전쟁은 그 끝을 알 수 없다. 현실에서도 역과 도로, 학교의 이름을 바꿈으로써 사람들의 생각과 그들이 그리는 이미지를 바꾸려는 이름 전쟁이 한창이다.

▶네이밍의 중요성
뭇매 맞은 서울시 새 브랜드 I . SEOUL . U

지난 10월 말에 발표한 서울시의 새 브랜드에 말이 많다. ‘I.SEOUL.U’. 시는 ‘서울은 나(I)와 당신(U) 사이에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사람들 사이에서 “‘서울한다’는 동사 표현이 억지스럽다”거나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타났다. 13년간 써온 “기존 하이서울을 이어갔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네이밍(이름 짓기)’이 얼마나 중요하고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지를 보여준 최근 사례다. 네이밍은 분야를 막론하고 이뤄지고 있다. 모든 분야에서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출판 분야도 그렇다. 2010년 출간된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당시 베스트셀러에 올라섰다. 책 내용도 무시할 순 없지만 전문가들은 단 한 줄의 카피가 당시 2030세대의 감성을 울렸다고 평한다. 물론 이후 “아프면 환자다”라는 비아냥과 이를 비판하는 각종 패러디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게 사실이다.

박재현 한국브랜드마케팅연구소장은 “‘아프니까 청춘이다’처럼 당시 시대상을 정확히 읽어내는 게 네이밍에선 중요하다”며 “최근에는 인문학에 기반을 둔 이름이 (소비자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2013년 농심이 야심차게 내놓은 믹스 커피 ‘강글리오’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패 요인을 여러 방향으로 분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에게 너무 낯선 제품명”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강글리오는 항암 효과가 있다는 강글리오시드 성분이 커피에 들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이름이라고 한다.

김인겸 인큐브랜드 대표는 “일단 이름이 어렵다. 국내 소비자들이 믹스커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아니”라며 “소비자 정서와는 거리가 먼 이름”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사람들이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좋게 이름 지어야 하며 동시에 개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네이밍보다 먼저 주요 소비층 분석과 그에 따른 브랜드 전략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네이밍을 잘했다고 끝은 아니다. 박문기 브랜드38연구소장은 “몇 해 전 정상을 달리던 섬유유연제가 그 업체 회장의 청부 폭행 사건으로 이미지와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며 “네이밍은 아이를 낳는 일과 같다.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장기적으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글=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커버 스토리]
서울은 40대, 강남은 30대

100억대 부자는 어떻게 돈을 모았나
회색 도시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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