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의 무기는?" 박서준, 2년 전 질문에 답하다

이미나,이정민 입력 2015. 12. 1.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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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MBC <그녀는 예뻤다> 로 첫 지상파 주연 해내.. "지금은 현장이 즐겁다"

[오마이뉴스 이미나,이정민 기자]

 MBC 수목미니시리즈 <그녀는 예뻤다>에서 지성준을 연기한 배우 박서준.
ⓒ 이정민
있다고는 하는데 정작 현실에서 본 사람은 없다. 마치 환상 속의 동물 유니콘 같다. 최근 종영한 MBC <그녀는 예뻤다>의 남자 주인공, 지성준을 지켜보며 든 생각이다. 모두들 그를 두고 '현실 속 남친' 같다 하는데, 정작 그와 같은 남자친구는 현실에서 도통 찾아보기가 힘들다.

지성준은 첫사랑 김혜진(황정음 분)을 15년 넘게 잊지 못하고 찾아나서고, 결국 사랑의 결실을 맺는 인물이다. 그 과정에서 보여준 순애보도 눈물겹다. 곁에서 미녀 민하리(고준희 분)가 맴돌았음에도 눈 하나 꿈쩍 않고, 과거와 달라진 모습 때문에 자신을 외면하려 하는 김혜진을 향해 해바라기 사랑을 이어간다. 정말이지 지성준은, 유니콘임이 틀림없다.

"으하하하!" 지성준, 아니 배우 박서준은 시원스레 웃음부터 터뜨렸다. 그리고는 "첫사랑을 향한 애틋함을 갖고 있을 순 있겠지만 지성준처럼 '찾아서 다시 만나야겠다'라고까지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드라마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지성준이 김혜진을 특별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성준의 대사에 '너(김혜진)는 나에게 엄마였고, 친구였고, 누나였어'라는 말도 있잖아요. 아마 지성준이라는 인물이 갖고 있는 인생의 가장 큰 목표는 김혜진이었을 거예요. 그 모습을 보며 내심 부럽기도 했어요. 요즘처럼 순수함이 많이 사라진 시대에, 지성준은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으니까요. 그런 모습이 시청자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성준을 위해 호흡마저 연기했다?

 지성준은 유독 김혜진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를 건넸다. 그게 '오글거린다'고 느껴질 법도 했지만, 박서준은 "'이건 내가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내려놓지 않으면 한 마디도 못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사랑해' 한 마디 하는 것도 엄청 힘들어질 걸요? 연기하는 상황을 보고, '이럴 수도 있지'하고 무던하게 생각해야 해요. (웃음)"
ⓒ 이정민
<그녀는 예뻤다>는 박서준의 첫 지상파 미니시리즈 주연작이다. 그러나 박서준에겐 드라마를 흥행시켜야 한다는 부담감보다 책임감을 갖고 끝까지 지성준을 표현해내야 한다는 고민이 앞섰다. "어떻게 하면 나만의 표현 방식으로 지성준을 보여줄 수 있을까를 많이 생각했다"는 박서준은 "크게 두 가지, 지성준이 첫사랑 김혜진을 대하는 모습과 <모스트 코리아> 폐간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포인트를 두려 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속 지성준의 목적과 제 목적은 처음부터 같았어요. 거기서(지성준이 목적을 이루는 과정에서) 제가 보여줄 수 있는 걸 보여주자는 생각이었죠. 특히 지성준의 과거를 많이 상상했어요. 다 대본에 나와 있는 게 아니었던데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작가님께 여쭐 수도 없는 상황이니, 제 나름대로의 해석이나 상상을 통해 '이 신에선 어떻게 하면 이 인물처럼 표현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죠."

대표적인 것이 지성준이 초반에 보여준 독설가적 모습이다. 지성준은 뉴욕 <모스트> 본사에서 3개월 내에 <모스트 코리아>를 한국 내 1위 잡지로 만들지 않으면 폐간시킬 것이라는 특명을 받고 한국에 들어온다. 그 과정에서 지성준은 <모스트 코리아> 구성원들을 무참히 들볶는다.

하지만 일에 있어선 목표지향적이고 철두철미하지만, 타고난 천성 때문에 독설을 할 땐 어색함을 숨기지 못한다는 게 그가 표현하고 싶은 지성준이었다. 이를 두고 박서준은 "초반 독설하는 장면에서 '이 인물이 원래 이렇게 독설을 하는 인물은 아니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잘 표현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독설을 할 때) 미묘한 떨림 같은 걸 호흡 등을 통해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김혜진과의 로맨스에선 배우 황정음과의 조화가 빛을 발했다. 올해 MBC <킬미, 힐미>에서 남매로 만났던 이들은 몇 개월 뒤 <그녀는 예뻤다>에서 연인이 됐다. 일각에서는 '어색해 보일 수도 있다'고도 했지만, 이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박서준은 "오히려 두 번째 같이 호흡을 맞췄다는 게 (김혜진과의 로맨스에서) 가장 컸다"며 "원래 작품에 들어가기 전 배우들끼리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한데 이번엔 그럴 필요가 없었고, 촬영장에서 누나(황정음)가 어떻게 하는 지도 잘 아니까 그런 게 (연기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평했다.

"2015년, 여유가 생겼다"

 올해 박서준은 '핫한 스타'가 됐다. 스타의 숙명이란, 자신이 어느 곳에서든 주목받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데 있다. 박서준은 "점점 사람이 없는 곳, 폐쇄적인 곳을 찾게 되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포기하면 편하다"고 웃었다. "그런 데 이런 건 생기더라고요. 과거엔 좋게 봐주시던 부분을 갖고 '왜 그래?'라고 묻는 일들이 생겨요. 그런데 굳이 또 제가 여기에 답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원래 그런 사람인데, 누군가가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맞출 필요가 있나 싶은 거죠. 또 그러려고 하다 보면 끝도 없을 거고, 점점 인기에 연연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그런 게 싫거든요."
ⓒ 이정민
돌이켜 보면 2015년은 배우 박서준에겐 새로운 전기가 된 한 해였다. 두 편의 드라마를 모두 흥행작으로 만들었고, 영화 <악의 연대기> <뷰티 인사이드>를 통해 스크린에도 진출했다. 박서준은 "올해 가장 달라진 것이 있다면 예전보다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라며 "지금까진 눈앞에 놓인 것들만 보기 바빴는데, 시야가 조금은 넓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선배님들과 함께 작업해서 그런 것이기도 하고, 현장에서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낸 덕분이기도 해요. 이렇게 시야가 넓어지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촬영하기 전 상대 배우나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눌 때 좀 더 많은 의견을 낼 수 있게 되기도 하고, 내가 생각하는 부분과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부분을 맞춰나가는 것도 수월해지거든요.

사실 여유가 없으면 눈치 보기도 바빠서 말도 제대로 못 해요. 그래서 그동안은 감독님이 말씀하시는 대로 따라가기 바빴죠. 하지만 결국 제 역할을 가장 오래 생각하는 사람은 저거든요. 감독님은 더 큰 그림을 생각하셔야 할 때가 많으니까요. 그럴 때 제가 제 역할에 대해 제대로 말할 수 있게 되면 더 좋은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아, 그런다고 제가 고집을 피운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에요. (웃음)"

작품을 보는 눈도 조금은 달라졌다. 일단 할 수 있을까 없을까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면서 자신의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박서준은 "물론 도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해하지 못하거나 너무 어려워할 것 같은 역할보다는 좀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하면서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려 하기 보단 그 안에서 조금씩 다른 모습들을 찾아가려 한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제가 안정주의인 건 아니에요. 어쨌든 역할을 맡는 그 순간부터 책임을 다해야 하니까요. 촬영하기 전 이것저것 다 해보면서 그 안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과하지 않은 표현을 만들어가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다 도전이라 생각하고요. 다만 지금의 제가 30대 중반 가장이고, 자식이 셋 있는 역할을 맡긴 어렵지 않겠어요? 와 닿지도 않고요. (웃음)"

"나만의 경쟁력? 바로 나라는 것"

 박서준의 차기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KBS 2TV <화랑>에 그가 출연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가 있긴 하다. 이를 두고 그는 "사극은 하면 진짜 도전이 될 것 같다"며 "만약 하게 되면 준비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지만, 또 잘 해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 이정민
약 2년 전 그에게 '박서준만이 갖고 있는 단 하나의 무기가 있다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했던 적이 있다. (관련 기사: 박서준 "신비주의? 나를 포장해 보여주지 않겠다") 그때 박서준은 당장 말하기는 어렵다며 언젠가는 숙제처럼 갖고 있는 이 질문에 답하겠다고 말했다. 자, 숙제 검사를 할 시간이 됐다. 박서준은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는 대학 시절 은사의 말부터 꺼냈다.

"예를 들어 한국의 탈춤은 외국에서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따라한다 해도 그 특유의 느낌을 내기가 어렵고요. 그것처럼 '너만의 무기로 무엇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냥 저, 박서준이에요. 제 자신이 저만의 색깔을 갖고 있는 거고, 행여 누군가와 비슷해 보일 수 있으나 그건 또 저와는 다를 것이라 생각해요. 그러니 지금은 저를 더욱 보여드리는 것이 저만의 경쟁력이 될 것 같아요. 저를 보여드리는 것, 이것이 바로 제가 이곳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요."

출제 의도를 뛰어넘은 답이다. 그러니 당장은 채점하기 어렵겠다. 다만 과거의 인터뷰 말미에 적었던 "결국 방법은 그의 궤적을 쫓아가는 것뿐이다"는 글귀가 떠오른다. 여기에 그의 이야기를 조금 더 덧붙이면 좋겠다. 당분간, 혹은 앞으로도 꽤 오래도록 그의 궤적을 쫓아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주는 말이다. 채점은 그때 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정신없이 20대가 지나가고 있어 아쉽기도 하지만, 모든 걸 가질 순 없잖아요. 저를 보여드릴 수 있는 지금에 감사하고 싶어요. 시간이 흘렀을 때 생각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어요. 연기를 안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때까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지금은 지금의 흐름대로, 하고 싶은 걸 하는 거죠. 지금은 현장에 있는 게 가장 즐겁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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