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금융 패권 경쟁'..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이승녕 입력 2015. 12. 1. 22:35 수정 2015. 12. 1.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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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신대로 위안화가 국제적인 통화로서 위상이 한층 높아졌습니다. 과연 이것이 중국과 미국의 경제 패권 다툼으로 이어질지도 지켜봐야 할 문제인데요. 특히 두 나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앞날에도 당연히 큰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이승녕 경제산업부장과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늘 어려운 문제도 쉽게 설명해 드리고 있는 이승녕 부장입니다. 어서 오세요. 위안화 SDR 바스켓에 편입된 것… 뭐 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죠? 쉽게 한번 풀어볼까요?

[기자]

네, 그러니까 한마디로 위안화가 중국 내부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통할 수 있는 그런 돈이 됐다, 이런 의미입니다.

SDR은 잠깐 설명을 하기는 해야 되는데 이게 특별인출권, 직역을 하면 그렇습니다.

국제통화기금, 우리가 잘 아는 IMF의 회원국들이 필요할 때마다 자신들의 몫만큼 빼서 쓸 수 있게끔 만들어진 겁니다.

역사가 좀 오래입니다마는 간단히 얘기하면 2차대전 직후에는 달러가 세계 국제 결제 통화로서의 위치를 전담하다시피 했었는데, 세계경제 규모도 커지고 또 이런저런 사정이 생기면서 달러만으로는 감당이 안 되니까 국제적으로 인정할 만한 다른 몇 가지 통화를 합쳐서 만든 게 SDR입니다.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최근까지는 미국 달러, 유로, 영국 파운드, 일본 엔화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중국 위안화가 여기 포함된 겁니다.

처음 포함됐지만, 비중은 약 11%로 일본 엔화나 영국 파운드화보다 커서 '제3의 국제통화'가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아까 제가 리포트를 전해드릴 때 잠깐 말씀드렸는데, 용어 문제를 좀 해결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국내 언론사 상당수는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됐다, 이렇게 표현을 하고 있단 말이죠. 그런데 적절하지 않다라는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기축 통화는 영어로 키 커런시(key currency)입니다. 열쇠 할 때 그 키를 쓰는데요.

일본에서 번역한 용어인데, 국내에 널리 정착됐습니다. 말 그대로 국제 거래의 근간이자 핵심이 되는 통화란 뜻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위안화도 기축통화가 된 것이냐에 대해선 논란이 큽니다.

단적으로 연세대 경제학과의 성태윤 교수 같은 분은 오늘 일로 이제 위안화의 위상이 굉장히 높아지기는 했지만 기축통화 수준까지 가려면 갈 길이 멀다, 이렇게 말씀을 하시고요.

그래서 저희도 간단히 몇 가지 사실확인을 해 봤습니다.

영어권 언론이 오늘 내용에 대해서 보도한 거를 쭉 봤더니 여러 말을 쓰는데, 그중에 물론 키 커런시 중 하나가 됐다는 언론도 일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글로벌 리저브 커런시(준비통화), 월드 커런시, 세계통화, 국제통화 등의 용어를 씁니다.

기축통화라는 단어가 있는 일본 언론도, 위안화에 대해선 '주요 통화' 중 하나가 됐다고 소개할 뿐입니다.

[앵커]

기축통화라고 하지는 않았단 말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또 당사자인 중국도 그렇게 안 씁니다.

중국에도 이 키 커런시를 번역한 용어가 있다고 합니다. '관젠화폐'라고 하는데 관젠이 우리말로 '관건이 되다' 할 때 그 관건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오늘 중국의 유력 언론인 환구시보를 봐도 관젠화폐라는 말은 전혀 안 하고 세계 3대 주요화폐가 됐다, 이렇게만 썼을 뿐입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위안화가 기축통화다, 이렇게 불러주고 있는 셈입니다.

[앵커]

따라서 그것은 너무 나간 것이 아니냐 하는 지적이 당연히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 용어가 중요한 것이 기축통화라는 단어의 의미가 굉장히 특별하기 때문이 아니냐, 이게 결국은 경제적 패권을 염두에 둔 그런 의미가 들어가 있으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로서는 명실공히 기축통화는 미국 달러화가 유일합니다.

유로화가 약간 그런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유로화조차도, 미국 경제가 좀 흔들리고 그럴 때마다 달러화의 기축통화로서의 지위가 흔들린다 이런 말도 항상 나왔거든요, 그 흔드는 게 바로 유로화인데 그 유로화도 아직 달러화의 지위를 흔들기에는 한참 멀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위안화가 아직은 아니라는 얘기인데, 물론 중국 경제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언젠가는 유로화를 넘어 달러화를 위협하리라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앵커]

당장 중국 입장에서 SDR 편입에 어떤 실익이 무엇인가를 좀 봐야 되겠죠?

[기자]

중국은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게 됩니다.

일단 SDR 편입으로 주요통화가 되면서 전 세계에서 위안화를 찾게 되고, 세계 곳곳에 위안화가 퍼지면 돈을 따라 중국의 영향력도 커질 겁니다.

하지만 이런 일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이제 기축통화건 주요통화건 이걸로 전 세계가 인정을 해 주려고 하면 그 돈의 가치가 언제나 보장될 거라는 믿음이 있어야 되는 겁니다.

또 하나 그 돈이 필요할 때마다 언제나 쓸 수 있는 유동성 이런 게 공급돼야 되는 겁니다.

그런데 이거를 제대로 하려면 결국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독립성이 보장돼야 하고, 중국 정부가 경제정책, 금융정책을 세울 때 투명하게 해야 된다, 이게 당연한 거거든요.

[앵커]

치러야 할 대가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죠?

[기자]

그렇습니다.

[앵커]

오늘 사실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역시 이런 상황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이냐 하는 문제인데 그건 어떻게 봐야 됩니까?

[기자]

일단 금융시장, 주식시장 이런 데를 보면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거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실제 내년 10월부터이기도 하고요.

좋은 점 먼저 얘기하자고 그러면, 그동안 우리가 중국이 제1의 교역 상대국인데 그 중간에 달러를 섞어서 거쳐 가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앞으로는 직접 하니까 훨씬 이점이 많습니다, 비용적으로도.

또, 이제 위안화가 들어오니까 달러의 비중이 살짝 비니까 우리가 미국 경제에 흔들리는 영향을 조금 덜 받게 될 겁니다.

그게 좋은 점이라면 똑같은 이유로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앞으로 더 커질 거라는 거죠.

[앵커]

말 그대로 동전의 양면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달러 외에도, 앞으로는 위안화에도 우리 경제가 흔들릴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얘기가 됩니다.

[앵커]

이승녕 경제산업부장이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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