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닥친 난민 루트 터키해안.. "선택의 여지 없다"하루 5000명 목숨 건 유럽행

임세정 기자 2015. 12. 1.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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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이 다가왔지만 목숨을 건 항해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4일 터키를 출발해 에게해를 건넌 난민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그리스 레스보스섬 북동쪽 해안으로 다가가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여름엔 훨씬 많이 팔렸죠. 비싼 것도 있지만 싸게 드리는 것도 많아요. 몇 척이나 사실 거예요?”

지난 29일(현지시간) 터키 서부 해안도시 이즈미르의 한 보트 가게에서 주인은 물었다. 알 수 없는 번호가 적힌 중국산 공기주입식 고무보트가 가게 여기저기에 쌓여 있었다. 며칠 내로 그리스 해안에 버려질 것들이었다. 이 가게는 난민들을 실어 나르는 보트를 파는 곳이다.

보트 가게를 나가서 오른쪽 코너를 돌면 이즈미르의 번화가 중 한 곳인 페브지 파샤 거리가 나오고, 여기서부턴 불법 브로커의 흔적이 눈에 띈다. “길 왼편에는 ‘고객’들을 머물게 하는 숙소가 있고, 오른편에는 보험 상점들이 있다”고 시리아 쿠르드족 출신 불법 브로커 아부 칼릴은 말했다. 보험 상점이란 난민들이 불법 브로커에게 줄 돈을 맡기는 곳이다. 난민들이 그리스 해안에 도착하면 돈은 브로커에게 지불된다.

길에는 상인들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난민에게 풍선을 판다. 난민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바다를 건널 때 보트 안으로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용도다. 케밥 가게는 12개씩 할인 판매하는데 12개 중엔 아이들을 위한 작은 케밥도 들어 있다.

서부 해안은 방치 상태였다. 터키 정부는 시리아인들에게 일자리를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불법을 저질러도 아무런 손을 쓰지 않았다. 터키 정부 대변인은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에 “우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난민 이동과 그에 따른 재앙을 막고 있다”고 답변했다. 터키 정부는 경찰이 지난해 이후 200명 이상의 불법 브로커를 잡아들였다고 밝혔다.

날씨가 추워졌지만 보트를 타는 난민 수는 여전히 많다. 그리스 정부 집계 결과 지난주에도 하루에 5000명 넘게 바다를 건넜다. 불법 브로커들은 수가 줄지 않는 원인 두 가지를 이야기했다. 첫 번째 이유는 전쟁으로 인한 주거지 파괴다. 두 번째 이유는 그리스로 가는 데 드는 비용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고무보트 한 자리의 가격은 석 달 전 1인당 1200달러에서 2주 전 900달러로 떨어졌다. 최근 며칠간 800달러로 더 떨어졌다.

여러 불법 브로커 조직이 있지만 구성은 비슷하다. 아부 칼릴과 같은 불법 브로커는 보트당 40∼50명의 난민을 모은다. 정해진 숙소에 난민을 모아 해안으로 데려오는 운전수들이 있다. 고무보트를 옮겨 조립하는 인부들이 있다. 난민들이 주로 시리아인이라면 불법 브로커 조직 역시 대부분 시리아인들이다. 하지만 터키인 파트너는 꼭 필요하다. 해안가를 소유한 지주다. 한 불법 브로커는 “우리 조직은 여러 명의 지주로부터 여러 곳의 해안을 빌린다”면서 “경찰이 한 곳에 단속을 나오면 다른 곳으로 빨리 이동해서 보트를 출발시킨다”고 말했다.

점점 추워지지만 난민들은 또 보트를 탄다. 아부 칼릴은 그 이유를 잘 알고 있다. 시리아에선 전쟁 때문에 살 수 없고, 터키에선 일자리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린 절망적이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아부 칼릴은 말했다. 아부 칼릴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자신도 그 보트를 타게 될 거라는 것을.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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