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이 수단 된 ISD.. 적도 아군도 없다
투자자 국가 간 소송(ISD) 행태가 급변하고 있다. 2000년대까지 주로 후진국 정부의 불합리한 정책에 피해를 본 다국적 기업의 구제책으로 이용되던 ISD는 최근에는 투기자본과 로펌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ISD 사건 자체를 투자 대상으로 삼는 ‘제3자 펀딩’ 방식의 제소 기법까지 등장했다. ISD 악용 사례가 늘자 각국 정부는 통상 협상에서 ISD 보호막 치기에 열중하고 있다.
한 로펌 관계자는 1일 “ISD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는 제3자 펀딩 방식”이라며 “사모펀드 등 국제 투자자본가들이 로펌을 끼고 ISD 제소 건을 상품화해 투자자를 모은 뒤 향후 이익을 나눠 갖는 식”이라고 말했다. 2000년 이전까지 한 해 평균 10건 미만이던 ISD 제소 건이 최근 매년 40∼50건으로 급증한 것도 ISD 자체가 투자상품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ISD를 둘러싸고 영원한 아군도 적군도 없어졌다.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 건에서 우리 정부 측 법률대리인을 맡은 대형 로펌 태평양은 한국 기업이 처음으로 중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 사건의 기업 측 대리를 맡고 있다. 민변 김종우 변호사는 “정부 측 대리를 했던 로펌이 언제 다국적 기업 편이 되어 우리 정부를 공격할지 모르는 상황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로펌들이 우리 정부의 대응 방안 등을 합법적으로 취득해 향후 이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 내 전문가 육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ISD의 폐해가 부각되면서 통상 협상에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지난달 공개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정문을 보면 12개 회원국은 담배산업의 경우 ISD를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 2011년 다국적 담배회사 필립모리스로부터 금연을 위해 담배 포장을 민무늬화한 것으로 ISD에 제소됐던 호주 정부가 이를 강력히 주장해 관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서 한·미 FTA보다 퇴보한 ISD 조항을 도입한 우리 정부와 대조적이다.
세종=이성규 기자, 조민영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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