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태국서 1면 일부 백지로 발행..뭔일이?

(AFP=뉴스1) 신기림 기자 = 인터내셔널 뉴욕타임스(NYT)의 1일자 신문이 태국에서 1면을 포함해 일부 페이지가 백지 상태로 배포됐다.

NYT는 당초 1면에 위기의 태국 경제와 관련한 기사를 실었는데 태국 인쇄소가 해당 기사를 삭제한 채 공란(blank)으로 처리해 신문을 인쇄한 것이다.

태국에서 발간된 1일자 NYT 신문의 1면과 6면에 있는 공란에는 "태국의 인쇄소가 해당 공란의 기사를 삭제했다. 인터내셔널 NYT와 편집국은 이번 삭제에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적혀 있다.

태국 인쇄를 담당하는 이스턴 프린팅 PCL은 해당 기사가 삭제된 경위를 묻는 AFP통신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인터내셔널 NYT 대변인은 공란에 적혀 있는 것과 동일한 답변을 했다. 현재 태국에서 해당 기사는 인터넷을 통해서 볼 수는 있다.

당초 1면에는 "태국 경제와 정신의 위축(Thai economy and spirits are sagging)"이라는 제목으로 취약해진 경제에 대한 태국 군부의 무능력과 일반 국민의 실망감을 다루는 기사가 실릴 예정이었다. 또 6면에 공백 처리된 기사는 세계 최장수 군주인 푸미폰 아둔야뎃(87) 태국 국왕의 후계 구도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최근 10주 동안 NYT 글로벌판이 태국에서 일부 백지 상태로 인쇄된 경우는 벌써 두 번째다. NYT의 지난 9월 22일자 신문은 태국에서 아예 발행조차 되지 않았다. 당일 NYT 아시아판은 1면에 푸미폰 국왕의 건강과 관련한 자세한 기사를 게재했다.

태국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불경죄를 적용하고 있으며 지난해 군사 쿠데타 이후 불경죄 관련 기소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국왕, 여왕 등 왕족을 모욕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으면 최대 15년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이에 태국 언론과 출판 및 인쇄업계는 왕실 관련 기사를 사실상 자체 검열하고 있다.

이번달 초 인터내셔널 NYT는 생산 비용 증가를 이유로 연말까지 태국에서 신문 인쇄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NYT는 그러나 싱가포르,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미얀마 등 동남 아시아의 다른 6개 국가에서 신문을 받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kirimi9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