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파리 테러 그 후..당당한 외침 "우리는 두렵지 않다"

파리(프랑스)=이동우 기자 2015. 12. 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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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 복귀하는 파리 시민들..대표적 명소 샹젤리제에는 연말 분위기

[머니투데이 파리(프랑스)=이동우 기자] [일상으로 복귀하는 파리 시민들…대표적 명소 샹젤리제에는 연말 분위기 ]

지난달 30일 찾은 프랑스 파리 레퓌블리크(Republique)에서 많은 사람이 테러 희생자에 대한 애도를 표하고 있다. / 사진=이동우 기자

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잔혹한 테러가 발생한 지 보름여가 지난 30일(현지시각), 파리 레퓌블리크(Republique) 광장의 촛불은 여전히 밝게 빛나고 있었다.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작은 초 하나가 힘을 잃어 갈 때쯤이면 또 다른 '파리지앵'(Parisien)이 가져온 초가 힘차게 타올랐다.

레퓌블리크 광장 중앙에 있는 자유의 여신 '마리안' 동상 주변에는 수많은 사람이 모여 희생자들의 안녕을 기원했다. 동상 바로 밑에는 '우리는 절대 두렵지 않다'(Meme pas peur)는 글귀가 두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이날 툴루즈에서 파리를 방문해 레퓌블리크 광장을 찾았다는 샤를 윌리엇(27)씨는 "그날의 희생자들은 누구도 아닌, 우리 자신이었다"며 "그들을 끝까지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테러를 이겨내는 하나의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3일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는 파리 시내 식당과 카페, 공연장 등 6곳에서 동시 다발적인 테러를 벌였다. 일상적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벌어진 테러라는 점에서 파리 시민들의 충격은 상당했다.

희생자를 위한 초에 불을 붙인 모르강 안드레씨(54)는 "이들의 희생이 안타까운 마음에 시간이 있을 때마다 들러보려고 하고 있다"며 "테러가 일상으로 침범했다는 점이 여전히 충격적으로 느껴진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는 "파리는 희생자들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고,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13일 발생한 바타클랑(Bataclan) 극장 테러에서 인근의 상점에 날아든 총탄 자국의 모습. / 사진=이동우 기자

무려 89의 사망자가 발생한 바타클랑(Bataclan) 극장 인근 역시 많은 인파가 몰려 추모와 애도의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극장이 위치한 길 건너편 공원까지 추모 인파가 놓고 간 꽃과 촛불이 가득했다. 도로를 따라 길게 늘어선 파리 시민들은 차분한 모습으로 자신에게 돌아올 헌화 차례를 기다렸다.

맞은편 상점 유리창까지 날아온 총탄 자국은 당시의 긴박함을 전해주고 있었다. 현장의 수북한 꽃들과 양초 사이에는 '우리는 파리다'(Je suis Paris)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지난 1월 발생한 샤를리 에브도(Charlie Hebdo) 사건부터 이어지는 테러에 대한 파리 시민들의 저항의식을 살필 수 있는 부분이었다.

파리 테러로 인해 희생자가 발생한 10구역 카리용(Le Carillon) 식당 앞에서 한 시민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 사진=이동우 기자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한 카리용(Le Carillon)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는 상태였다. 평소라면 휴식을 취할 시간인 일요일 저녁 7시가 넘어서까지 많은 사람이 추모행렬을 이어가고 있었다.

프란세사 프라도씨(49)는 "이곳은 일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종종 들러서 술을 한 잔 하던 장소였다"면서 "나 자신의 일처럼 희생자들의 고통이 전해져 오는 것 같다"고 슬픔을 전했다.

한편 이 같은 비극적인 사건에도 불구하고 파리 시민들은 일상으로 돌아오려는 노력하고 있었다. 까리용에서 불과 20미터(m) 떨어진 곳에 있는 또 다른 테러 장소인 프티 캄보주(Le petit Cambodge) 식당은 이날 영업 중이었다. 여전한 테러의 흔적에 손님은 없었지만, 홀을 비추는 전등 불빛이 창을 넘어 어두운 거리까지 밝히고 있었다.

지난달 30일 찾은 프랑스 파리의 대표적 관광명소인 샹젤리제(Champs Elysees) 거리의 크리스마스 장식에 불이 들어와 있다. / 사진=이동우 기자

프랑스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샹젤리제(Champs Elysees) 거리 역시 연말 분위기가 느껴졌다. 추모 분위기에 예년보다 2주가량 늦어지기는 했지만, 개선문 앞 샹젤리제를 수놓은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의 불빛은 건재하게 빛났다.

그런데도 샹젤리제를 찾은 관광객은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다소 한산한 기운이 느껴지기도 했다.

한 현지 교민은 "아직 파리 시민들 사이에 추모 분위기가 많아, 시 당국에서도 연말 크리스마스 장식 점등을 평소보다 상당히 늦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화려함으로 대변되던 평소의 샹젤리제에 비하면 연말 분위기가 풍성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파리 시민들은 테러가 난 다음 날에도 정상적으로 회사와 학교에 나갔을 정도로 강한 정신력을 보여줬다"며 "이번 테러는 정말 상처가 깊어 보이지만,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고 전했다.

파리(프랑스)=이동우 기자 can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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