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모의 EPL 현장] 현장에서 본 손흥민과 무사 뎀벨레

이성모 입력 2015. 12. 1. 12:32 수정 2015. 12. 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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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첼시전 킥오프 직후의 손흥민과 양팀 선수들)

[런던=스포츠서울 이성모 통신원] '움직임은 나아졌고, 결정력은 아쉬웠다.'

지난 토트넘 대 첼시의 리그 경기를 토트넘 홈구장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지켜보면서 들었던 생각입니다.

이날 손흥민은 분명히 지난 리그 경기였던 웨스트햄 전보다 더 나아진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경기 직후 통신원과의 인터뷰에서 본인 스스로도 '많이 아쉽다'고 밝힌 두 차례의 유효슈팅도 사실은 본인이 좋은 위치를 잘 찾아 들어갔기 때문에(전반전 헤딩 슈팅 장면), 그리고 본인이 스스로 좋은 움직임을 통해 기회를 만들었기 때문에(라멜라와의 연계 플레이 후 슈팅 장면) 나올 수 있었던 장면이었습니다. 전 경기에서 경기 내내 '쏘니!'를 부르며 위치를 조정해주던 포체티노 감독의 목소리도 이 경기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 두 장면에서 한 골 정도는 넣었다면' 하는 아쉬움은 그의 경기를 지켜보신 팬들도, 현장에 있던 통신원도, 손흥민 본인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사실, 첼시 전 손흥민의 활약에 대한 이와 같은 반응은 경기장 현장에서도 여실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후반전에 손흥민이 교체아웃되어 나올 때 토트넘 홈팬들의 반응을 유심히 지켜보니, 팬들 중 절반쯤은 일어나서 박수를 보내며, 또 절반쯤은 그냥 자리에 앉아서 그가 교체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손흥민의 활약을 좋게 보는 팬들도, 평범하다고 느낀 팬들도 있다는 생생한 증표였습니다.

이날 손흥민의 플레이에 대한 비슷한 평가(잘 하기도 했고, 아쉽기도 했다)는 국내에도 제법 많이 알려진 한 현지기자의 입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경기 종료 직후에 믹스트존에서 만난 텔레그라프의 맷 로(Matt Law) 기자였습니다. 그는 손흥민의 플레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통신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토트넘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에너제틱하고, 활동량도 왕성하고. 그런데, 오늘 그 헤더(헤딩슈팅)는 꼭 넣었어야 했어. 그걸 넣었다면 토트넘이 이겼을 테니까."

"오늘은 좀 지쳐보이긴 했는데, 사실 그건 손흥민만 그런게 아니라 토트넘 선수들 전체가 다 그랬어. 불과 3일 전에 장거리 원정을 갔다 왔잖아. 그걸 감안하면 전체적으로는 잘했다고 봐. 토트넘 입단 후에 현재까지 잘하고 있는 것 같아."

맷 로 기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에 손흥민이 믹스트존으로 들어왔고 그와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그와 인터뷰를 해보면 그는 늘 '자기'만을 이야기하지 않고 '팀'을 이야기합니다. 이날 통신원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제가 찬스를 살리지 못한 것도 아쉽지만 팀이 비겨서 더 아쉬워요"라고 말했습니다.

믹스트존을 빠져나간 후 손흥민은 바로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자신을 기다린 팬들에게 사인을 해준 후에야 경기장을 빠져나갔습니다. 그와 늘 동행하는 아버지 손웅정 씨가 아들에게 사인을 요청하는 팬의 유니폼을 직접 챙겨서 아들의 사인을 받아 전해주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사진=경기 종료 후 경기장을 빠져나가기 전에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는 손흥민)

물론, 손흥민에 대한 이야기 이외에도 이날 토트넘 대 첼시의 경기에는 볼거리가 많았습니다. 토트넘은 13경기 리그 무패라는 구단 신기록에 도전하고 있었고, 첼시는 코스타를 빼고 제로톱을 들고 나오는 등 무리뉴 감독의 전술적인 변화를 가져오며 분위기 쇄신을 꽤했습니다. 치열하지 않을 수가 없는 매치업이었던 셈입니다.

이날 피치 위에서 뛴 22명의 선수 중 가장 눈에 띄었던 선수, 사실은 이날 경기만이 아니라 이번 시즌 내내 거의 모든 경기에서 그런 선수는 토트넘의 미드필더 무사 뎀벨레였습니다. 특히 이날 경기의 전반전에서 그의 모습은 흡사 컨디션이 좋은 날의 야야 투레(맨시티)를 연상케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보다보면 '저 선수에게 볼이 가면 안전하다'는 믿음이 가는 선수가 있는데, 이날의 뎀벨레가 바로 그랬습니다.

경기 후 그의 기록을 찾아보니 그는 전반전에 100%의 태클 성공, 100%의 드리블 돌파, 89%의 패스 성공률, 4회의 인터셉트를 기록했습니다. 현장에서 느껴지는 '아우라'가 통계 수치하고도 일치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는 통계매체 '후스코어드닷컴'기준으로 이번 시즌 토트넘 선수 중 평점 1위(7.72, 2위 에릭센은 7.42)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화이트 하트 레인을 찾아보면 현지팬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고 주목을 받는 선수들은 단연 해리 케인, 에릭센 등입니다. 일반적으로 공격적인 역할을 맡는 선수들이 더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것은 어떤 팀에서나 마찬가지인 일입니다.

그러나 최근 토트넘의 실질적인 에이스는 케인도, 에릭센도 아닌 무사 뎀벨레입니다. 한동안 조용했던 그의 부활이 이번 시즌 토트넘의 호성적과 직결된다고 평가하는 현지 언론의 평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토트넘의 중원에서 수비적으로도, 공격적으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뎀벨레가 최근 같은 폼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면, 토트넘 전체도, 손흥민도 앞으로 더 안정적으로, 더 좋은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사진, 글. 런던=이성모 통신원 london2015@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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