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선의 비주얼풋볼] '늦게 핀 꽃' 바디의 활약이 더 아름다운 이유

유지선 2015. 12. 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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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유지선 기자= 빛을 발하기까지의 행보는 더뎠지만,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고 터뜨린 꽃망울이라 더 아름답다.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공격수’ 제이미 바디(29, 레스터 시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현재 EPL 득점 랭킹 상위권은 낯선 이름들로 가득하다. ‘주포’ 해리 케인(토트넘, 14경기 8골)과 세르히오 아구에로(맨체스터 시티, 10경기 7골)가 각각 공동 3위, 5위에 이름을 올리며 자존심을 지키고 있지만, 로멜루 루카쿠와 오디온 주드 이갈로 등 1위부터 3위는 모두가 예상치 못했던 이름들로 채워졌다.

그 중심에는 ‘득점 선두’ 바디가 있다. 바디는 지난달 29일(한국시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2015-16 EPL 14라운드 경기서 선제골을 터뜨려 11경기 연속 득점행진을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 지난 2003년 루드 판 니스텔루이가 맨유 유니폼을 입고 세웠던 EPL 최고 기록(10경기 연속골)을 갈아치우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사실 바디는 그동안 EPL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위권에 머물던 레스터 시티에 몸담고 있었고, 지난 시즌에는 리그 34경기(교체 8회)에 출전해 5골을 기록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유의 끈기가 좋은 밑거름이 됐고, 결국 이번 시즌 만개한 기량을 뽐내고 있다.

선덜랜드와의 리그 개막전서 득점포를 가동한 바디는 3라운드 본머스전을 시작으로 11경기서 무려 13골을 퍼부었고, 바디의 활약에 힘입어 레스터 시티도 리그 2위까지 비상했다. ‘선두’ 맨시티와의 승점마저 동일할 정도다. 레스터 시티로선 바디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복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유의 승부사 기질도 빛을 발했다. 바디는 지금까지 기록한 14골 중 9골이 후반전에 나왔고, 그중 절반 이상에 달하는 5골이 경기 종료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터졌다. 덕분에 레스터 시티는 지거나 비기고 있을 때 바디의 한방으로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었다. 바디는 기술적으로 뛰어난 유형의 공격수는 아니다. 최근 3시즌의 패스 성공률(68.6%→64.3%→65.9%)을 살펴봐도 알 수 있듯이 예리한 발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수비라인을 단번에 허무는 순간 침투력과 문전에서의 움직임만큼은 일품이다. 문전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볼을 잡는 즉시 슈팅을 때린다. 경기당 3.7회의 슈팅 중 페널티 박스 안에서 찬 슈팅이 3회에 달하며, 14골이 모두 페널티박스 안에서 만들어졌다. 골문과 가까운 지점에서 지체 없이 날리는 슈팅은 그만큼 정확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문을 정확한 위치선정과 과감한 슈팅으로 보완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바디의 고공행진은 8부 리그부터 1부 리그 무대를 밟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 않았기 때문에 더 값지다. 8부 리그 스톡스브리지에서 뛸 당시 바디는 낮에는 부목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축구를 하면서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다. 익히 알려져 있는 바디의 ‘신데렐라 스토리’는 영화로 제작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레스터 시티에는 승점을 가져다주는 ‘복덩이’ 역할을, EPL에는 남다른 이력을 바탕으로 다채로운 이야기보따리 역할을 하고 있는 바디. 늦게 꽃이 핀 나무에 더 많은 열매가 열린다는 말처럼 뒤늦게 빛을 발하고 있는 바디가 이번 시즌 EPL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래픽= 유지선

Copyright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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