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 반열에 오른 위안화..중국의 과제

오광진 중국전문기자 입력 2015. 12. 1. 09:26 수정 2015. 12. 1.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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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지난 달 30일 IMF 집행이사회에서 위안화를 SDR 통화바스켓에 편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 블룸버그

“세계와 중국이 윈윈할 수 있는 역사적인 첫걸음”(중국 관영 신화통신)

국제통화기금(IMF)이 30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워싱턴D.C.의 IMF 본부에서 집행이사회를 열어 위안화의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 편입을 결정했다고 공식으로 발표한 직후 중국 언론들은 ‘역사적 순간’ 등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위안화는 미국 달러화와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에 이어 5번째로 IMF의 SDR 통화 역할을 하게 됐다. 편입시점은 내년 10월 1일부터다. 새 통화바스켓의 구성비율은 달러 41.73%, 유로 30.93%, 위안화 10.92%, 엔화 8.33%, 파운드 8.09%다.

이 같은 변화를 중국에서만 의미있게 보는 건 아니다. ‘달러 함정(Dollar Trap)’의 저자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국제통화 보유국의 4분의 1 수준되는 개도국의 통화가 국제통화로 지정됐다는 것은 글로벌 금융에서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국제경제 무대에서 실물경제에 걸맞는 금융의 위상 강화를 추구해왔다. 중국을 최대 수출 대상국으로 둔 나라는 1994년 2개국에서 43개국으로 급증했다. 중국 GDP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4%로 세계 2위다. 하지만 각국이 비축한 외환 자산에서 위안화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1%에 머물고 있다.

”중국이 ‘대금융’(大金融)을 가져야한다”(우샤오치우 인민대 증권금융연구소장)는 주장은 이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중국이 추구하는 대금융의 핵심 축이 위안화 국제화다. 국제금융에서도 ‘대국의 영향력’을 갖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IMF의 위안화 SDR 통화바스켓 편입 발표 직후 중국 인민은행이 환영 성명을 통해 “중국이 국제금융무대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해줄 것을 국제사회가 더 많이 기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국제금융의 패권국이 되는 것은 이득도 되지만 비용도 치러야한다.”(뉴욕타임스) 통화는 3가지 기능을 갖는다. 지급 결제, 가치 표시, 가치 저장이 그것이다. 위안화가 이들 3가지 기능에서 달러와 같은 수준의 기축통화가 되면 중국은 경제적 안정과 지정학적 영향력 확대라는 잇점을 누릴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속에서도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은 건 달러가 기축통화였기 때문이라며 기축통화국가의 경제안정을 주요 이점으로 꼽았다. 또 미국이 러시아 북한 등을 제재할 수 있는 것도 미국이 말을 듣지 않는 금융사를 글로벌 달러 결제시스템에서 소외시킬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글로벌 달러 결제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한다는 건 글로벌 경제에서 단절되는 것을 의미한다. 기축통화국이 되면 ‘금융의 무기화’(유라시아 그룹)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이처럼 특별한 권리를 누리는 것 같지만 동시에 비용도 치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를 시장에 맡기기 때문에 자국 경제를 관리할 수단이 많지 않은 게 첫째다. 하지만 최근까지만 해도 중국은 위안화를 인위적으로 절하시켜 수출을 부양시켜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기축통화국이 되려면 우선 정부의 시장개입을 일정 부분 포기해야하는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시장 개입 중단은 경기변동에 대한 단기 대응력을 떨어뜨릴것이라는 우려를 낳는다. “경제에 대한 통제 포기는 2008년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어려울 때 중국이 4조 위안의 경기부양책으로 나홀로 성장했던 일이 재연되기 힘들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포린폴리시)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는 것은 또 장기적으로 위안화 가치 상승을 의미한다. “위안화가 IMF SDR에 편입되면 위안화 수요가 늘어 위안화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 중국 수출기업으로서는 좋지 않다.”(니콜라스 라디 PIIE 연구원)

기축통화 국가는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요구받는다. 하지만 “인민은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연준)가 누리는 독립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월스트리트저널) 금리도 인민은행이 아닌 국무원(중앙정부)이 결정한다.

투명성은 시장과의 소통을 전제로 한다. 지난 11월초 선강퉁(선전과 홍콩 증시간 교차 매매허용)을 연내 실시한다는 저우샤오촨(周小川)인민은행 총재의 글이 인민은행 웹사이트에 올랐다가 금융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키자 6개월 전 발언이라고 인민은행이 해명한 것은 소통 부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인민은행이 조금 더 분명하고 효율적으로 시장과 소통해야한다”(중국 자산운용사 빈위앤캐피털)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이 글로벌 금융의 메이저가 되기 위해 치러야할 또 다른 댓가는 자국 정책의 영향이 자국 경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지난 7월 중국 증시의 부양조치와 8월 위안화 기습절하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준 게 이를 예고한다.

법치주의도 기축통화국의 필요조건으로 꼽힌다. 중국은 2014년 법치주의를 선언했지만 “공산당이 법원의 결정에 여전히 간여하고 있고, 이는 위안화의 매력을 제한한다”(NYT)는 지적이 나온다. 법치는 예측가능함을 보장한다. 언제 갑자기 위안화 자산의 이동에 규제가 들어올지 모르는 불확실한 환경에서는 위안화 국제화는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소니 깁스 국제금융협회(IIF) 대표는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려면)법적인 시스템이 갖춰지고 투명한 정책 결정 과정과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신뢰가 쌓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민은행은 IMF의 위안화 SDR 통화바스켓 편입 결정 직후 “흔들림 없이 전면적인 개혁을 심화시키고 금융의 개혁과 개방을 가속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중국이 단 시일내 이 같은 과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중국 경제성장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개혁에 올인했다가는 성장동력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인민은행이 대출금리에 이어 최근 예금금리를 자유화했지만 여전히 창구지도로 은행 금리를 제한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지적한다.

이 때문에 프라사드 교수는 “위안화가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강력한 경쟁자가 되기 보다는 달러의 역할을 잠식해들어가는 게 가장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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