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아니면 안락사" 119인명구조견의 쓸쓸한 은퇴

박혜미 2015. 12. 1.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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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뉴시스】박혜미 기자 = 30일 강원도소방본부(본부장 이강일) 특수구조단 소속 인명구조견 '세풍(9·수컷, 독일 셰퍼드)'이 지난 6년간의 현장 구조활동을 마쳐 은퇴식이 열린 가운데 담당 핸들러인 황영태(오른쪽) 지방소방장이 특수구조단 대원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세풍이는 2009년도부터 도소방본부에서 인명구조견으로 활약하며 지난 6년간 건물붕괴, 산악조난 등 150건의 구조현장에서 6명의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 2015.11.30. (사진=강원도소방본부 제공) photo@newsis.com

【춘천=뉴시스】박혜미 기자 = "이제는 눈빛만 봐도 세풍이의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강원도소방본부 특수구조단 황영태 핸들러(지방소방장)는 지난 2012년부터 재난 구조 현장에서 한 팀으로 활동하다 은퇴를 하게 된 세풍이의 편안하고 행복한 제2의 삶을 기원했다.

1일 강원소방본부에 따르면 특수구조단 소속 인명구조견 '세풍(9·수컷, 독일 셰퍼드)'이가 지난 6년간의 인명구조활동을 마감해 11월30일 은퇴식이 열렸다.

세풍이는 지난 2009년도부터 도소방본부에서 인명구조견으로 활약하며 건물붕괴, 산악조난 등 150건의 구조현장에서 6명의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

지난해 6월25일에는 정선군 사북면에서 실종되어 숨진 70대 노인을 발견했고 앞서 같은달 3일에는 홍천군 내촌면에서 산나물을 채취하다 조난된 2명을 수색 7시간만에 안전하게 구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인명구조에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119인명구조견들의 은퇴 후의 삶은 그리 편안하지 않다.

은퇴한 인명구조견들은 대부분 일반인에게 분양되는데 나이가 많고 몸이 성하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분양 시기를 놓쳐 분양처를 찾지 못하고 안락사 되는 안타까운 경우가 있다는 것.

황영태 핸들러는 "인명구조견은 평생을 국민의 생명을 구조해야 된다는 소명으로 헌신하는 제2의 구조대원"이라며 "평생 험한 산을 뛰어다니고 위험한 재난 현장을 누비다 보면 어느 한 곳 성한 곳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어 그는 "나이도 있고 몸이 성하지 않아 분양이 되지 않으면 안락사를 당하기도 한다"며 "장기적으로 구조견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변화됐으면 좋겠고 그들에 대한 예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8년 강원 원주소방서에 인명구조견이 처음 도입된 이후 확대되어 현재 전국 8개 시·도에서 22마리의 119인명구조견이 활동하고 있다.

도소방본부에는 이번에 은퇴한 세풍이를 포함해 3마리의 인명구조견이 활동하고 있다.

119인명구조견은 인간보다 최소 1만 배 이상 뛰어난 후각과 50배 이상 뛰어난 청각 등을 활용해 각종 재난 현장에서 매몰되거나 실종된 구조자를 찾아내는 등 구조견 1마리당 구조대원 30여 명 이상의 수색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만큼 복종심, 민첩성, 수색 능력이 뛰어나야 하며 사람에 대한 공격성도 없어야 하고 험한 산악지형이나 붕괴된 건물과 같은 악조건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대담성도 요구된다.

'핸들러'는 구조견을 현장에 투입해 관리하는 구조대원으로 한 명당 1마리의 구조견을 담당한다.

핸들러의 역할은 구조견의 구조 활동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이들은 매년 중앙119구조단에서 연간 120시간 이상의 정기보수교육을 받는다.

한편 도소방본부 특수구조단에는 '세풍'의 뒤를 이어 12월18일부터 새로운 구조견 '마루(수컷, 라브라도 리트리버)'가 배치된다.

fly122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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