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미국병 완치, 다시 딴따라로 돌아간다"

2015. 12. 1.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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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싸이가 11월30일 서울 여의도동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7집 정규앨범 ‘칠집싸이다’ 발표 기념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 7집 발표…싸이가 말하는 ‘초심’

내 머릿속 사공들 줄이는데 오랜 시간
대학축제 무대 오르니 정신 확 들더라
빌보드 정상? 다시 일어나지 않을 일

‘처음에 먹은 마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초심’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흔히, 사람들이 타성에 젖은 자신에게 회초리를 들 때 꺼내는 단어다. 가수 싸이는 이 ‘초심’을 ‘강남스타일’이 가져다준 엄청난 후유증을 극복하는 데 썼다. 2011년 예기치 않게 세계적인 ‘벼락스타’가 된 후 싸이는 자신의 음악과 활동을 ‘국제표준’에 맞추며 정체성이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강남스타일’에 이은 신곡 ‘젠틀맨’은 얼마간 인기를 얻었지만, 이후 그의 창의력은 ‘원 히트 원더’(반짝가수)로 끝나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의 바다에서 표류하기 시작했다.

“우등생들이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고 하는 것처럼, 한때 곡 쓰는 게 쉬운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중압감인지, ‘미국병’에 걸린 건지, 곡을 한두 마디밖에 쓰지 못했으면서도 ‘이렇게 쓰면 강남스타일보다 못할 텐데’, ‘이렇게 쓰면 외국인들이 못 알아들을 텐데’라고 한마디씩 하는 내 머릿속 사공이 많았다. 그 사공을 1명으로 줄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강남스타일’로 빌보드 싱글차트 7주 연속 2위, 유튜브 조회수 24억 회로 기네스북 등재, 마돈나와 합동공연 같은 ‘사건’들이 또 다시 생길 거라는 바람이 ‘일장춘몽’임을 깨닫는데도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젠틀맨’ 이후 미국 힙합계 거물 스눕독이 피처링한 ‘행오버’를 내고, ‘대디’라는 곡을 작년 여름에 내려다 수정을 거듭하게 된 일은 ‘세계인’의 수요에 맞추려는 그의 욕심이었다.

창작을 위한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했던 싸이는 올 봄 전국의 대학의 돌며 축제무대에 올랐고, 흥에 겨워하는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대학축제 무대 서면서 제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맞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어서 이 직업을 택했는데, 왜 내가 하고 싶은 것 안하고 남의 눈치 보면서 이럴까’란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기존에 써놓은 곡들을 새롭게 정비하고, ‘예전의 나라면?’이란 생각으로 곡을 썼다. 그렇게 9곡이 모아졌다.”

하지만 싸이가 ‘초심’을 찾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초심’이란 게 과연 무엇일까, 감을 잡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초심이 뭔지 잘 모르겠더라. 음악을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인가. 초등학교 때인가, ‘새’(데뷔곡) 부를 때일까, 아니면 제대할 때일까. 그러다 ‘하고 싶은걸 하고 싶어서 딴따라가 된 때’를 떠올렸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결과는 순리대로 받아들이자. 이게 내가 생각한 초심이다.”

싸이가 ‘내수용’과 ‘수출용’이라고 말한 7집의 두 타이틀곡은 각각 ‘나팔바지’와 ‘대디’다. ‘나팔바지’는 대학축제 무대를 끝내고 집에 돌아와 무심중간에 쓴 곡이고, ‘대디’는 “1년9개월간 편곡, 뮤직비디오, 안무 등을 계속 수정한 끝에” 완성된 곡이다. ‘나팔바지’는 싸이가 DJ DOC에게 선물했던 ‘나 이런 사람이야’를 떠올리게 하는 복고풍 펑키 댄스곡으로, 무대에선 패션춤과 허슬춤이 어우러진다. 싸이 특유의 ‘B급 감성’이 담겨 있다.

“사람들이 말하는 나의 ‘B급 정서’, ‘마이너 감성’은 내가 의도한 게 아니다. 대중이 그렇게 브랜드를 붙여주면 나는 그런 상품으로 사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어느 날 나는 B급 문화의 한 큰 축이 됐다. 그런데 어느 누가 처음부터 B급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나. ‘새’ 할 때 나는 그게 A급이었고, ‘하이엔드’(최고급)였다. 문화예술에서 ‘자연스러움’이 최고가치 아닐까.”

당분간 싸이는 “신곡 무대를 보여드리는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빌보드 정상도전에 대해선 “택도 없는 소리”라며 “‘강남스타일’ 같은 일은 또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한글 노래가 전 세계에서 틀어진다는 게 가능한 일이냐. ‘강남스타일’ 이전부터 케이팝이 세계적으로 유명했다. 나를 그저 케이팝의 일원으로서 바라봐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싱글음반은 분식이라면 정규앨범은 정식이다. 대한민국 주부의 마음으로 정성껏 준비한 한상차림이다. 편식 없이 골고루 섭취해주셨으면 좋겠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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