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데시와 푸이그의 '평행이론'

박민규 기자 2015. 12. 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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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민규 기자]2013년 시즌 초, LA 다저스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었다. 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6.5경기 차로 벌어져 있었던 다저스는 22승 30패로 지구 꼴찌에 그치고 있었다. 결국 다저스가 꺼내 든 수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쿠바에서 건너온 요에니스 세스페데스(30)와 맺은 4년 3600만 달러의 계약 내용을 7년 4200만 달러로 경신하며 영입한 야시엘 푸이그(24)를 콜업 하는 것이었다.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었지만 당시 푸이그의 나이는 22살에 불과했고 그가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야구를 한 기간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회의적인 시선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저스는 그해 6월 5일(이하 한국시간),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맞이했다. 1번 타자로 선발 출장한 푸이그는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를 상대로 1회 첫 타석에서 2루타를 때려 내더니 5회와 6회, 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는 등 3안타 2홈런 5타점의 대활약을 펼치며 다저스의 9-7 승리를 이끌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데뷔 경기 또는 데뷔 두 번째 경기 만에 멀티 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푸이그를 비롯해 16명에 불과하다.

● 데뷔 경기 또는 데뷔 두 번째 경기에서 멀티 홈런을 기록한 선수들(1990년 이후, 연-월-일)

1. 매니 라미레스(1993-9-4)

2. 게이브 알바레스(1998-6-24)

3. 마크 퀸(1999-9-15)

4. J.P. 아렌시비아(2010-8-8)

5. 야스마니 그랜달(2012-7-1)

6. 매니 마차도(2012-8-11)

7. 야시엘 푸이그(2013-6-5)

푸이그는 2013년 시즌 동안 104경기에 나서 타율 0.319 19홈런 42타점의 수준급 활약을 펼쳤다. 그가 기록한 4.1 fWAR은 같은 해 데뷔한 마이애미 말린스의 호세 페르난데스(4.1)와 같았으며 신인 타자들 가운데 1위였다. 푸이그는 페르난데스에게 신인왕을 내주긴 했으나 2006년 신인왕 투표에서 5위를 차지한 안드레 이디어 이후 다저스 소속으로 신인왕에 가장 근접한 타자였다.

푸이그는 2년째 시즌이던 지난해에도 148경기에 출장해 5.3 fWAR을 기록하며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그러나 푸이그는 경기 내적으로는 예측 불가한 플레이와 상대방을 자극하는 행동으로 경기 분위기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으며 잦은 지각 등과 같은 좋지 않은 행동으로 팀 분위기를 어지럽혔다. 푸이그가 이러한 행동을 할 때마다 그는 다저스 내에서 계륵 같은 존재로 전락하고 있었다.

한편 ‘ESPN’의 버스터 올니에 따르면 스캇 반 슬라이크(29)의 아버지이자 뛰어난 수비와 준수한 타격으로 중견수로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앤디 반 슬라이크(54)가 라디오 스포츠 토크쇼인 WGNU-AM에서 다저스 내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가 단장에게 현재 팀이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푸이그를 트레이드해야한다는 조언을 한 것을 폭로했다. 진행자 프랭크 커수마노가 애드리안 곤잘레스(33)의 이름을 언급하자 반 슬라이크는 ‘그는 다저스 내 최고액 연봉자가 아니다’라며 부인했다. 클레이튼 커쇼(27)라는 걸 추론할 수 있는 한마디였다.

올 시즌 다저스는 푸이그가 부상자 명단에 올라 경기에 출장하지 못할 때 38승 32패를 기록했다. 샌프란시스코와 순위 경쟁을 하던 8월 29일부터 10월 2일까지 19승 14패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 때문에 다저스 선수들 가운데 다수는 푸이그가 복귀하는 것을 꺼려했다. 푸이그의 오만한 성격과 태도가 선수단을 붕괴시킬 수도 있다고 판단한 그들은 푸이그가 애리조나에 있는 가을리그에서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푸이그는 팀 동료들의 신뢰를 잃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지난달 28일, 술집에서 난동을 부린 푸이그는 자신의 여동생을 폭행했다는 혐의로 징계를 피할 수 없는 실정이다. 최근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 노조는 선수들이 행사한 폭력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어 푸이그의 현 상황은 더욱 좋지 않게 흘러가고 있다.

22년 전인 1993년, 푸이그처럼 중미에서 건너 온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한 선수가 다저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그 선수는 바로 ‘코리안 특급’ 박찬호를 통해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라울 몬데시(44)다. 1988년, 17살의 나이로 다저스와 계약하며 미국으로 온 몬데시는 수준급 장타력과 빠른 발, 좋은 수비력 거기다 뛰어난 야구 센스로 당시 유망주들 사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본격적인 빅리거 생활을 시작한 1994년, 코리 스나이더(53)를 제치고 주전 우익수 자리를 차지한 몬데시는 그해 8월 12일까지만 출장했지만 타율 0.306 16홈런 56타점의 성적으로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차지하며 다저스의 연속 신인왕 배출 기록을 이어 갔다. 이듬해인 1995년에는 풀타임 2년 만에 올스타에 선정되고 골드글러브를 수상했으며 1997년에는 다저스 선수로는 처음으로 30(30홈런)-30(32도루) 클럽에 가입하기도 했다. 1998년에는 타율 0.279 30홈런 90타점, 1999년에는 개인 통산 두 번째 30(33홈런)-30(36도루)을 달성했다. 몬데시는 1994년부터 1999년까지 연평균 .288/.334/.504/.839 26홈런 85타점 23도루 3.3 fWAR을 기록하는 등 리그에서 매우 가치 있는 외야수 가운데 한 명이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몬데시는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렸다. 다저스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였을 뿐만 아니라 LA라는 도시 자체가 히스패닉 이민자들이 매우 많았기 때문이다. 뛰어난 운동 신경과 야구 센스를 갖고 있었지만 성실성이 부족했던 몬데시는 방탕한 생활을 즐기기 시작했다. 경기 내외적으로 마찰을 일으켰으며 당시 다저스의 감독이었던 데이비 존슨(72)과도 불화가 생기면서 다저스는 그를 포기하기에 이른다.

결국 몬데시는 1999년 시즌 종료 후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트레이드되고 만다. 몬데시의 반대급부로 넘어온 선수가 바로 숀 그린(43)이다. 토론토로 트레이드된 후에도 몬데시는 훈련을 열심히 하지 않고 프로 정신이 부족하다는 비난을 들었으며 결국 정확성과 수비력의 기량이 급격하게 하락하며 2005년을 끝으로 메이저리그 유니폼을 벗고 만다. 한때 KBO 리그 진출을 타진하기도 했던 몬데시는 관리 부족으로 메이저리그에서 13년만을 뛰는데 그치고 말았다. 몬데시와 그린의 트레이드는 당시에는 말이 많았지만 현재에는 다저스가 실행한 성공적인 트레이드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한편 다저스의 자체 방송국인 ‘스포츠넷 LA’는 몬데시와 푸이그에 관해 흥미로운 기록을 제공했다. 몬데시와 푸이그의 데뷔 3년째까지 기록으로 두 선수는 상당한 유사점을 보이고 있다.

몬데시와 푸이그는 한 가지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몬데시는 1999년 33홈런 99타점 36도루를 기록하며 가치가 비교적 높을 때 트레이드된 반면 푸이그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올 시즌 푸이그의 OPS는 .758, fWAR은 1.5에 불과하다. 2013년과 지난해에 기록한 성적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문제는 부상으로 79경기 출장에 그쳤다는 것이다. 푸이그는 올 시즌 양쪽 다리 모두 햄스트링 부상으로 15일 DL(부상자 명단)에 두 번이나 등재됐다. 몬데시가 자기 관리를 하지 못해 선수 생명이 짧아진 것과 같이 푸이그는 '평행이론'처럼 몬데시의 전철을 밟고 있다.

다저스는 자기 관리를 소홀히 한 ‘게으른 천재’의 말로가 어떤지를 경험했다. 다저스는 결코 쉽게 볼 수 없는 팀 케미스트리를 지키기 위해 ‘게으른 천재’를 내보내는 결정을 했다. 그리고 다저스는 그때와 같은 상황을 다시 한번 마주했다. 16년이 지난 현재, 다저스는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될까. 그리고 푸이그가 몬데시와 얽힌 '평행이론'을 깨뜨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록 출처 : 베이스볼 레퍼런스, 팬그래프닷컴

[사진 1] 야시엘 푸이그 ⓒ Gettyimages

[사진 2] 라울 몬데시 ⓒ Gettyimages

[그래픽] 몬데시와 푸이그의 데뷔 3년째까지 성적 비교 ⓒ 스포티비뉴스 김종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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