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① 국가대표, 변명이 싫어 묻어뒀던 말을 꺼냅니다

서지영 기자 입력 2015. 12. 1.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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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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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이 아닌, 마음과 가슴으로 말하고 싶었다. 국가대표를 둘러싼 세상의 날선 말들에 나서지 않고 묵묵하게 받아낸 이유다. 추신수(33·텍사스)는 "변명을 하거나 억지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추신수는 클리블랜드에서 뛰던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AG) 야구국가대표팀에 차출됐다. AG에서 홈런 세 개를 넘긴 그는 당당하게 군 면제를 받았다. 추신수는 부산고를 졸업한 후 2000년 계약금 135만 달러를 받고 시애틀에 입단했다. 이국 땅에서 무명으로 10년 남짓한 세월을 보낸 그는 메이저리그가 주목하는 선수로 발돋움했다. 한국 팬은 숱한 오해와 편견, 외로움과 싸워온 젊은이의 금메달과 병역 면제에 큰 박수를 보냈다.

3년 뒤. 추신수는 2013 WBC에 앞서 소집된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았다. 2012 시즌 종료 후 클리블랜드에서 신시내티로 이적한 첫 해였다. 신시내티는 클리블랜드와 달리 새 식구인 '추추트레인'의 국제대회 참가를 허락하지 않았다. 징병제인 한국은 군 문제에 예민하다. 금메달을 목에 건 뒤 혜택을 받은 추신수가 다음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않자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KBO는 올해 대표팀 관련 조항으로 '군 면제 혜택을 받은 선수는 향후 5년간 국제대회 대표팀 차출에 응하는' 이른바 '추신수 조항'을 만들기도 했다.

메이저리그는 외국인 선수의 의견을 대체로 받아주는 KBO와 분위기가 다르다. 선수가 '대표팀에 합류하겠다'고 고집해도, 구단이 허락하지 않으면 갈 수 없다. 추신수가 2009년과 2010년 연속해 대표팀에 합류했으나, 2013년 팀의 반대로 WBC에 참가하지 못한 까닭이다.
추신수는 '슈퍼스타'다. 여론이 좋지 않을 때는 대중 앞에 나서 그간의 사정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고 말할 기회는 얼마든지 많았다. 하나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면 지금의 추신수가 갖고 있는 인지도보다 더 높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게 살고싶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추신수를 만났다. 올 시즌을 마친 소회와 내년 목표, 국가대표를 둘러싼 솔직한 속내를 들을 수 있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기부금 전달을 하고 왔다던 그는 깊은 갈색 정장을 입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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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 아닌, 마음과 가슴으로 말하고 싶었어요

-국가대표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병역 면제 혜택 후 대표팀으로 출전하지 않았지요.

"메이저리그 구단에 소속된 선수는 쉽게 말해서 (소유권이 팀에 있는) 물건과 같아요. 무엇을 결정할 때 구단의 동의를 받아야 할 수 있는 계약자 신분이에요.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팀에서 부상 위험을 무릎쓰고 보내줬습니다. 하지만 (2013 WBC는) 안 나가는 것이 아닌, 못 나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이후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죠. 그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해명을 하지 않은 편이에요.

"변명을 잘 하지 않는 편이에요. 억지로 제 이미지를 만들어내려는 스타일도 아니고요. 그런 사람이었다면 지금의 추신수가 갖고 있는 인지도보다 더 높을 수는 있겠죠. 하지만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

-스타 플레이어입니다. 언론 등을 통해 '오해였다'고 말할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제가 오래 산 것은 아니지만, 단 한 번도 사람을 만날 때 머리로 대한 적이 없었어요. 지금도 자신있게 말 할 수 있습니다. 마음과 가슴으로 말해요. 그래서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 오해의 소지도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기사 댓글을 읽으시나요.

"신경쓰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예전에는 그런 댓글이나 기사를 보면 마음이 아팠어요. 저도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이 세상 모든 분들이 저를 아껴주시고 좋아해주실 순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길에 대해서 모르는 분들, 또 야구를 모르고 비난하는 분들도 계세요."

-어쨌든 상처가 될텐데요.

"저 또한 모든 사람을 좋아하지 못하고, 늘 좋은 말만 못합니다. '저만 좋아해 주세요'라고 말 하는 건 제 욕심일 뿐이에요. 주변에서 댓글을 보면서 걱정하는 분들이 계세요. 하지만 신경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야구장에 오셔서 야유도 하시고 때로는 욕을 하는 팬이 계세요. 그러나 그것 또한 그분의 권리입니다."

◇베이커 감독님의 믿음…그리고 우승반지

-지난해 수술 뒤 올 시즌 초반 매우 고전했습니다.

"일단 수술을 하면 완벽하게 100% 회복은 어렵습니다. (컨디션이나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서도 야구는 계속 해야 하는 것입니다."

-비시즌 계획과 내년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요.

"비시즌에도 개인 훈련을 계속됩니다. 토·일요일을 제외하고 주 5일 야구장으로 출퇴근하며 운동해요. 내년에는 일단 아프지 말아야죠. 그래야 야구를 잘 할 수 있고, 우승도 할 수 있어요."

-추신수에게 우승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저도 그렇지만 모든 선수들이 우승만 보고 갑니다. 야구를 하면서 (힘들었던) 그 모든 과정들을 보상 받는다는 의미가 있어요. 사실, 선수는 우승을 하지 않아도 연봉은 받습니다. 그러나 인생에 돈은 전부가 아니에요. 프로 선수에게 우승은 명예와 같은 것 같아요."

-명예요?

"돈은 없어도 됩니다. (형편이 어려웠던) 옛날에도 잘 살아왔고요. 지난해 비시즌 동안 고향에도 오지 않고 미국에서 수술을 받고 재활을 묵묵히 한 것은 우승 목표 때문이었어요. 명예를 찾고 싶었고, 메이저리거 추신수다운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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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훗날 추신수는 팬의 기억 속에 어떻게 남고 싶나요.

"박찬호 선배님처럼 열심히 한 선수, 그래도 메이저리그에서 야구를 잘 한 타자로 남고 싶어요. 또 아프지 않고 꾸준한 선수로 기억됐으면 합니다. 저는 홈런을 많이 치거나 특출한 선수는 아닙니다. 저 또한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꾸준하게 오랫동안 뛰고싶은 생각은 늘 하고 있어요."

-몇살까지 야구를 하고 싶으세요.

"지금 생각은 마흔까지는 뛰고 싶어요. 그만큼 자기 관리가 중요해요. 스스로 컨트롤을 잘 하는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랬기에 지금 여기에 있을 수 있었고요. 하고싶은 모든 걸 하면서 무언가를 얻을 수는 없습니다. 무언가는 포기하고 가야 해요."

-신시내티 시절 스승 더스티 베이커(現 워싱턴) 감독의 이야기를 자주해요.

"베이커 감독님은 다른 걸 다 떠나서 저를 처음부터 끝까지 믿어주신 분이세요. 다른 사람이 다 아니라고 할 때 선수 입장에 서서 대변을 해주셨어요. 마지막까지 저를 믿어주신 분입니다."

-감독이 선수를 믿어주는 것이 큰 힘이 되나요.

"믿음은 말은 하기 쉽지만, 마음에서 나오는 믿음은 쉽지 않아요. 그 믿음이 진실이라는 걸 알게 됐을 때 (선수가 느끼는 부분은) 정말 커요. 더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서지영 기자
영상 =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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