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4할 타자의 대학 입학은 '안되는 일' 인가

최민규 2015. 12. 1.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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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최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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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부평에서 논술학원을 운영하는 홍창기(48)씨는 지금 연세대학교와 소송 중이다.

연세대학교 입학처는 지난 19일 서울 수서경찰서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야구부원 모집과정에서 입시비리가 있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2014년 타율 0.429를 기록한 서울고 외야수 홍승우 선수의 탈락은 주요 의혹 중 하나다. 홍창기씨는 홍승우 선수의 아버지다.

홍 선수의 근황을 먼저 물었다. 아버지는 “압수수색 이후 언론 보도가 쏟아지면서 '힐링'이 돼 가고 있습니다. 아들이 ‘안 되는 일’에 떼를 쓰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걱정도 했습니다. 이제는 ‘내가 옳은 일을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라고 말했다.

▶4할 타자 탈락은 ‘재량 행위’인가

잘 하는 선수가 좋은 결과를 낸다는 게 경쟁을 기본으로 하는 스포츠의 원리다. 그런데 홍씨 가족의 입장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고도 대학 입학을 하는 게 ‘안 되는 일’이었다. 법원에 제출된 2015년도 연세대 스포츠레저학과 야구특기생 5명의 1, 2단계 채점표를 보면 가족의 절망을 이해할 수 있다.

고교 시절 성적을 기본으로 하는 경기실적증명서에서 홍 선수는 평가위원 세 명으로부터 96점을 받았다. 나머지 네 명의 점수는 100~101점이었다. 실기테스트에서도 홍 선수는 최하인 55점을 받았다. 나머지 네 명의 점수는 각각 75점, 77점, 79점, 80점이었다. 유독 홍 선수의 점수만 전체 평균에 크게 미달한다.

연세대가 2015년 입시에서 뽑았던 신입생은 모두 9명. 이 중 다섯 명이 야수다. 고교 3학년 타율을 기준으로 할 때 2할6푼대 이하가 네 명, 나머지 한 명의 기록은 0.302였다. 홍승우의 타율은 0.429다.

물론 대학 야구부원 모집에 성적만이 유일한 기준인 것은 아니다. 팀내 취약 포지션이 있다면 성적이 낮은 선수라도 뽑아야 한다. 연세대의 2015년 입학생 야수 5명은 전원 내야수였다. 하지만 이 중 두 명은 고교 3학년 때 홍승우와 같은 외야수였지만 입학 뒤 내야수로 포지션을 바꾼 경우다.

올해 9월 시작된 재판에서 연세대는 “대학의 학생선발권을 무시하고 있다”며 홍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1997년 “학생 선발에서 대학은 재량권을 가질 수 있지만 일탈 내지 남용은 위법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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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는 일’

홍창기씨는 “쉽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워낙 아들의 성적이 좋았습니다. 경쟁 선수들 면면도 살펴봤습니다. 설마 제 아들을 ‘제낄’ 수 있을까 싶었죠. 오산이었습니다”고 말했다.

당초 홍승우 선수는 7월까지 프로야구 드래프트를 지망했다. 고교 외야수가 드래프트에서 뽑히기는 쉽지 않다. 아들은 “실적이 아깝다”며 대학에 진학해 4년 뒤를 노리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그래서 당시 서울고 감독을 찾아 상의했다. 돌아온 답은 “안 된다”였다. 나중엔 “지방 대학이나 전문대는 어떠냐”고 했다.

대학의 선수 선발이 공정하다면 할 수 없는 말이다. 홍씨는 “고3 선수 학부모 사이에선 봄에 이미 ‘누가 얼마를 주고 입학하기로 했다더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오갑니다”라고 말했다. 홍 선수가 대학 진학을 결심한 때는 7월께였다. 통상적으로 이미 ‘거래’가 이뤄진 때다.

홍 선수는 모두 5개 대학에 입학 원서를 냈다. 해당 대학들의 반응은 상상 이상이었다. 홍씨는 “당시 서울고 감독의 징계를 학교에 요청한 상황이었습니다. 한 대학에서는 ‘징계 요청을 철회하면 입학을 도와주겠다’고 했습니다. 다른 대학에선 ‘시끄럽게 하는 선수 못 받는다’고 했습니다. 감독이 가라고 한 학교를 거부하는 걸 질서를 무너뜨린다는 얘기죠. 또다른 대학에선 ‘왜 우리 학교에 원서를 넣어 골치 아프게 하느냐. 저의가 뭐냐’고 물었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고교 감독 지인이라는 사람이 집에 찾아와서 ‘이렇게 하고도 대학에 갈 수 있을 것 같으냐. 간다 한들 제대로 운동이나 하겠냐’고 협박했습니다”고 덧붙였다.

홍 선수는 한 대학으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았다. 처음에 “절대 안 된다”고 한 학교였다. 홍씨는 “성적으로는 도저히 떨어뜨릴 수가 없었겠죠. 한 명 결원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한 대학 감독은 ‘뒷돈을 쓰지 않고도 입학이 어떻게 가능했습니까’라고 오히려 묻더군요”라고 말했다. 당연한 일이 ‘안 되는 일’이 되는 게 상식이었다는 얘기다. 홍 선수는 지금 휴학 상태다. 합격은 했지만 홍씨는 보복을 우려해 입학 전 동계훈련에 보내지 않았다. 고교 감독 지인으로부터 “집에 불을 질러버리겠다”는 협박까지 받은 가족이었다. 그러자 대학에서는 특기생 자격을 박탈해버렸다.

▶“대학 입시비리, 3~5년 안엔 안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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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고교생 학부모에게 고교 감독 징계 철회를 요청할 이유는 없다. 입시 원서를 넣은 학생의 부모에게 “저의가 뭐냐”고 묻는 대학도 상식 이하다. 홍씨는 이런 일이 결국 입시비리 커넥션에서 발생한다고 믿고 있다. 야구 선수 아들을 키우면서 보고 들은 일에서, 그리고 비슷한 처지의 학부모들과 정보를 교환하면서 내린 결론이다.

이 과정에서 뒷돈 거래가 발생하리라는 추측은 자연스럽다. 어느 정도일까. 홍씨는 올해 입시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수서경찰서에서 관련 진술을 했다. 그는 “수사관이 먼저 묻더군요. ‘2012년에는 1억500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얼마인가요’라고. 저도 모 대학에 진학한 학생 부모가 2억원을 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고 말했다.

수서경찰서는 서울시야구협회의 연루 가능성을 높게 보고 관련 인사에 대한 출국금지신청을 한 상태다. 홍씨는 “특히 서울 지역에선 모 대학 입학의 경우 이 대학 출신 협회 임원과 모 고교 팀 감독을 거치지 않고선 입학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 고교 감독으로부터 “대학 입시비리는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은 계속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왜”냐고 물으니 답은 이랬다고 한다. “학부모와 감독 사이에서 중학교 1학년부터 금품이 오갑니다. 이 돈은 또 위로 상납돼죠. 받은 돈값은 다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홍씨는 또 이렇게 말했다. “최근 물러난 모 대학 감독은 앞으로 3년은 자기 지분이 있다더군요. 감독 자리를 떠나서도 돈을 받는 구조라는 겁니다.”

최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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