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제주 제2공항 부지, 온평리는 '난리통'

최윤신 기자 입력 2015. 12. 1. 06:18 수정 2015. 12. 1.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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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 오전 제주도 성산읍 일대는 충격에 휩싸였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제주 제2공항 부지가 ‘신산리’로 발표됐기 때문. 이전부터 성산읍 일대가 공항부지로 검토 중이라는 소문이 돌아 마을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신산리 바로 옆에 위치한 온평리 주민들은 혹시 자신들의 땅이 조금이라도 속하진 않았을까 불안에 떨었다.

이윽고 이날 오후, 마을은 난리가 났다. 공항 부지가 신산리 지역이라고 발표났지만 실제로는 온평리인 것이나 다름없었던 것. 공항이 들어서는 부지의 70% 이상이 온평리 땅이었다. 주민들은 하나둘씩 마을회관으로 모여 들었다. 충격이 너무 커 누구도 함부로 입을 떼기 힘들었다. 얼마 전부터 신산리 지역에 바다를 메우고 공항을 짓는다는 소문이 있어 막연히 그곳이겠거니 생각하던 주민들은 집단 공황상태에 빠졌다.
“국책사업 앞에 마을 주민들은 두려움을 갖고 있다. 이는 특히 육지(제주도민들이 제주도를 제외한 한국을 이르는 말)사람들보다 제주 사람이 더할 것이다. 강정마을이 어떻게 됐는지 다 지켜봤으니까. 나라에서 한다는데 주민들이 반대한다고 국책사업을 철회하지 않겠지만 ‘생존’이 걸려있으니 목숨 걸고 반대하는 수밖에 없다.” 지난달 22일 기자가 제주도 제2공항부지 근처에서 만난 온평리 마을 주민의 말이다.
◆공항부지 선정=‘마을 해체’ 선고

국토교통부는 이날 성산읍 일대 496만㎡ 부지에 길이 3200m, 폭 60m의 활주로 1개(본)를 신설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국토부는 앞으로 ▲2016년 예비 타당성조사 ▲2016~2017년 기본설계 ▲2017년 토지보상 ▲2018년 착공 ▲2025년 개항 일정에 따라 제주 제2공항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후 언론에서는 연일 성산읍 일대의 ‘땅값’과 관련한 보도가 이어졌다. 공항부지 인근 지역의 땅 소유자들은 땅값이 올라 환호하는 것처럼 비쳐졌다. 하지만 공항이 들어서는 온평·신산·고성·난산·수산리는 물론이거니와 성산읍의 마을 주민 중 환호하는 이는 없었다.

온평리에 인접한 오조리의 한 주민은 “마을 사람들은 그저 우리 마을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뿐이지 땅값이 오른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 같은 것은 없다”며 “땅값 올라 돈 벌 사람들이 제주도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주 제2공항 부지 지정은 부동산 투자자들의 시선으로 봤을 때는 땅 값이 오를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겨질지 모르지만 농업이나 어업에 종사하는 마을 주민들에게는 ‘마을 해체 선고’와 다름없다. 생존권이 걸린 문제에 흔히 말하는 님비(NIMBY)나 핌피(PIMFY) 등의 말을 대입할 수는 없었다.

국토부는 제2공항 건설 계획을 발표하며 “신산은 기존 제주공항과 공역이 중첩되지 않고 기상조건이 좋아 최적의 입지”라며 “환경훼손이 타 지역에 비해 적을 뿐 아니라 주변 소음지역 거주민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평가되는 등 다양한 공항입지 조건이 다른 후보지보다 뛰어나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한 마을 주민은 “온평리 땅이 대부분인데 신산리라고 발표한 것만으로도 정책권자들이 얼마나 탁상행정을 했는지 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개탄했다.

국토부 측은 “점으로 지정된 공항면적에 기상과 환경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면으로 공항모양을 확장해나가는데, 이 과정에서 온평리의 면적이 커지게 된 것”이라며 “최초의 시작점이 신산리였기 때문에 그렇게 발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공항용역 책임자인 한국항공대 김병종 교수가 신공항이 들어설 마을 주민들에게 신공항 건설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석형 기자
온평리 사진=최윤신 기자
◆“생존권 때문에 반대”

“온평리 마을 주민들은 나중에 아이들을 데리고 온 젊은 사람들 빼고는 전부 농사짓는 사람들이다. 농사지어 큰 돈 벌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계절마다 농사지어 죽을 때까지 소일거리로 먹고사는 사람들에게 땅을 빼앗는 것은 죽으라는 말일 뿐이다.”

송종만 온평리 문화유산보존회 이사장은 “공항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온평리 사람들은 불안과 공황증세까지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온평리 마을 주민들이 보유한 공항부지 땅의 공시지가는 평당 8만원선. 십여년 전부터 땅을 사려는 사람들이 종종 방문하기도 했지만 그들에게 땅은 ‘재테크’가 아닌 ‘삶’ 그 자체였기에 지가보다 훨씬 높은 값을 치르겠다는 사람들의 제안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공항이 들어선다는 이유로 그들은 이 땅을 나라에, 국책사업에 내놔야 하는 처지가 됐다.

국토부가 공항사업을 추진하며 토지 보상비로 책정한 비용은 총 5000억원 수준인데 제주공항 부지의 면적이 총 495만8000여㎡인 것을 감안해 계산해 보면 3.3㎡(평)당 평균 33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비용을 받더라도 제주도내 어디서도 같은 면적의 농사를 짓기가 힘들다. 수 년 동안 제주의 땅 값은 많이도 올랐다. 농지를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이 온평리 마을 주민들과 같아서 공시지가에 몇배를 더 준다해도 땅을 내놓을 생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지인들이 투자목적으로 몇 십배씩 올려놓은 땅을 사 농사를 짓는 것 또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이 농지에 대해 평균가를 받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한 마을 주민은 “전체 땅에 보상금이 5000억원이라는 것이지 거래된 적이 없는 일반농지는 공시지가에 단 몇 푼 더 얹어줄 것이 뻔하다”고 예상했다. 제주 제2공항 토지보상가액에 대한 정확한 계산은 내년 하반기에 도출될 예정이다.

한편, 제주도는 공항주변에 상업지역을 조성해 주민들에게 실익이 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이승이 온평리 이장은 "우리마을 주민 90%가 죽을 때까지 농업을 전제로 살고 있는 노인들인데 상업지역이 되면 평생 농사만 짓던 사람들이 갑자기 장사하며 먹고살 수 있겠냐“며 ”온평리라서 반대하는 게 아니고 생존권이 달린 문제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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