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산 원유 앞에 공범?..터키·KRG·이스라엘 '용의선상'에

2015. 12. 1.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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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기존 테러 조직과 다르게 '국가'를 참칭할 정도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근간이 원유 밀매에서 챙기는 막대한 금전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IS가 장악한 이라크 서부는 물론 시리아 중동부는 유전 지대로, IS는 이곳에서 원유를 뽑아 공식 가격보다 절반 정도의 가격에 여러 통로로 판매해 역사상 가장 부유한 무장조직이 됐다.

IS가 원유 밀매로 얻는 수익의 추정치는 다양하지만, 일일 150만 달러 안팎으로 알려진다.

원유 판매망을 끊는 전략이 IS를 고사하는 주요 방법의 하나로 꼽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러시아 여객기 격추와 파리 테러로 IS가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만큼이나 전 세계의 공적이 되면서 이들에 대한 군사 행동의 수위가 여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이와 동시에 IS 격퇴에 관여한 주요 국가의 갈등도 빠르게 증폭하고 있다.

첨예한 갈등이 폭발한 상징적인 사건이 터키의 러시아 전투기 격추라고 할 수 있다.

IS와 전 세계의 대립 못지않게 국제사회의 진영 간 반목도 최고치를 향해 치닫는 셈이다.

이런 위태로운 분위기에서 상대방을 IS의 원유 밀매와 엮는 '음모성 공세'가 등장해 묘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모두다 '괴물' IS를 격퇴해야 한다는 당위를 내세우는 판에 물밑으론 이들의 숨통인 원유 밀매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누구든 되돌릴 수 없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

IS가 어떤 경로로 원유를 팔아넘기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IS가 점령한 이라크·시리아 지역에 항구가 없는 만큼 육로를 이용하는 것만은 확실하다.

이런 점에서 IS 점령지와 육상으로 통하는 곳이 의심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러시아는 이를 정확히 짚어냈다.

자국 전투기가 터키에 격추되자 러시아 언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러시아가 터키와 IS 사이의 원유 밀거래 망을 타격하자 이에 터키가 제동을 걸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터키가 IS 추종자들이 시리아로 밀입국하는 것을 방조하는 대신 IS산(産) 값싼 원유를 사들여 이득을 챙긴다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지난달 30일 파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서 "터키가 석유공급처를 보호하려고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하기로 결정했다고 본다"며 공개적으로 몰아붙였다.

같은 날 모와파크 알루바이 전 이라크국가안보보좌관도 러시아 매체 RT에 "IS가 지난 8개월간 터키의 암시장에 8억 달러의 원유를 절반 가격에 팔았다"고 주장했다.

터키 정부는 펄쩍 뛰었지만, 의혹을 깔끔히 털진 못했다. 터키는 "시리아에서 밀수된 원유 7천900만ℓ를 압수했다"고 밝혀 결과적으로 IS산 원유의 통로임을 자인했다.

IS가 아닌 반군을 '주적'으로 삼는 시리아 정부와 심지어 자체 군사조직 페쉬메르가가 IS와 기나긴 전투를 벌이는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KRG)도 IS와 원유를 밀거래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미 지난해 10월 미 재무부 대테러·금융정보 담당 데이비드 코언 차관은 한 연설에서 이라크 쿠르드와 터키, 시리아의 중개업자를 IS 원유 밀매처로 지목했다.

터키가 IS 원유 밀매 통로라는 공세가 높아지자 KRG는 지난달 30일 "쿠르드자치지역에서 터키 세이한 항구까지 송유관과 유조차로 수출되는 원유는 한 방울까지 검증되고 장부에 기록된다"며 "원유의 원산지에 대해선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부인했다.

IS산 원유를 사가는 '혐의'를 받는 곳은 이스라엘이다.

영국의 아랍전문매체 알알라비 알자디드는 지난달 27일 IS의 원유가 이스라엘까지 도달하는 '석유 세탁' 과정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와 시리아의 IS 점령지에서 생산된 원유를 산 밀매업자는 터키 국경을 넘기 전에 사설 시설에서 기초적인 정유 작업을 거친 뒤 석유제품으로 변환돼 이라크 쿠르드 자치지역의 국경도시 자크호를 통해 터키로 들어간다.

이 석유제품이 몇 단계를 거쳐 세이한과 메르신, 도르티올 등 터키 항구로 운반돼 지중해를 잠시 통과해 이스라엘의 아쉬도드 항으로 수입된다는 것이다.

이 밀매 과정에서 IS산 원유가 담긴 드럼통엔 위조된 KRG 인증 표시가 찍힌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용의선상에 오른 곳의 정부가 IS산 원유를 사는데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볼 순 없지만, 적어도 이를 방조한다는 책임을 물을 수는 있는 대목이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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