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오렌지 올렸더니.. "280g입니다"

박순찬 기자 입력 2015. 12. 1. 03:07 수정 2015. 12. 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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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울처럼 무게 재고, 누르면 사진 확대.. '터치의 진화'] 압력 깊이·힘까지 인식하는 '3D터치'.. 얼마나 세게 누르냐에 따라 다른 기능 강하게 터치하면 대문자·쌍자음 변환.. 이메일 살짝 누르면 '미리보기' 실행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br>/그래픽=송준영 기자

올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 전자전시회 'IFA 2015'에서 중국 화웨이는 신형 스마트폰 '메이트S'의 화면 위에 느닷없이 오렌지를 올려놓았다. 그러자 화면 속 저울이 움직이더니 '280g(그램)'이란 숫자를 내놨다. 묵직한 오렌지의 압력을 화면이 감지해 무게까지 산출해낸 것이다.

화웨이는 최신 폰에 탑재된 압력 감지 기술 '포스 터치(Force Touch)'를 오렌지를 통해 표현했다. 실제로 이 폰은 손가락으로 가볍게 화면을 터치하는 대신 힘을 줘서 꾹 누르면 사진의 특정 부분을 동그랗게 확대해 보여주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화웨이는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더 새롭고 독특한 압력 감지 기술을 소비자들의 삶에 적용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스마트폰 업계에 압력을 감지하는 화면 기술이 화두(話頭)로 떠오르고 있다. 단지 손가락의 가벼운 터치(tap), 쓸어 넘기기(swipe), 두 손가락으로 확대하기(pinch zoom) 정도만 가능했던 화면이 이젠 압력까지 인식해 좀 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기술은 제조사에 따라 '3D 터치' '포스 터치' 등 다양하게 불린다. 2차원(2D)이었던 터치가 깊이까지 인식하는 3차원(3D)이 됐고, 누르는 힘(force)까지 인식한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가장 대중적인 것은 애플이 최신 '아이폰6s'에 적용한 3D 터치 기술이다. 겉보기엔 화면에 손가락을 갖다 대는 동일한 동작 같지만, 조작법은 세 가지로 늘었다. 살짝 터치하느냐, 가볍게 누르느냐, 좀 더 깊이 누르느냐에 따라 기능이 달라진다.

원리를 알려면 스마트폰 화면의 구조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스마트폰 화면은 충격 방지를 위해 겉면을 덮는 강화유리와 그 아래쪽의 디스플레이, 뒤에서 빛을 내는 백라이트(화면 조명)로 구성된다. 보통 스마트폰이 바닥에 떨어져 금이 갔을 때는 강화유리가 깨진 것이다. 금이 가도 화면이 작동하는 것은, 내부의 디스플레이에 손상이 없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는 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은 화면 뒤에서 광원(光源) 역할을 하는 백라이트가 있어야 색을 밝게 표현할 수 있다.

스마트폰 화면은 어떻게 미세한 압력 차이를 감지할까. 화면을 손가락으로 누르면 디스플레이에 내장된 정전식(靜電式) 센서가 반응한다. 위에서 화면을 누르면, 그만큼 해당 부위의 강화유리와 백라이트 간 거리가 가까워진다. 그 거리가 얼마나 좁혀졌는지를 양자의 중간에 위치한 디스플레이 센서가 세밀하게 감지해 압력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오렌지를 올려놨을 때도 강화유리와 백라이트 간 거리가 얼마나 좁혀졌는지를 측정해 무게로 환산한다.

삼성전기가 작년 4월에 출원한 특허도 비슷한 방식이다. 하나의 터치 영역이 손가락으로 누르는 압력, 즉 전압의 차이에 따라 다른 기능을 보여준다. 압력의 정도를 전기적 신호로 바꾼 뒤 그 값을 정전식 센서가 읽어낸다. 압력의 수준을 저항으로 간주해 세게 누를수록 전압이 약해지는 것이다. 살짝 눌러 전압이 1.5V(볼트)에서 3V 이내면 소문자 'a'를 출력하고, 전압이 1.5V 이하로 내려갈 만큼 세게 누르면 대문자 'A'를 출력하는 식이다. 마찬가지 원리로 'ㄱ'과 'ㄲ'을, '아래로 한 줄 이동(↓)'과 '한 페이지 이동'을 대입할 수도 있다.

화웨이의 '오렌지 저울'도 이런 식으로 환산이 가능하다. 센서가 읽어낸 전압이 1.5V면 무게 80g, 2V는 65g, 2.5V는 50g, 3V는 35g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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