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민경]어쩌다 유명인사

2015. 12. 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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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김민경 여성동아 편집장
일의 특성상 유명인들은 물론이고 유명해지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많이 만나게 된다. 원래 유명인이란 ‘일정한 영역 안에서 그들이 이룬 성과를 통해 공식적으로 알려진 인물’이므로 한 사회에 공적이고 긍정적인 기여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여론의 비난과 구설수를 자신만의 ‘매력’으로 내세워 유명인이 되는 사람도 있다. 최근 만난 자칭 ‘로열패밀리’ A 씨는 자신이 얼마나 사치스럽게 살고 있는지를 강조했다. 퍼스트클래스에 앉았던 비행기의 노선, 명사들과 나눠 마신 초고가의 와인, 성공한 친구들의 명단을 기사화해 달라고 보챘다. A 씨를 통해 들으려 했던 한 예술가의 후일담은 뒤로 밀려났고, 이번 기회에 유명해지겠다는 A 씨의 의도는 분명해졌다. 게다가 A 씨의 ‘고급스러운’ 삶은 수상쩍기만 했다. 이런 인터뷰는 게재할 수 없다고 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욕하면서도 이런 거에 확 끌리는 거예요. 언론에 계시면서 뭘 너무 모르시네.”

‘유명인사 이해하기(Understanding Celebrity)’라는 책에 따르면 유명인이란 대중문화 안에서 공적인 지식인(미디어)의 언급에 의해 관심을 가질 가치가 있는 문화적 요소로 인정받은 인물이다. 이를 통해 대중은 그 인물이 선천적인 특성을 타고난 특별한 사람이라고 선망하게 되고 유명인의 이미지는 상품으로 소비돼 다시 미디어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순환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실체가 없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한 장면이나 연출한 스캔들로 유명인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유명한 걸로 유명한’ 패리스 힐턴이나 정체불명의 글래머 킴 카다시안 같은 세계적인 유명인사가 대표적인 예다. 사실 영화제의 레드카펫, 파파라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좋아요’ 등 유명인을 만드는 장치는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유명인이란 말은 종종 ‘스타’로 대치된다. ‘스타’는 원래 할리우드의 여배우를 가리켰으니 남녀 상관없이 연예인에게 스타라는 수식어는 자연스럽다. 또 뛰어난 운동선수, 정치인도 스타라고 부른다. 누구나 김연아 선수를 스타라 부르고 ‘청문회 스타’라는 말도 자주 쓴다. 하지만 밝은 빛이 아닌 음습한 루머로 유명해진 사람을 스타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처럼 유명하지만 결코 스타로 호칭할 수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생긴 신조어가 ‘관심종자’란 말이다. 인정사정없이 그 속성을 꿰뚫는 말이다. ‘관심종자’는 어떻게든 관심만 받으면 성공한 인생이라는 망상을 키워가기 때문이다. 웃기고도 슬픈 일은 이런 유명인이 자신을 스타와 혼동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관심종자’ 유명인 대부분은 비정상적인 이미지를 팔아 돈을 벌려고 한다. 일종의 생계형 유명인인 셈인데, 결국 자신이 만든 덫에 주위 사람들까지 옭아 넣는 경우를 종종 본다.

알프레트 아들러의 심리학을 소개한 ‘미움받을 용기’가 올해의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 설마(!) 관심종자의 증가와 관계있을 거라곤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타인의 평가나 세상의 수군거림을 무시해야 인생의 혁명을 이룰 수 있다’는, 관심종자가 자기 식으로 해석하기 딱 좋은 아들러의 주장이야말로 유명해지기 위해서 타인과의 신뢰, 공동체적 감각과 인간적 예의도 내던져 버린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조언이다. ‘미움받을 용기’라는 구원과도 같은 말에 가려졌지만 이 정신의학자가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평범해질 용기였다. 물론 ‘평범해질 용기’라는 제목으로 출판됐다면 이처럼 큰 관심을 얻지는 못했겠지만 말이다.

김민경 여성동아 편집장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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